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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호부터는 잠시 학술적인 모드에서 벗어나서 몽골에서의 동방 교회의 역사적 흔적을 찾아서 여행하면서 경험한 내용들을 나누어 보고자 한다.  
몽골의 기독교 역사와 관련해서 영상 다큐멘터리를 만들 목적으로 2006년 6월에 9박 10일간의 여행을 했다. 그 여행의 기획 및 재정 책임을 필자가 맡았다.  그 팀의 일원 가운데는 이레 교회의 한국어 통역 툭수, 몽골 국제 대학교 학생이며 영어 통역을 맡은 모기, 그 외에 몽골의 선교 상황을 영상으로 담거나 기독교적인 가치를 담은 영화 제작을 꿈꾸는 몽골인 영상 선교팀, ‘팔복’으로 알려진 김우현 감독님의 ‘버드나무’ 팀의 일원으로 비디오 영상을 촬영하고 편집하는 김동석 형제 일행이 참여했다.

이 다큐멘터리의 목적은 몽골의 기독교 유적을 답사하고 영상화함으로써 공산 사회 가운데 살았던 몽골인들이 기독교가 7세기 이래로 자국 역사와 깊은 연관을 맺고 있었다는 사실에 대해 각인시킴으로 해서 기독교가 낯선 외국 종교가 아니라는 사실을 인식시키고자 하는 것이다.  아울러 이미 약 3만명으로 추산되는 몽골의 기독교인들이 자긍심을 가지고 전도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 주고 싶었다.  
몽골의 고대 기독교 유적을 탐사하기 위해서는 편도 약 3천 킬로미터에 해당하는 초원길과 산악지대를 누벼야 했다.  몽골의 수도를 벗어나면 거의 포장된 도로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산을 넘고 강을 건너고 자갈 밭과 바위 산을 지나야 한다.  따라서 중간에 차가 고장나거나 길을 잃게 되는 것은 심각한 경우 생명을 잃을 수도 있는 사안이다.

내가 그 여행을 시작하면서 굉장히 신뢰하던 사람이 있었다.
이레교회의 운전사인 ‘남해’라고 하는 사람인데 이 사람은 13살 때부터 시골 운전을 해 왔던 베테랑 운전기사이다.  
그는 몽골 지방 여행을 수십 차례 했었기 때문에 방방곡곡의 시골 길을 잘 알고 있었다. 처음 가는 길을 찾는 데에도 탁월한 재능이 있었다. 길이 없는 들판에서도 방향감각이 아주 정확하다. 밤에는 별을 보면서 운전을 하고 산세를 익혀두었다가 한번 갔던 길은 다시 찾아내곤 한다.
게다가 운전의 달인이어서 난코스에서도 트랙에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빨리 차를 몰 수 있다.  그러나 그는 빨리 달리면서도 들판 사이사이에 있는 돌이나 장애물들을 기가 막히게 피해가면서 달린다.
더구나 보통 사람은 비포장의 돌밭 길을 푸르공이라고 하는 러시아 군용차로 한 시간만 운전해도 팔이 아파서 더 하기 어렵지만 그는 하루 종일 운전할 수도 있다. 그리고 엔진을 분해했다가 다시 조립할 정도로 웬만한 자동차 정비는 직접 할 줄 아는 사람이다.

남해와 또 한 명의 운전수 두 사람과 차 두 대로 여행을 하기 때문에 최악의 상황은 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마음 든든하게 여겼다. 그렇지만 워낙 멀고 험한 길이라 “미리 미리 길을 알아두고 자동차 정비도 잘 해두라”고 부탁했다. 그래서 다른 때보다 예비 타이어도 많이 싣고 갔다. 그와 함께 다른 기사도 동반해 두 대의 차량이 출발했다.
여행 계획도 몽골 실정을 아는 몽골 영상팀에게 부탁했다.  모든 것이 여유롭다고 생각되었다.

이 정도면 준비가 다 됐다 싶어서 출발했는데, 어떻게 된 일인지 2시간도 지나지 않아서 문제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남해가 운전하는 자동차의 바퀴가 펑크가 났다. 그 후 매 세 시간마다 바퀴가 터져나가기 시작했다.  둘째 날부터 남은 바퀴가 없어서 타이어의 고무 부분을 응급조치로 때워가면서 버텨나가야 했다.  과연 이 여행이 끝까지 갈 수 있을까 의구심이 들기 시작했다.  
셋째 날에는 남해가 운전하는 푸르공의 엔진에 이상이 생겼다. 남해가 엔진도 고칠 줄 알기 때문에 응급처치를 해서 갔지만 문제가 계속 생겼다. 예정된 시간은 계속 지나가고 일정은 계속해서 늦어지고 있었다.

그 결과 우리 팀은 가는 곳곳마다 생겨나는 차의 문제 때문에 지속적으로 기도하게 되었다.  기도 때마다 하나님께서는 우리에게 여행 중에 함께 하실 것에 대해 확신을 심어주셨다.  
차 문제 때문에 멈추어 설 때마다 우리는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보여주시는 여러 중요한 광경을 확인했다.  한 예로 차 엔진 수리를 위해 머무는 동안에 우리는 지방의 작은 교회들을 만나게 하셨다.
그 교회들을 촬영하면서 과거의 교회만이 아닌 현재의 교회 모습을 같이 조명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그 과정에서 하나님께서 우리의 촬영 과정에 직접 개입하셔서 우리의 연출자가 되어 주심을 경험했다.

하지만 결국 엔진에 문제가 생겨서 도저히 그 차로는 더 이상 갈 수 없다는 판정이 났다. 그 차를 버리고 나머지 한 대를 타고 가기로 결정할 수 밖에 없었다.  문제는 자기 차를 지켜야 하니까 할 수 없이 내가 신뢰하는 운전사 남해가 남아야만 했다는데 있었다. 곤란에 빠진 상황에서 기도했다.

“하나님, 어떻게 합니까? 이 일정을 포기해야 됩니까?”

그때 하나님이 주신 생각은 이것이었다.

“이제부터 내가 일하기 시작하겠다.”

내가 의지하던 것을 다 내려놓은 그 다음부터 하나님이 일 하시겠다는 말씀이었다.  돌아보니 나는 여행 중 운전기사 남해를 줄곧 의지해 왔다.  하나님께서는 당신이 이 여행의 가이드가 되기 위해서 내가 가장 의지하는 대상을 제거하시기로 계획하셨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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