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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인도네시아에서 대학 설립을 위해서 준비하고 있던 자카르타 연합교회와 협력해서 사역하기 위해서 인도네시아 자카르타로 초청받았다. 기도 가운데 부르심이 있음을 확인했기 때문에 편안한 마음으로 이 땅으로 들어왔다.  오면서 함께 사역하기를 원하는 동역자 가정이 모아졌고 그 가정들도 시차를 두고 이 땅에 들어와 합류했다.

고향을 떠나 약속의 땅에 들어간 아브라함을 기다리고 있던 것은 풍요와 지경의 확장이 아니라 가뭄과 기근이었다. 나를 기다리고 있던 것 역시 기근이었다.

오자마자 알게 된 것은 바로 전달에 교육부가 이년간 대학설립 허가 신청을 받지 않겠다고 모라토리움을 선언했다는 사실이다. 고등교육법이 국회에서 통과됨과 동시에 그 동안 정부 각 기관 산하에 나뉘어서 인가되고 관리되었던 대학들이 모두 교육부 산하로 통폐합되게 되었고 그 심사 과정에 막대한 시간과 재정이 소요되는 관계로 나온 조처였다. 예를 들어 종교성 산하에 있던 신학교라든가 관광부 산하의 관광 대학 등도 교육부 산하로 통합되어 운영되도록 되어 있다.

그 후 일년이 지나서 알게 된 사실은 교육부의 기존 학교 심사 과정이 예상보다 시간과 경비가 소요됨으로 해서 한없이 지연되고 있다는 것이었다. 아마도 추가로 이년이 더 걸려도 이 작업이 마무리될 수 있을지에 대해 의구심이 드는 상황이다.

그간 연합에 대해서 생각해 본 적이 없고 구체적으로 교육 선교에 대한 경험이 없었던 장로님들을 이해시키며 문제를 풀어가는 것은 시간이 필요함을 깨닫게 되었다.  가능하면 교회 사역과 학교 재단 사역이 분리되어야 한다는 사실, 그리고 이것이 학교도 보호하고 교회도 보호하는 방법이라는 것을 설득하는 일은 인내의 과정을 필요로 한다.  교회가 학교를 돕는 통로는 넓히되 통제하거나 조종하려 해서는 사역과 관계가 다 어려움에 처할 수 있음에 대해서도 설득하며 기다리는 과정을 가지고 있다. 

나도 교민 교회 안에 들어와서 사역하는 일이 익숙하지 않음으로 인해 관계로 인해 불필요하게 스트레스를 받는 일들이 생겨났다.  얼굴이 굳어져 있고 밝지 않았던 것을 문득 깨닫고 내 안에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을 가지고 하나님께 나아가는 과정을 가져야 했다. 늦게 가지만 함께 갈 수 있음을 감사하며 가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새로운 환경 속에서 새로운 과제와 장벽 그리고 스트레스를 만나는 가운데 전에는 몰랐던 내 모습이 드러나곤 한다.  전에는 나 자신이 관대하고 여유 있고 부드러운 사람이라는 생각을 했었다. 적어도 환경과 관계에서 어느덧 익숙해진 몽골 환경에서는 그랬다. 대부분 나를 신뢰해 주었고 내 말의 진의가 오해를 사는 경우는 많지 않았다.

하지만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관계 속에서 부딪힘과 벽을 경험하면서 내가 심약하고 속 좁은 존재라는 사실을 느끼게 되었다.

어쩌면 내려놓음의 연습을 다시 처음부터 해야 함을 깨달았다. 처음에는 이것을 인정하는 것이 불편했다. 그러나 이 모든 부족한 모습을 하나님 앞에 있는 그대로 인정해야 다음 걸음을 걸을 수 있다. 치유와 회복을 위해서는 솔직하게 내 약함을 하나님 앞에 드러내야 했다. 

아브라함에게 어려움의 시간은 필수였다.  기근을 만나 애굽에 내려간 아브라함은 자신의 약함과 치부를 드러내게 된다.  하나님은 아브라함의 모습 그대로를 드러내시기 원했다.  그 이후에야 비로소 하나님의 상황 개입이 아브라함의 유익이 된다. 하나님은 아브라함이 무언가를 이루기보다는 이 모든 과정을 통해서 하나님을 경험하고 그 분에 대해서 배우며 그 분을 신뢰하는 법을 가르치기 원하셨다.

어쩌면 지금 하나님께서 내게 원하시는 것은 사역의 확장이 아니라 하나님의 마음을 더 얻는 과정이라고 생각된다. 내 계획이나 내가 이루고 싶은 것들을 확인하고 다시 그 분께 내어드리는 과정이다. 또한 내 안에 높아져 있던 것들이 다루심을 받고 만지심을 받는 과정이다.

지난 주 예배 중에 내 마음 가운데 하나님께서 이렇게 물으시는 것 같았다.

너 그래도 행복하니?”

네 행복해요. 실은 사역이 이루어지지 않고 내가 여기서 많은 세월을 보내게 된다고 하더라도 이 과정 자체를 즐거워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나는 그렇게 마음 속에서 우러나는 대답을 했다.

아브라함이 가나안 땅에서 삶을 이어가는 동안 행복했을까?

그가 얻은 것은 무엇이었을까 

그의 삶의 가장 큰 복은 그가 그 땅에서 하나님을 누리는 법을 배우게 되었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죽을 때까지 그에게 주신 하나님의 약속은 이루어지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하나님의 약속은 크고 위대했지만 실제로 그는 생전에 땅도 자녀도 풍성하게 얻지 못했다. 그 모든 약속은 그의 후대에 이루어질 약속이었다.

 

그러면 아브라함의 삶은 불행한 또는 실패한 삶이었을까?

그렇지 않다. 

그가 얻은 것이 있었다. 

그것은 그 분을 신뢰해서 그 분께 깊은 순종을 보일 수 있도록 성장하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그 결과 그는 그 일생의 후반부 삶을 통해서 하나님과 관계 맺고 그 분을 누리는 법을 배우게 되었다. 그것이 인생의 가장 큰 소득이다. 그래서 아브라함의 어려웠던 시간들까지도 그 자신과 그 후대의 믿음의 후손들에게 미치는 큰 유익이 된다.

감사한 사실은 대학 사역의 직선 코스로 가는 길이 막힌 듯 보이기 때문에 도리어 내 관심의 영역은 더 확장된다는 것이다. 나는 처음에는 대학 사역만을 위해서 이 땅에 들어왔지만 이 사역이 지체되는 가운데 이 인도네시아 사회의 교육 불평등 구조의 문제와 교육 전반에 걸친 문제에 대해 눈을 돌릴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이 땅에서의 언어 교육, 유초등 교육, 직업 교육 전반에 이르기까지 이 사회의 필요를 채울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 생각할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그리고 이 문제에 직면하면서 이 문제를 풀어갈 수 있는 도구를 가진 분들과 만남을 가지도록 인도하심을 받게 되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새로운 필요가 보이기 시작하고 또 하나님께서 만나게 하시는 분들을 통해서 하나씩 지경이 열려가는 것을 보게 된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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