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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 제국과 아르메니아와 그루지아의 기독교

필자는 이란의 기독교를 다루면서 한 회를 할애해서 아르메니아의 기독교에 대해서 나눈 바 있다. 이번 호에서는 계속해서 아르메니아 기독교의 역사에 대해서 다루어 보고자 한다. 특별히 이번 호의 초점은 몽골 제국 시기의 아르메니아와 그루지아의 기독교 역사에 관한 부분이다. 지난 호에서는 이란의 기독교의 중요한 일부를 구성하는 존재로써의 아르메니아인들에 관심을 기울임으로 해서 그루지아의 기독교는 다루지 않았다. 그루지아는 아르메니아의 북쪽에 위치하고 있었으며 아르메니아와 비슷한 역사적 궤적을 가지고 있었고 많은 경우 두 지역의 민족은 문화를 공유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루지아인들은 스스로를 아르메인아인들과 분명하게 구분지었다. 기독교 역사에 있어서도 그들은 아르메니아인들과는 사뭇 다른 전통을 고수하고 있었다.
아르메니아인들은 비잔틴 제국이 정통으로 인정하는 칼케돈 회의의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고 단성론적인 입장을 고수했다. 한편 그루지아인들은 비잔틴 제국의 칼케돈 회의를 받아들임으로 해서 신학적으로 동로마 정교회의 틀에 머물렀다. 아르메니아인들은 남쪽에 위치한 페르시아의 침략을 받고 직접 지배하에 놓인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동로마 제국과 페르시아 제국의 틈바구니 사이에서 정치적인 균형을 이룰 필요가 있었다.
당시 칼케돈 회의의 입장을 받아들인다는 것은 정치적 수장인 동시에 종교적 수장이었던 동로마 황제의 아르메니아에서의 영향력을 인정한다는 뜻이 되었다. 이것은 독립 국가이며 강대국 사이에 끼인 아르메니아가 취하기 어려운 입장이었다. 아울러 페르시아의 영향력 확산에 대해서도 아르메니아는 극히 경계할 수 밖에 없었다.
따라서 아르메니아인들은 동로마 제국의 칼케돈 회의의 입장을 전적으로 수용하는 것도 또 페르시아 지역에서 일반적이었던 네스토리우스 파의 양성론을 받아들이는 것도 곤란했다. 그들의 정치적인 독립 확보의 노력과 맞물려서 그들은 동로마와 페르시아 어느 쪽에도 기울지 않기 위해 단성론이라는 신학적 입장에 경도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반면 그루지아인들은 아르메니아인들의 신학적 영향권에서부터 벗어나고자 하여 단성론을 배격하고 동로마 제국의 신학적인 입장을 수용한다. 이로 보건대 이 지역에서는 정치적인 독립 확보 노력과 민족적 자부심이 그 민족이 어떤 신학적인 입장을 택하는 것과 맞물려 왔음을 볼 수 있다. 따라서 동로마 제국 황제가 교권과 정치권력을 동시에 가지는 구조 속에서는 어쩔 수 없이 각국 간의 종교적 분열은 필연적인 귀결이었다고 할 수 있다.

