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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일정 중 보스톤에 일주일 정도 시간을 내서 방문했다. 사년만에 파송교회에 방문해서 선교 보고도 하고 행정적으로 처리할 일들을 하면서 지인들과 교제하면서 쉬려는 생각에서였다.

파송 교회인 케임브리지 연합 장로 교회에 방문하니 고향에 온 것 같았다.  그리운 얼굴들... 목사님과 사모님... 기억 속에 늘 따뜻함으로 남아 계신 분들...

내게 늘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그리고 늘 따뜻한 기억으로 남아있는 목회자와 성도들이 허락된 것은 큰 축복이었다.

특별히 교회에 많은 성장이 있었다. 교회의 좌석이 꽉 찰 정도로 사람들이 늘어 있었다.

하나님께서 우리 교회에 첫번째 선교사 파송을 허락하신 이후 교회를 많이 축복하셨다는 생각을 했다.

하나님의 사람들을 후원하는 일로 교회가 복을 누릴 수 있음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아내는 자신이 신혼 시기를 보내고 또 두 아이를 낳아 학교 보내고 또 자신이 공부했던 곳에 돌아오자 흥분을 감추지 못해 했다.

예전에 우리가 물질적으로 가난한 가운데 즐겨 찾았던 식당의 음식들을 찾기도 했다.

아이들에게도 자신들이 나서 자란 곳을 보여주고 싶었다. 큰 아이 동연이는 어떤 부분은 기억하지만 또 어떤 곳은 전혀 기억을 하지 못하고 있어서 과거와 연결을 해주며 추억을 떠올리게 해주려고 노력했다.

동연이는 안타깝게도 보스톤에서 아빠와 함께 했던 시간들을 기억해 내지 못하고 요즘 바빠서 자신과 시간내주지 않았던 아빠만을 기억하는 듯했다. 나는 열심히 동연이와 내가 얼마나 많은 시간들을 함께 하며 즐거운 시간을 가졌는지를 설명해 주며 기억의 실타래를 풀어주려고 했다.

보스톤에 와서 내가 받은 충격은 내가 이렇게 아름다운 환경에서 8년간 있었나 하는 강한 느낌이었다.  

여름 햇살이 반짝이는 찰스 강변을 따라 가볍게 뛰었다.  바람은 몽골의 건조한 그것과는 달리 습기를 머금고 내 코와 목을 촉촉하게 적셔주면서 청량감을 더해 주었다.

구비구비 흐르는 강과 잘 정비된 강둑, 그리고 푸른 잔디와 아름드리 나무... 한가로이 풀을 뜯는 기러기들과 나무 위의 다람쥐...

도로변의 고풍스러우면서도 단아한 하버드 대학 기숙사 건물들...

몽골에 가서 첫 일년간은 꿈에 또는 눈을 감았을 때... 아련히 떠오르던 장면들이었다.  

그것들이 다시 내 눈앞에 나타난 것이다.

몽골에 살면서 까마득하게 잊고 있었던 환경이었다.  보스톤은 거의 변하지 않았다.  찰스 강변에서 조깅하면서 몇 채의 새 건물이 들어선 것 외에는 달라진 것을 볼 수 없었다.

8년간 좋은 환경을 주셨던 하나님께 감사했다.
하지만 과연 이곳에서 또 살도록 하나님께서 허락하신다고 할 때 기쁠 것인지는 잘 몰랐다.

보스톤의 생활 모습과 환경 모든 것이 변화를 거부한 채 그렇게 고정된 형태로 남아있는 것 같았다.

모든 것이 바뀌지 않은 것 같은데 그것들을 바라보면서 한편으로는 이질감이 느껴졌다.

과연 무엇 때문일까....

보스톤에서는 정지된 삶의 모습이 느껴졌다. 다들 정신없이 바쁜 환경이었다. 그 속에서 다람쥐 챗바퀴도는 삶의 연속이었다. 그러나 그곳에서 영적인 성장이 일어나는 것은 참 드물고 어려워보였다.

내가 다시 만난 사람들의 고민이나 삶의 문제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때 그들 안에 있는 신앙의 벽 같은 것들이 느껴지면서 이들이 어떤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묶여있는 가운데 현상적으로 보여지는 문제들이라고 느껴졌다.  

지인들과의 대화 가운데 문득문득 느껴지는 것이 내가 변했다는 사실이었다. 어떤 영적인 도약이 있었던 것 같은데 그것의 실체가 처음에는 잘 감이 오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면서 더 확실해진 것이 있었다.  지향의 차이였다.  

내게 온 큰 변화의 핵심에는 내 삶의 목표가 자아의 죽음과 주님 나라의 성취로 바뀌어 가기 시작했다는 점에 있음을 깨달았다.

