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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하버드 대학에서 티칭 펠로우로 1년간 학부 학생을 가르치는 기회가 있었다. 그 때 여러 날에 걸쳐서 강사 트레이닝 과정을 이수해야 했다. 당시 한 강사가 일학년생들을 대상으로 강의할 때 눈높이를 어디에 맞춰야 할지에 대해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다.


여러분, 하버드 대학교에 들어온 학생이라고 학생들이 모든 과목에서 다 준비가 되어 있을 것이라고 착각하지 마십시오. 수학의 경우, 여러분의 지도를 받는 학생들이 미적분을 배우지 못하고 대학에 들어왔을 수 있습니다. 하버드 대학은 세계 각지에서 학생들을 받게 되는데 그들이 얼마나 배웠는가를 가지고 뽑지 않습니다. 그들이 어떤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가에 주목해서 뽑습니다.”


그는 말을 이었다.

여러분의 학생들이 기초 실력이 없다고 당황하지 말고 가장 기초부터 시작해서 지도하십시오. 장담하건대 한 학기가 끝날 때 즈음이면 놀라운 진보를 보일 겁니다.”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권 대학들은 시험을 통해서 학생들을 선발한다. 즉 모든 과목을 이미 잘 배웠다고 검증된 학생들을 뽑는 것이다

하지만 미국 대학은 각기 다른 커리큘럼을 가진 다양한 배경의 학교에서 학생들을 뽑기 때문에 얼마나 잘 배웠는가에 초점 맞추기보다는 그 학생이 갖고 있는 특출함에 주목한다

한 분야를 뛰어나게 잘 했으면 다른 분야에 대해서도 아직 접해보지 않았을 뿐이지 가르치면 잘하게 될 것이라는 신뢰를 가지고 학생의 미래에 투자하는 것이다.


이러한 입장은 진짜 공부는 대학에서 하는 것이라는 인식에 기반한 것이다

반면에 필자가 미국에 있었을 때 읽은 기사 내용을 보면 한국의 수능 시험에서 기초과목이 쉬워지자 한국의 서울대학교 교수들이 학생들의 수학 기초 능력이 떨어져서 가르치기 어렵다고 불평했다고 한다

이 기사를 접하면서 대학에서 가르친다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이해하는 방식이 미국의 경우와 한국 대학의 경우가 매우 다름을 확인하게 되었다.

 

어느 강의 중에 강사가 트레이닝을 받는 교수요원들에게 질문을 했다.

여러 분, 미국 대학의 교육 목표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당시 여러 나라에서 온 예비 교수진들이 답변을 시도했지만 정곡을 찌르지는 못했다. 강사가 대답했다.

미국 대학의 교육 목표는 ‘persuasive'(설득력 있는) 사람을 만드는데 있습니다.”


그 대답을 이해하는 데는 추가적인 설명이 필요했다.

강사는 말을 이었다.

학부를 졸업할 때 졸업 논문으로 마무리되는 이유는 졸업하기 위해서는 한 주제를 가지고 자신의 아이디어와 논리와 기존 연구를 활용해서 자신의 주장이나 사고방식이 기존의 연구나 생각보다 더 정확하고 타당하다고 유효하다는 사실을 설득해 내는 능력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한 것입니다. 법을 전공하는 사람은 법조문과 사례를 가지고 자신의 주장이 진실에 더 가깝다는 것을 설득해 내는 훈련을 받는 것이 목표가 됩니다. 경영학을 전공하는 사람은 프레젠테이션 기술과 통계 자료와 사례와 이론을 가지고 자신의 아이디어가 더 뛰어나다는 것을 설득하는 훈련을 받는 것입니다. 이것을 위해서 요구되는 것이 글쓰기 능력입니다. 그래서 대학 입학을 위해서 중요한 심사 기준이 여기에 있고 또 입학한 학생들이 첫 학기 반드시 수강해야 할 과목이 대학 작문(expository writing)인 것입니다.”


필자가 하버드 대학교에서 가르치며 경험한 바로는 글쓰기와 토론 능력이 있는 학생이 높은 학점을 받게 된다는 것이다. 결국 얼마나 글을 깊이 있게 분석적으로 읽으면서 많이 읽는가가 학부 교육의 성패를 좌우한다는 것이다.