기독교사적인 측면에서 몽골 제국의 확장은 아시아 지역에서의 기독교의 확산과 궤를 같이하고 있었다. 당시 중동지역에서는 아유비드 왕조를 시작한 살라딘의 역공을 받아 시리아 일대의 십자군 운동의 명맥이 끊어져 가고 있었다.  동쪽에서부터 진공하여 이슬람권을 압박하며 바그다드의 압바스 칼리프조를 무너뜨리고 이란 지역의 무슬림 암살자단을 뿌리뽑고 이집트의 맘룩 왕조를 압박하던 몽골 제국은 비잔틴인, 아르메니아인, 그루지아인들에게 희망을 주는 존재였다.
당시 중동 지역에 진출했던 일한국의 칸들은 기독교에 대해 긍정적인 태도를 가지고 있었다. 일한국을 시작한 훌레구는 크리스천인 어머니를 두고 있었다. 훌레구의 어머니인 소르각타니베키는 크리스천 부족이었던 케레이트 부족의 공주로써 칭키스칸의 막내 아들인 톨루이의 아내가 되었다. 그녀는 네스토리안 크리스천으로써 적극적으로 네스토리안 크리스천의 후견인 역할을 한 것으로 유명하다. 훌레구가 크리스천이었는지는 불분명하지만 유대인과 크리스천을 중용하고 또 그들에게 우호적인 정책을 폈던 점이 두드러진다.
그의 아들 아바카 한은 서쪽의 기독교 국가들과의 연맹을 시도하였고 그것을 통하여 무슬림 맘룩 왕조를 압박하고자 했다. 그는 그리하여 비잔틴 황제 미카엘 팔래올로구스의 딸, 마리아와 혼인을 성사시킴으로 해서 그리스천 왕녀를 아내로 두게 되었다. 또한 4대 일한인 아르군은 기독교로 개종하기도 했다. 그의 부인인 우룩 하툰은 케레이트족 출신으로 네스토리안 교도였다. 그녀는 아들 올제이투에게 세례를 받도록 하고 세례명을 교황 니콜라우스 4세의 이름을 따 니콜라우스라고 했다. 또한 아바카의 또 다른 부인인 툭타니 또한 기독교도였다.
그 당시 라반 소마라고 하는 몽골인 네스토리안 사제는 유럽의 국가들과의 외교에 있어서 큰 활약을 한다. 1286년에서 88년 사이에 서구 기독교 국가를 여행한 일정을 기록한 그의 견문록은 시리아어로 남아 있다가 19세기에 발견되기에 이른다.
그러나 이러한 일한국의 칸들의 기독교 편향은 1295년에 즉위한 가잔 한에 의해서 사라지게 된다. 그 후 이란과 중동 지역에서의 몽골 제국은 1304년을 기점으로 급속도로 이슬람화하게 된다. 이 시기를 즈음하여 아르메니아와 그루지아는 정치 경제적으로 급속도로 쇠퇴하기에 이른다. 결국 아르메니아는 맘룩 왕조에 의해 점령된다.
아르메니아의 마지막 왕 레오와 그의 가족들은 이슬람을 받아들일 것을 거부함으로 해서 카이로로 끌려가 감옥에 갇힌다. 그는 감옥에서 아내와 아이들을 잃고난 후 레오는 1382년에 자유의 몸이 되었고 파리에서 1393년에 생을 마감한다. 그를 마지막으로 해서 아르메니아의 정치적 독립은 종언을 고했다.  정치적 독립은 끝났지만 레오가 보여준 신앙적인 굳건함처럼 아르메니아인과 그루지아인은 그렇게 기독교도로 남아있었다. 그루지아인들은 동로마의 동방 정교회 형태의 신앙을 계속적으로 수용했다. 아르메니아인들은 그들이 오랜 동안 수용했던 단성론을 거부하고 독자적인 신앙 노선을 추구하기에 이른다. 결국 이 지역에서 한 국가 또는 민족 집단의 신학적인 입장은 정치적 상황의 변화에 따라 바뀔 수 있음을 볼 수 있다.  

아르메니아와 그루지아는 늘 주변의 강대국 사이에 샌드위치와 같이 끼어 수많은 외침을 경험했다. 강대국 사이에서 외침을 겪으면서도 결국 민족의 고유성을 유지하며 근현대에 들어서 결국 독립국가를 이루어냈다는 것은 한반도의 역사와 비슷한 점이라 하겠다. 특히 한반도의 역사와의 유사성과 관련해서 재미있는 점은 몽골 제국 시기의 고려와 그루지아, 아르메니아 두 지역이 가지는 공통점이다.
몽골 제국을 중심으로 해서 고려는 동쪽 끝에, 그루지아는 서쪽 끝에 위치하고 있었다. 두 지역 모두 몽골 제국의 침략을 받았으나 몽골 제국으로부터 독립국의 지위를 얻는데 성공했다. 다른 대부분의 침략받은 지역들은 몽골인들의 직접 지배를 받았으나 고려와 그루지아는 몽골 제국의 연맹국으로써 독립 통치권을 얻어낸다.  아울러 몽골군과 연합해서 전쟁에서 공조하며 협력하면서 몽골 제국과의 유대관계를 극대화하면서 자국의 몽골 제국 내에서의 영향력을 확장했던 대표적 예이기도 하다.  
고려는 일본 원정에 필요한 해군력을 몽골군에게 제공했다.  마찬가지로 십자군을 도와 무슬림 세력의 확산을 견제하려 했던 크리스천 그루지아인들은 당시 비무슬림 제국이며 수많은 네스토리안 장관들을 가진 몽골 제국을 위해서 봉사했다. 그리하여 그루지아인들은 몽골 군대가 바그다드를 함락시키고 북시리아 지역을 점령하는데 힘을 빌려준다.
특기할 점은 고려는 몽골 제국과의 관계 속에서 기독교와의 접촉점을 가지게 된다는 것이다. 고려에 파견된 몽골 관료 가운데에도 네스토리안들이 있었다. 그 중에는 고려에서 노비 해방을 주도하려 했다가 고려 귀족들의 반대에 부딪혀 뜻을 이루고 본국으로 송환된 경우도 있었다. 몽골 제국 시기 네스토리안들이 유라시아 전역에 퍼져서 활동하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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