삶의 구체적인 사안들과 맞부닥뜨려졌을 때 이것은 엄청난 변화라는 사실이 느껴졌다.  

많은 사람들은 홍해를 건너서 광야의 생활을 하다가 그곳에서 죽어간다. 어떻게 보면 나의 보스톤 유학 생활은 내 광야 생활의 중요한 일부였던 것 같다.

아주 소수의 사람들이 요단 강을 건너갈 기회를 얻는다. 광야 생활을 지나 가나안 정복의 시기로 나아가는 것이다.  수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신앙의 벽 (어떻게 보면 자아의 벽)을 넘지 않고 그곳에 안주함으로 해서 요단 강 너머에 있는 약속의 땅으로 나아가지 못한다.

내 4년의 생활을 돌아보니 나는 그 어느 시점에서인가 요단 강을 넘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관심과 목표와 사명이 예전의 그것과는 바뀌어 있었다.

나는 선교사가 되어서 몽골 땅으로 나아간 것이 아니었다.  몽골 땅에서 선교사로 바뀌어 갔던 것이다.

내가 보스톤에 가기로 계획하면서 한 번 만나보면 좋겠다고 생각한 분이 있었다.  김종필이라는 목사님이었다.

필리핀에서 사역하시다가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받아 영국 버밍험 대학에서 부흥과 관련된 연구로 3년만에 박사학위를 받으신 후에 보스톤으로 가라는 주님의 음성을 듣고 이곳에 와서 잠자는 미국 교회를 깨우며 앞으로 있을 보스톤의 부흥을 준비하시는 분이었다.

그 분의 간증과 강의를 듣고 관심을 가지게 되었는데 하나님께서 인도해 주시면 한 번 만나면 좋겠다는 마음이 있었다.

하지만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기다리며 먼저 만나려 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마침 달라스에서 열린 미국 중남부 한인 선교 대회에서 내 다음으로 말씀을 전하게 되었던 요하난 총재님이 오실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인도에서 폭동이 일어나면서 사역자 몇 분이 폭도들에게 끌려가 감옥에 가는 사건이 생긴 것이었다.  급히 인도로 간 요하난 총재를 대신해서 집회 측에서 김종필 목사님을 컨택했다.  

기적적으로 일이 성사되어 김종필 목사님이 급히 금요일 저녁 말씀을 전해주러 오셨고 그 결과 나도 그 분을 만나게 되었다. 그래서 보스톤에서의 만남을 약속할 수 있었다.

저녁 식사 자리에서 그 분을 만나서 그 분에게 하나님께서 주신 엄청난 사역에 대해서 들었다.  나는 MIU 사역 하나만으로도 버거운데 그보다 수십배 더 큰 사역의 현장에서 얼마나 외롭고 힘에 부치실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물었다.
"어떻게 그런 일들을 다 감당하실 수가 있어요?  저는 사역에는 소망이 없어요.  그 때 그 때 주님이 하라하시는 일을 주님이 힘주실 때만 감당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그 분은 대답했다.
"나는 이 세상에는 아무 소망이 없습니다. 제 육체는 실제로 죽음을 경험했고 7번에 걸쳐 천국을 보았습니다. 저는 이 세상의 삶에 아무런 미련이 없지요.  이곳에서 제게 오는 고통이 늘 버겁습니다."

김 목사님은 그저 자신이 소망하는 것은 천국이고 이 땅 가운데 사는 동안에 그저 하나님께서 하라 명령하신 일을 하나님께서 주신 힘으로 감당하는 것 뿐이라고 답을 주셨다.

그 분의 가장 큰 소망은 죽어 천국에 가는 것이라는 말씀이 와 닿았었다.  

다음 날 몇 가지 업무를 마치고 찰스 강변을 따라 내려오는데 하나님께서 "죽음"이라는 묵상의 제목을 주셨다.

내가 온전히 주 안에서 죽었는지를 점검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죽지 못한 여러 영역들을 떠올렸다.

주님이 내게 물으시는 것 같았다.
"네가 온전히 죽을 수 있겠니?"

그 질문은 내게 너무도 달콤한 초청으로 다가왔다.

나는 기꺼이 대답했다.
"예, 주님... 온전히 죽기를 소원합니다."

내가 경험했던 4년간의 선교지에서의 삶의 핵심에 이것이 있었다. 내가 왜 이곳 환경이 낯설게 다가왔는지 그리고 지인들과의 만남에서도 예전과 같은 느낌을 가질 수 없었는지를 깨달았다.

가나안 정복을 앞두고 요단 강을 건넌 자에게 있어서 애굽의 생활은 더 이상 매력적이지 않았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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