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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려놓음" 서평

조회 수 13694 추천 수 0 2007.01.05 14:43:29
  이용규님 저는 서평을 써서 잡지에 기고하는 목사입니다.
  님의 책 읽고 우리 잡지(www.21cifm.org. 아름다운 사람)에 서평을 실었고 원고를 여기 올립니다.
  좋은책 감사드립니다.

  내려놓음. 이용규. 규장.
  내 조카 중에 하나는 서울대학교를 3년 만에 그것도 수석으로 졸업했습니다. 녀석이 학생 대표로 답사를 읽는 졸업식에 참석 할 때 만해도 전도양양하고 잘 생기기까지 한 녀석에게 꿈과 기대로 부풀었었지요. 대학원을 진학했는데 논문을 쓰지 않고 말았습니다. 잠시 종적을 감춘 듯 싶더니 어느 날 ‘대안학교 교사’라는 해괴한 직임을 들고 다시 나타났습니다. 시커멓게 그을린 얼굴에 다 낡은 1톤짜리 트럭을 질질 끌고 돌아 온 것입니다. 한 달 월급이 120만원이랍니다. 그렇다고 정해 놓고 매달 나오는 것도 아니고 형편 닿는 대로 받기도하고 못 받는 경우도 있답니다. 내 누이인 저희 엄마를 비롯한 기성세대들은 경기에 가까운 충격을 받았습니다. 이번 달에 거기서 만난 여자랑 결혼을 한답니다. 주례도 없고 예복도 따로 없답니다. 예식장도 없이 그냥 그 대안학교 교정에서 저희들끼리 대충 예식을 한답니다. 남의 얘기 같으면 구경거리로 좋을 듯 한데 이게 내 집안일이니 심통이 납니다.
  그 형도 역시 좋은 대학을 졸업했고 LG의 전산 관련 부서에 취업이 되었습니다. 초등학교 교사를 아내로 맞아 아이도 낳고 그럭저럭 삶을 꾸려나가는가 싶더니 어느 날 사표를 집어던집니다. 선교사 가겠다나요?. 중국으로 훌쩍 날아가 버렸습니다.
  화병이 날 만큼 된 현실을 피해 누이는 미국으로 날아가 6개월 쯤 도피생활을 마치고 지난주에 귀국했습니다. 대안학교가 금산의 어느 산골짜기로 들어서게 되어서 아들 따라 산골짜기에 거처를 새로 마련했습니다. 사람을 늙을수록 조용히 지내면 안 된다는 내 충언도 전혀 무시당한 채 7순에 가까워 오는 부모님들은 적막 산골로 스며들고 말았습니다.
  목회를 하는 나도 조카들이 뭔 생각으로 사는지 모르겠어요. 다른 사람들이 그렇게 사는 것은 존경스러운데 조카 녀석들이다 보니 심란할 뿐입니다.
  이 책을 쓴 이용규 박사도 그런 돌팡진 인생입니다. 서울대학교를 마치고 하버드 대학교에서 박사과정까지 잘 마친 화려한 인생입니다. 그런데 단정하고 소박해 보이는 외모와 달리 엉뚱한 짓을 저질러 대는 싱싱한 청춘입니다. 남의 얘기니 부담 없고 재밌습니다. 그러나 그가 모든 것을 내려놓을 수 있는 이면에는 잘 나가는 자식들을 미리 내려놓아 주신 부모님들이 계셨음이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부담입니다.

  그의 엉뚱함은 내밀한 지시를 받아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학력과 학위에 걸맞은 사회적 보장을 떠나 훌쩍 몽골로 날아갑니다. 흔해 터진 선교사입니다. 그의 삶의 터전에서 읽기 좋은 책을 내고 감동 받기 좋은 말을 들려줍니다. 그러나 더 깊이 그를 인도하시는 손길을 발견할 수 있는 책입니다. 몽골지역의 영양 문제를 전문으로 다루게 될 미래의 아내를 마땅한 동역자로 준비 해 주셨고 사역지에 대한 비전을 주시기 전에 이미 그 지역을 학문적으로 공부 할 수 있도록 강제하셨습니다. 감동을 주실 때 순조로이 헌신과 순종을 결행할 신앙적 성숙도 이루어 주신 다음에 감당해야 할 선교의 현장에 세우셨습니다.
  이용규는 지금 세워진 지 약 4년 남짓 되었고 몽골의 교육 영역에서 매우 중요한 모델의 학교로 부상하고 있는 몽골 국제 대학교에서 가르치며 오병이어 선교회가 몽골에 세운 이레교회를 담임하고 있는 평신도 사역자입니다. 아내는 전공을 살려 몽골의 영양개선 연구소를 맡아 마땅한 동역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책의 내용은 교회 주변에 늘 떠돌아다니는 구조대로 ‘문제가 있어 심각하게 기도했더니 하나님이 응답하셨다.’ 라는 구조입니다. 그런데 사연마다 긴장을 놓치지 않고 읽게 되는 것은 진솔함이 깊이 배어있는 까닭이고 이미 그의 삶을 통해서 훨씬 더 깊은 농도로 말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보다 더 깊은 연유는 기도의 응답으로 얻어지는 결과들조차 내가 누릴 것들이 아니라는 점 때문입니다.

