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국 노마드 - 인도네시아 이용규 선교사 웹사이트입니다. ::

외국에서 살면서 늘 내가 외국인으로 나그네로 살고 있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하게 하는 때가 비자 연장하는 시기인 것 같습니다.  외국에서 살아가는 사역자들의 경우 늘 비자 문제가 예민한 관심사가 됩니다.


제가 인도네시아에 온지 얼마 안되었을 때 한 선교사님이 우리 아이가 넷이라는 이야기에 첫 마디가 "비자 비용이 많이 나오겠네요"였습니다.  비자 수속 비용이 늘 마음에 부담이었기 때문에 나온 말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인도네시아에서 작년에 새로이 정권교체가 되면서 내각의 구성원들이 민족주의 성향이 강한 정책을 내놓고 있습니다.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겠다고는 하지만 실제 비자 관련된 정책은 자국민의 일자리 보호를 지나치게 강조한 나머지 투자를 방해하는 쪽으로 흘러가고 있습니다. 


외국인 노동인력 가운데 투자자나 정관 등재 이사를 제외하고는 모두 2년 이상은 취업비자를 주지 않도록 장관령을 시행하려 하고 있습니다.  외국인은 2년간 기술이전하고 돌아가라는 초강경 노동 정책입니다.   그리고 외국인이 노동 허가를 받기 위해서는 그에 걸맞는 학위와 5년 이상의 경력을 요구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정책의 배후에는 아세안 경제협정 발효를 앞두고 아세안권 외국인 노동자들이 과다하게 자국에 들어와 자국민의 취업 기회를 빼앗을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고 판단됩니다.  현재 베트남과 캄보디아를 비롯해서 다수의 동남아의 국가들이 비자 발급 기준을 강화하고 여행 비자 제도를 정비하고 있는 것도 그러한 추세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또한 최근 중국의 투자가 급증하며 중국인 비자 신청건수가 과다해지는 현상도 당국을 불편하게 했을 것으로 추측합니다.  


이러한 변화 가운데 노동집약 산업에 투자한 한국 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그리고 중간관리자로 들어온 한국인 가정도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여기에 더해 정부가 민족주의 성향을 선명하게 하면서 외국인 규제를 하는 과정에서 무리수를 두고 있는 현상도 보입니다.  작년 연말에 자카르타 근교 도시에서 경찰과 이민국 직원이 신문기자들과 함께 외국인이 자주 찾는 업소를 급습해서 현장에서 여권과 거주허가증을 소지하지 않은 외국인들을 무더기로 연행해 간 일이 발생했습니다.  더 나아가 집집마다 문을 두드리고 합법적인 거주 허가가 있는지를 확인했습니다.  이것은 외국인에 대한 인권 침해 소지로 볼 수 있는 사항입니다.  그 중에 한국인들 다수가 연행되어 간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그런 검문이 올해 들어서도 몇 차례 더 진행된 것으로 보입니다.  


얼마 전 조코위 대통령이 한국을 방문했을 때 인도네시아인 노동자들과 불법체류자들이 대통령과 노동부 장관에게 자신들을 제발 도와달라고 읍소하는 메시지를 많이 보냈다고 합니다.  워낙 친서민 행보를 보이는 대통령 입장에서는 그런 호소를 듣고 한국 정부의 인도네시아 노동자들에 대한 처우에 대해 분개했을 수 있다는 후문이 있습니다.  


그리고 정부 차원에서 한국인 노동자들에 대한 보복성 조치를 취하고자 했을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물론 한국 정부의 경우 외국인 처우 보장을 위해 대통령 직속 기관인 인권위원회를 두고 있습니다.  그리고 외국인 노동자에 지불하는 임금은 아시아권 최고 수준입니다.  그리고 몇몇 악덕기업도 있고 인종차별이 있다해도 아시아권 다른 나라들에 비해 외국인들을 돕는 기관이나 프로그램들이 많이 정착되어 있습니다.  대부분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은 불법체류자들입니다.  인도네시아에 와있는 한인들은 대부분 주재원이거나 사업자들입니다.  인도네시아의 경우와는 외국인 노동자 문제의 컨택스트가 다릅니다.  이런 다른 세팅을 고려하지 않은 상태에서 한국에서의 인도네시아 국민처우 방식을 문제삼아 동등 대우하겠다는 것은 문제가 있는 접근방법이 아닌가 싶습니다.  


