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여름 몽골 국제 대학교에서 제3회 PAUA (Pan-Asia and Africa Universities Association) 모임이 열렸다.
전세계에 흩어져서 사역하는 선교 대학교 관계자들이 모이는 회의였다.
물론 한국인 선교사들이 세운 선교 대학을 중심으로 한 것이다.
전호에서 나눈 것 같이 서구 선교계는 근 50년간 선교지에 단 하나의 선교 대학도 세우지 않았다.
물론 미국과 한국 그리고 기독교 신앙의 자유가 주어진 세계 여러 나라에 크리스천 학생들을 교육하기 위한 기독 대학들은 많이 있지만 교회 불모지에 믿지 않는 현지 학생들을 받아서 기독교의 가치에 입각해 현지인 지도자들을 교육해 내고자 하는 목적으로 세워진 선교 대학들은 세워지지 않았다.
한편 한국 선교계의 경우 최근 십여 년 사이에 구공산권이라 할 수 있는 중국, 몽골, 캄보디아 등지에서 선교를 지향하는 대학들을 세워나가고 있다.
지난 모임에서는 인도네시아에 세워진 기독 대학과 라오스, 미얀마 등지에 앞으로 대학을 세우기 위해서 준비하는 그룹, 그리고 아프리카 지역에 대학 설립을 준비하는 그룹들도 함께 했다.
이렇게 대학 사역 가운데 있거나 준비하는 분들의 연합 모임은 서로가 가진 경험들을 공유할 수 있었고 또 서로의 사역에 대해 앞으로의 모습을 조망하고 위안을 받을 수 있었기에 유익했다.
이러한 대학 선교 사역을 맡고 있는 사역자들 간의 연합 모임은 현 상황에서 필요 적절한 것이었다.
이러한 대학 선교 연합 모임은 미국 뉴저지에 있는 한인 교회가 후원을 해서 캄보디아의 NPIC가 주관해서 캄보디아의 프놈펜에서 열렸다.
제2회 대회는 중국의 한 대학이 호스트했고 제3회 대회를 몽골 국제 대학교와 또한 몽골 내의 또 다른 선교 대학인 울란바아타르 대학과 후레 대학이 연합해서 몽골에서 치를 수 있었다.
그간의 대회에서는 제4회 대회는 내년 1월 경에 한국의 사랑의 교회 공간을 빌려서 치러지게 된다.
제4회 대회는 한국 교계에 현재 진행중인 선교지에서의 대학 사역의 현황과 필요를 알리고 또 인력을 동원하기 위한 행사로 치러질 예정이다.
선교 대학 사역을 함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면서도 어려움을 겪는 영역이 바로 인력 동원 부분이다.
대학 교육 사역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유능하고 겸손한 교수와 행정 요원을 확보하는 일이다.
전문 교육을 받고 현지 적응 능력이 있는 준비된 일꾼들과 선교 현장의 대학이 연결되는 것이 늘 쉬운 일은 아니다.
이번 4회 대회는 이미 어느 정도 인력 기반을 갖춘 몇 개 대학이 그렇지 못한 대학들을 섬기고 또 인력 풀을 공유하고자 하는 섬김의 마음을 바탕으로 준비가 시작되었다.
선교 대학 사역은 여러 가지 면에서 앞으로 한국 선교에 있어서 중요한 파장과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대학 사역은 다양한 구성원들을 묶어내서 여러 사역을 복합적으로 진행하는 종합 사역이다.
선교 대학은 교육, 연구, 사회 봉사, 정부 자문, 외부 세계와 현지와의 연결 등 다양한 사역을 진행하게 된다.
대학이라는 공식 기구는 교육, 선교, 구제, 사회 계몽 등의 활동들을 지원하는 스테이션과 인력을 제공하고 재생산할 수 있다.
둘째, 선교 대학 사역은 그 대학이 위치한 나라에서 현지인들을 기독교적인 가치관으로 양육해서 그 나라의 미래를 책임질 리더 그룹을 양육하는 사역이다.
그 국가의 정부, 기업, 문화계, 교육계, 예술계 등 다양한 영역에 걸쳐서 영향을 미칠 미래의 지도자 그룹을 양육한다는 것은 그 국가의 미래에 긍정적이고, 선한 영향을 장기적으로 미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셋째 선교 대학 사역은 종합 사역이기 때문에 다양한 선교 단체나 기관들과 협력해서 공동 사역을 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 준다.
선교 대학 사역은 다양한 배경을 가진 단체들이 서로의 장점을 가지고 협력 플레이를 해야 하는 사역이기 때문이다.
이 사역은 목회자 그룹보다는 주로 평신도 전문인들을 선교지로 동원하기 위한 장을 제공해 준다.
실제로 선교사가 학생 비자를 받아서 학생 신분으로 가서 사역하는 것보다 선교 대학을 통해서 교수 신분을 가지고 사역하는 것이 보다 안정적으로 사역하면서 그 사회의 중 상류층이나 지식층에 영향을 미치기에 효과적이다.