  내가 책을 읽는 장소는 세 곳쯤으로 분류 할 수 있습니다. 주로 베스트셀러라고 일컬어지는 책들은 화장실에 놓습니다. 현대 문화의 흐름이 그렇듯 흥미가 있고 가볍게 읽어지는 책들이지요. 신문을 던지고 집어든 결단이기도 했습니다. 다음은 강단에서 읽는 책들입니다. 주로 설교 준비를 위한 책들인데 강단에 스탠드 조명을 하나 켜고 이마에 주름살을 불려가며 아주 궁상스럽게 읽어댑니다. 주로 붉은 밑줄을 죽죽 긋곤 하지요. 이런 곳을 독서 자리로 택하는 데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습니다. 활자에 대한 집중력을 현저히 분산시키는 괴물 컴퓨터를 피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리고 최후의 결전을 치르는 장소는 서재입니다. 컴퓨터를 옆에 놓고도 책에 집중해야 하는 것은 그 책이 내게 일거리를 만들어 줄 때 입니다.  
  이 책은 화장실에서 한 일주일 묵다가 강단에서 하루를 지내고 드디어 서재로 까지 점령해 들어온 책입니다. 까닭에 화장실의 습기로 적당히 부풀어 오는 책이기도 하고 또 그렇게 나의 내면을 잘 적셔 준 책이기도 합니다.  

  1부 ‘복의 통로가 되는 광야로의 부르심’ 에서는 그가 몽골 선교사로 헌신하게 되는 과정을 자세히 소개하고 있습니다.
  2부가 이 책의 백미입니다. ‘가장 좋은 것들을 붙들기 위한 내려놓음’ 이라는 제목을 붙였는데요. 하나님 앞에 철저히 모든 것들을 내려놓는 과정을 쓰고 있습니다. 쉽게 경제적인 문제부터 내가 선하게 여기는 미래의 계획, 선교지에서 자신과 가정의 안전 문제, 자신의 경험과 지식, 그리고 선악과를 먹음으로 우리 속에 들어왔다고 파악하는 죄와 판단의 짐 까지 철저히 내려놓는 과정을 경험합니다. 우리 속에 늘 있는 선한 업적들을 통한 사람 앞에서 인정받으려는 욕구, 사역의 열매까지 다 내려놓는 경험입니다.
  쉽지 않은 성숙을 젊은 나이에 이룬 사람입니다. 깊은 내공입니다. 그 맑고 깊은 영성이 부럽습니다. ‘맑고 밝고 바르기’를 늘 성숙의 지표로 삼아 50에 가까운 세월을 채찍질 해 온 내가 차라리 그 목표조차 내려놓아야 할 간결한 도전을 받습니다.
  3부는 ‘내려놓을수록 가득해 지는 천국 노마드‘ 인데 노마드란 유목민을 뜻하는 말이랍니다. 이 장은 ’광야일기‘라는 작은 제목을 달아 몽골 사역의 현장일지처럼 쓰고 있습니다. 하나님께 대한 감사와 사람들에게 대한 고마움으로 묶어 낼 수 있는 이야기들입니다. 현장 보고여서 친근감이 깊구요.  

  전체적인 흐름에 ‘내적치유’의 영역이 발견됩니다. 꽤 깊은 성찰의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선교 현지나 목회 현지의 부당한 사람들을 보는 눈을 윤리 도덕적 잣대로 보지 않고 그 내면의 상처와 아픔의 발로로 파악하는 것은 목회자들에게도 필요한 성찰의 방법이라고 봅니다. 아울러 해결의 통로도 있는 관찰입니다. 목회자나 선교사를 막론하고 그런 현장을 경영해야 하는 사역자들이 자신을 잘 추스를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여서 효율적이지요.

  무엇이든지 결과를 얻어야 하는 것은 모든 영역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조급하고 공통된 과제입니다. 조금 성숙된 면에서 남에게 보이기 위한 것이라든지 경제적인 수치로 계산 되는 것들을 내려놓는 일은 더러 훈련이 되어 있습니다. 이용규는 더 깊은 ‘내려놓음’들을 담담히 그려내고 있습니다. 특별히 사람을 향하는 마음에서 그렇습니다.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경계선을 내려놓도록 낮은 톤으로 독백처럼 말하고 있습니다. 누구든지 다 품을 수 있는 마음입니다. 마침내 복음으로 다가 설 수 있는 마음을 만들어 내는 능력이라고 봅니다. 그리고 그 다음에 모든 것을 다 가지신 하나님의 소유에 자신의 필요가 연결 될 수 있다는 오래된 설교를 삶으로 지어내고 있는 것입니다. 그 삶의 자리에서 그 공급으로 일하는 현장의 보고서여서 매우 현실적인 유익을 얻습니다.
  자신을 찬찬히 드려다 보게 하는 글입니다. 내내 많이 회개 했네요. 사역이나 사람을 대하는 자세에서 늘 긴장하지만 놓치곤 하는 ‘존전 의식’을 다시 돌아보게 하는 책입니다. 마침 사역지가 바뀌어서 새로 만난 구성원들을 조망하는 시선이 잘 다듬어 지지 않아서 당황스러웠는데 좋은 안경이 되어 주었습니다. 이 책을 읽고 만나게 되는 우리 성도들이 복이 있음이 틀림없다는 생각도 내려 놓아야하겠지요?.
  ‘규장’ 은 책을 잘 만들고 책장사도 잘 한다는 생각이 늘 들게 만드는 회사입니다. 좋은 저자를 잘 발굴했고 좋은 책을 만들었다고 생각 되네요. 책이 안 팔리는 세대에 고군분투하시는 여러 관계자들이 이 책으로 대박을 만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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