미국 대학에서 성패를 좌우하는 것은 얼마나 많이 배우고 공부했는가가 아니라 얼마나 창의적이면서 논리적으로 생각하고 표현하는 능력을 갖추었는가가 된다

그런 면에서 과외 공부를 많이 하는 것이 성공적인 대학 생활을 하는 데는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혼자서 책을 읽는 시간을 많이 갖는 것이 대학 생활을 위한 좋은 준비가 된다. 영어로 많은 책을 읽어낼 수 있는 학생은 자연스럽게 SAT 고득점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창의적인 인재가 되기 위해서는 아이들이 심심해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아이들이 뇌를 쉬지 않고 계속해서 학원과 과외로 과부하가 걸린 상태로 지내게 되면 뇌가 피곤해져서 요구되는 기능을 수행하는 것 이상으로 새로운 상상을 하지 못하게 된다

심심해지면 아이들이 새로운 놀이를 찾으며 상상력을 동원한다. 그래서 너무 정교한 장난감을 사용하는 것보다는 자연에서 아이들이 놀잇감을 찾고 만드는 것이 창의성 개발과 정서 순화에 더 좋다. 그리고 TV나 영화 시청보다는 책 읽어주는 소리를 듣거나 라디오를 들을 때 더 창조적으로 뇌가 활동한다.


필자의 큰 아이가 몽골에서 MK스쿨을 다닐 때 같은 반에 수연이라는 자매가 있었다. 노래하고 발표하기를 좋아하는 아이로 기억한다

그 아이와 그 오빠 두 남매를 나중에 TV에서 보게 되었는데 악동 뮤지션이라는 이름으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이 아이들은 한 동안 학교 다닐 형편이 아니어서 집에서 무료하게 시간을 보내곤 했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들이 심심했기 때문에 악기를 배우고 노래를 하다가 작곡까지 하기에 이르렀다. 그들의 노래를 유튜브에 올리면서 주목을 얻기 시작했다

이렇게 그들의 천재성이 드러나기 위해서 무료한 시간이 그들에게 요구되었는지도 모른다.


과외와 더불어 자녀들의 창조성을 죽이는 존재가 있는데 전자기기들이다. 그 중 가장 큰 적은 스마트폰이다. 이들이 아이들의 창조성을 말살시키는 주범이다

그래서 스티브 잡스는 자신의 자녀들에게는 스마트 폰을 쥐어주지 않았고 아이들 방에는 전자기기를 두지 못하게 했다

스마트 폰을 사용하거나 컴퓨터 게임을 하게 되면 뇌의 후두엽 부분이 자극된다. 이것은 즉각적이고 즉흥적인 행위를 관장하는 부위이다

반면 학습이나 인내하기, 논리적 사고, 창조적 활동을 관장하는 부위는 전두엽이다. 주로 책을 읽거나 대화하고 공부할 때 자극되는 부위이다. 후두엽이 필요이상으로 자극되게 되면 아이들이 학습 능력이나 사고력, 인내력이 제한되고 후퇴한다

필자가 생각할 때 중2 병을 촉발하는 주된 동인이 바로 스마트 폰을 비롯한 전자기기와 학원 생활의 스트레스가 아닌가 한다.


엄마가 좀 더 편하자고 아이에게 안겨준 스마트 폰이 아이들의 미래를 좀 먹는 것이다. 우리가 경제적 여유가 허락되어서 아이들에게 더 편하고 재미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오히려 아이들의 미래를 어둡게 하는 동인이 될 수 있다

자신이 어렸을 때 누리지 못했던 것을 자녀들이 마음껏 누리도록 하겠다는 보상심리가 오히려 아이들의 마음을 병들게 할 수 있다.


때로는 선교지에서 약간의 생활의 불편함을 안고 살면서 아이들을 누군가와 경쟁하게 만들기보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매진하며 불편함을 창조적으로 극복하며 사는 법을 배우게 하는 것이 훨씬 행복한 것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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