현재 한국 선교계에서는 실버 미션의 중요성에 대해서 눈을 뜨고 있다.
전문 분야에서 종사하다가 은퇴한 분들이 선교지에서 자신의 경험을 활용해서 하나님 나라를 위해 제이의 인생을 살 수 있도록 함에 있어서 선교 대학은 그 분들을 흡수할 수 있는 좋은 사역의 장이다.
노년의 삶을 사는 선교사 분들이 안정적으로 자신의 전문 경험을 활용할 수 있는 위치와 여건을 선교 대학이 마련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넷째 선교 대학은 지역 개발을 위한 주체가 될 수 있고 외부 원조를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주체가 된다.
실제로 몽골 국제 대학교는 한국 정부가 개도국에게 지원하는 과제의 일부를 몽골에서 수행해 주는 역할을 맡기도 한다.
대학이 제공하는 기회로 인해 사역자들은 정부 공무원들을 상대하며 선한 영향을 줄 수 있고 국가나 지역 단위의 개발을 위한 청사진을 그리는 일에 도움을 주는 역할도 하게 될 때가 있다.
필자는 현재 몽골 국제 대학교에 몸담고 있는 사람으로서 앞으로의 사역에 대해 기대와 함께 마음의 부담을 가지게 된다.
왜냐하면 몽골 국제 대학교의 사역이 앞으로 생겨날 대학들에게 개척의 길을 먼저 걸어간 자로서 하나의 모델을 제시하게 될 것이라는 점 때문이다.
앞으로 선교지에 세워질 대학은 대부분 가르치는 언어를 영어로 정하게 될 것이다.
한국어로 가르치는 대학은 그 역할에 있어서 한계가 있고 유치할 수 있는 학생 그룹도 극히 제한되기 마련이다.
현지어로 가르치는 대학이라면 현지 대학과 비교해서 비교 우위를 가지기 어렵다. 현지의 국립 대학교보다 더 좋은 대학으로 자리매김하기 쉽지 않다.
또한 선교사들이 와서 섬기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학생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정도가 제한되기 마련이다.
영어로 하는 대학이 되기 위해서는 한국인으로서 영어권에 가서 살았거나 가르쳤던 재외국민들의 참여가 요청되며 또한 서구권 교육 선교사들과의 연합이 필요하다.
현재 이러한 모델을 가지고 가장 먼저 시도된 대학이 몽골 국제 대학교이다.
앞으로 선교지에 세워질 대학은 좋은 면으로든 나쁜 면으로든 몽골 국제 대학교의 사역의 역사와 현재의 모습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벤치마킹하게 될 것이다.
또한 이곳에서의 사역을 마친 교수 사역자들이 다른 지역에서의 사역을 돕는 역할을 하게 될 수도 있다.
혹자는 선교 대학 부정적으로 보는 경우들도 있다.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재정이 너무 많이 소요된다는 것이다.
만약에 그 재정으로 교회 개척을 한다면 훨씬 더 효과적으로 선교할 수 있지 않느냐는 것이다.
또한 너무 여러 대학들이 생겨나면 그 재정적인 부담을 어떻게 하느냐는 걱정도 있을 수 있다. 다른 대학들이 생기면 기존의 대학으로 들어오는 후원이 더 줄어들지 않겠느냐는 염려도 있을 수 있다.
이 부분에 대해서 필자도 고민하며 하나님께 여쭌 적이 있었다.
그 때 예수님의 발에 향유를 부은 마리아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마리아의 행동에 대해서 유다는 그것을 가난한 사람들과 나누는 것이 맞지 않느냐고 비난했다.
예수님의 대답은 “가난한 사람은 항상 너희와 같이 있지만 예수님 자신은 계속 같이 있을 수 없다”는 말씀으로 답하셨다.
가난한 사람들과 나눌 것과 예수님 자신을 위해 행해질 것은 각기 다르다는 것이다.
돌아보면 몽골 국제 대학교로 올 재정은 이곳 외에 다른 곳으로 갈 재정이 아니었다.
몽골 국제 대학교가 세워지지 않았으면 생겨나지 않았을 후원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교회의 후원도 있었지만 그 보다는 주로 어려운 사정 가운데에서도 소액으로 후원하는 지체들이 보내준 헌금이 재정적인 어려움을 극복하는데 큰 힘이 되었다.
그리고 사역자들이나 학교 모두 어려운 재정 상황 가운데서 생각지도 않았던 곳에서 예기치 않았던 방법으로 하나님께서 필요들을 채워주셨다.
결국 모든 재정의 공급은 하나님의 손에서 이루어진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고백할 수 밖에 없었다.
마지막까지 재정 공급을 위해 피를 말리는 수많은 상황들 가운데 넘어갈 길들을 예비해 주신 하나님을 경험하면서 필자는 이 사역이 하나님의 관심 가운데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선교 대학을 세우려는 지인이 있다면 필자의 첫번째 반응은 그 분을 위해 말리고자 할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하나님의 계획 가운데 있다면 어쨌든 그 일은 하나님의 뜻 가운데 온전히 순종하는 종들을 통해서 이루어져 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