올해 초 외국인이 인도네시아에서 취업허가를 받기 위해서는 인도네시아어 시험에 합격해야 한다는 규정이 발표되었습니다.  한국 정부가 외국인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제도를 자신들도 도입하겠다는 것입니다.   


관광자원부 쪽에서 올해 초 관광 수입 증진을 위해 한국인들이 무비자로 인도네시아 방문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실행되지 취소되었습니다.  논리는 인도네시아 국민이 한국에 비자를 받고 들어가야 하므로 상호호혜 원칙에 맞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기본적으로 오랜 식민지 생활로 인해 자국에 들어오는 외국인에 대해 무언가를 빼앗아가려고 오는 사람들이라는 인식이 있습니다.  그래서 외국인들을 보이지 않는 감시 하에 다양한 법적 조항들로 얽어놓고 통제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러한 성향과 외국 투자 유치라는 필요가 충돌하면서 그 중간에서 외국인에 대한 정책 결정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문제는 작년부터 외국인 가운데 종교 비자로 들어와 일하는 사람들의 비자를 연장해 주지 않고 있습니다.  내면적 이유는 이슬람 테러 세력의 유입 금지가 있습니다만 이로 인해 다수 선교사들이 체류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아울러 재단 관련 비자도 강한 규제가 들어가고 있습니다.  물론 제도의 비효율성과 임의성이 크고 뇌물과 에이전트들의 역할이 큰 이민 행정에 있어서 원칙주의가 자리잡고 또 제도가 전산화되는 것은 필요한 개혁인 부분이 큽니다.  하지만 이미 다양한 규제가 있어서 세계에서 외국인이 활동하기에 법적 제약이 가장 많은 나라 축에 들어가는 상황에서 규제만 강화되고 예외가 인정되지 않음으로 해서 외국인 회사나 단체가 고스란히 유연성이 결여된 제도의 희생양이 되는 것은 문제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우리 사역자들의 경우 번번히 비자 수속 직전에 제도가 바뀌고 규정이 달라지면서 서류가 계류되거나 반려되어 몇 차례에 걸쳐 다시 서류 접수를 시작해야 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당국의 행정직원의 실수도 결국 우리 책임으로 돌아와 비싼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경험을 하기도 합니다.  


물론 이 과정도 우리에게는 필요한 시간이라고 생각하고 인내하며 평안 가운데 주어진 일을 감당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이 일 덕분에 이 기간 저는 외부 집회를 더 많이 할 시간을 가졌습니다.  아이들도 한국 생활을 해보고 또 연로하신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할 시간도 가졌습니다.  우리 사역자들도 덕분에 가족 친지들을 보고 한국에서 처리할 일을 하거나 동남아 다른 나라를 방문해서 사역적 견문을 넓히는 시간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의 엉덩이를 가볍게 만드셔서 바람처럼 다니며 자유롭게 하나님의 이끄심을 경험하는 시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이제 여러 달을 끌었던 우리 팀 비자 문제가 종착역을 향해 가고 있습니다.  이 모든 과정에서 하나님의 간섭하심을 믿습니다.  하나님께서 이 정부를 공의와 분별 가운데 이끄시고 축복하고 귀하게 사용하시기를 위해서 기도합니다. 또 우리의 일을 맡은 직원들과 에이전트들이 성실과 지혜로 행정 수속을 잘 처리할 수 있도록 그리고 고비고비마다 하나님의 보호하심과 인도하심을 경험하도록 기도합니다.    


이 일을 위해서 함께 손모아 주시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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