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내려놓음”이라는 책에서 인생의 계획을 세우지 않고 하나님의 인도하심 가운데 의탁하며 사는 삶의 자세에 대해 이야기한 후 이 부분에 대한 질문도 많았고 또 오해도 있었던 것을 봅니다.
청년들을 위해 강의하시는 분들이 인생의 세부 계획을 세우고 그에 맞게 자신을 준비하라는 메시지를 전할 경우 제 책을 예로 들어 다른 사람은 다르게 이야기하고 있는데 어느 것이 맞느냐고 질문을 하는 경우 난감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특별히 이번에 박수웅 장로님께서 쓰신 “비전인생”이라는 책과 또 강의에 대해서 제 책에서 제시된 인생 계획에 대한 생각과 다른 것이 아니냐는 질문이 있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이에 대해 아래에 제 생각을 나누고자 합니다.
저는 독자들이 이 부분을 맞고 틀리고의 문제로 보지 않기를 바랍니다. 하나님이 각자의 삶을 인도하는 방식은 유티크(고유)한 것입니다. 저의 삶은 원래 많은 계획을 가지고 그것을 완수하기 위해 앞만 보고 달려가는데 익숙한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그런 저를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환경으로 이끄시면서 기존의 계획을 허무시고 하나님의 계획을 제 삶 가운데 심어주셨습니다. 마치 바울이 가던 방향을 돌이켜서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받으며 그 분의 계획에 자신의 삶을 맞추어 갔던 것과 유사할 것입니다.
특별히 이러한 인도하심에 대해 책에서 강조한 이유는 어느새 우리 사회가 고도의 경제 성장기를거치면서 서구적인 가치관을 적극적으로 수용하였고 그로 인해 계획세우는 것의 중요성을 지나치게 강조하고 어릴 때부터 그 틀에서부터 벗어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강단의 메시지가 이러한 시대적 흐름에 발맞추고 있기 때문에 한쪽으로 쏠린 메시지가 일반화되고 있다고 느꼈던 것이지요.
반면 하나님께서는 어떤 사람들은 청년 때부터 하나님을 위한 삶을 살기로 결단하고 그에 맞추어 인생 계획을 세우며 나아갔는데 하나님께서 그 계획을 사용하셔서 그 삶을 윤택하게 하시고 영향을 미치도록 인도하시는 경우도 있습니다. 베드로를 고기잡는 어부로 훈련시키신 후 사람 낚는 어부로 사용하시거나 요셉에게 꿈을 주시고 그 꿈을 이루어 가시는 경우라고 할까요…
자신이 세운 계획에 하나님이 포함되어 있지 않거나 하나님을 위한 계획이라고 하면서 실은 자신의 의지와 야망이 주된 동기가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경우라면 하나님의 계획을 묻고 겸손히 그분의 뜻에 순복하는 것이 필요할 것입니다.
그런가 하면 하나님께서 주신 소명과 그것을 위해 세운 계획에서 벗어나지 않고 끝까지 기다리고인내하는 견고함도 역시 중요한 덕목입니다.
성경의 세계관을 지탱하는 두 개의 세계관으로 하나님께서 택하신 것이 히브리적 세계관과 헬라적 세계관입니다.
제 견해로는 계획을 세우는 것을 강조하는 것은 현 서구 문명의 틀을 제공한 헬라적 특성이라고 생각됩니다. 반면 히브리적인 관점은 계획되고 정리된 틀을 가진 삶보다는 인간의 예측을 넘어서는 하나님의 섭리가 인생의 계획에 개입하고 관여하는 것에 대해 열려져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계획을 세우는 것이 맞느냐 틀리냐의 당위적, 윤리적 차원으로 이 문제를 끌고 가지 않는 것이 지혜로운 태도일 것입니다. 우리에게는 삶의 여러 가지 모델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이 러한 삶의 모델들이 하나님이 인도하신 것이라면 모두가 귀한 것입니다.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하나님께서 내 삶을 이제껏 어떻게 인도해 오셨는지를 돌아보고 그에 맞춰서 앞으로의 인도하심에 대해 기대해 보는 것입니다.
하나님의 제 삶의 인도하심을 보면 여전히 계획을 세우지 않게 하시고 예측하지 않았던 길로 이끄시는 것을 봅니다. 이러한 삶이 주는 익사이트먼트(짜릿한 기쁨)가 있습니다. 그러나 이 방식이 일반적이라고만은 할 수 없으며 다른 분들 모두가 다 이러한 삶을 살아야 하는 소명이 있는 것이 아니겠지요.
저는 박수웅 장로님이 고백하신 인생여정 역시 하나님께서 귀하게 보시고 사용하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우리 젊은이들이 귀기울여 볼 가치가 충분히 있다고 생각합니다.
길게 쓰지 못했지만 답이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