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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1221일 한국에 들어가서 췌장 수술을 받게 되었다. 그 수술 이후 경과가 좋지 않아 재입원하게 되는 바람에 인도네시아에 있는 가족과 떨어져 한국에 두 달간 머물 수 밖에 없었다.  그 과정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었지만 또한 하나님을 새롭게 만날 수 있었다. 이 이야기들을 함께 나누고자 한다.

삼 년 전에 한국의 종합병원에서 건강검진을 받을 기회가 생겼다. 검사결과 췌장에 혹이 생긴 것이 발견되었다. 보통은 췌장은 장기 뒤쪽에 숨어 있어서 병변이 발견되기 어려운 부위인데 용케 혹이 있는 것이 확인되었다고 한다. 그 혹의 발견 자체가 은혜이고 감사할 일이었다.  몇 번의 검사 후에 마지막으로 작년 여름에 애틀랜타를 떠나 인도네시아로 들어가기 전 보름간의 여유를 활용해서 한국에서 조직검사를 하게 되었다. 하나님께서는 조용히 이 종양을 거두어 가실 수도 있었는데 굳이 이 종양을 발견하게 하셔서 이 모든 과정을 겪도록 하신 이유가 무엇인지 묻는 시간을 가졌다. 이 일을 통해서 무엇을 가르치시기 원하시는지를 찾아가는 과정이었다.  보통은 술이나 담배를 많이 하는 사람들이 걸리기 쉬운 병인데 그런 것과는 거리를 두고 살아온 내게 그 부위에 질병이 생긴 것은 드문 일이었다. 

조직검사 결과 결국 그 혹은 결국은 수술하지 않으면 나중에 암으로 전이될 가능성이 있는 종양으로 판명되었다.  병원에서는 췌장의 삼분의 이를 드러내고 비장도 제거하는 수술을 해야 한다고 했다.  인도네시아와 같이 덥고 열대 풍토병이 많은 선교지에서 사역하려면 건강한 몸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데 췌장과 비장을 절제하면 몸에 이상이 올 수 있겠다 싶으니까 마음이 어렵기도 했다.

마침 중보 기도 사역자 분과 기도할 시간이 있었는데 그 분께서 기도하는 과정 중에 “하나님의 손길”이 함께 하실 것이라는 말씀이 마음에 울렸다. 내가 그 분과 기도하면서 받은 생각은 하나님께서 초자연적인 방법으로 이 종양을 거두어가시기 보다는 내 몸 안에 하나님의 손길의 흔적을 두실 계획이 있으시다는 것이다. 나는 그 하나님의 손길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좀더 알기 원했다.

마침 한국에 있는 짧은 기간 동안 한 분을 통해서 현대아산병원이 간과 췌장 쪽 수술에 있어서 가장 탁월하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문득 몽골에서 몇 년간 의료 선교사로 섬긴 적이 있던 박관태 선생님 생각이 났다. 그 분이 몽골에 단기 의료 선교 오셨을 때 그 병원에서 근무하고 계시다는 말씀을 들은 기억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 분의 전화번호를 수소문해서 연락 드렸다. 그 선생님은 췌장 수술이 당신이 가장 많이 한 수술이고 복강경 수술만 천 건을 하셨다. 그리고 지금은 고대안암 병원에서 근무하시고 계신데 병원으로 찾아오라고 말씀해 주셨다. 하나님께서 그 분과 연결하신다는 느낌을 받았다.

병원에서 수술과 관련된 의견을 나누고 난 후 그 분은 당신 사무실에서 책 한 권을 내게 선물로 주셨다. 그 분이 몽골에서의 의료 사역을 통해서 만난 하나님에 대한 간증이었다. 그런데 나는 책 제목을 보고 깜짝 놀랐다. 부제가 “나를 이끄시는 하나님의 손”이었다. 나는 그 책을 보는 순간 하나님께서 마치 내게 “자 이제 봤니?”라며 물으시는 것 같았다. 나는 이것이 하나님의 인도하심이라는 확신이 왔다. 꼭 초자연적인 방법으로 병이 나아야 하나님의 선하신 인도하심을 받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하나님께서 어둡고 고통스러운 시간 가운데로 나를 인도하신다. 그리고 그 길을 통해서도 하나님의 이끄시는 손길을 경험하게 된다.

박관태 선생님은 올해 봄에 다시 선교지로 들어갈 준비 중이시다. 그 전인 12월 중순에 수술을 받을 수 있도록 일정을 잡을 수 있었다.  공교롭게도 내가 인도네시아에서 머물며 쓴 책인 떠남이 수술하는 날짜에 출간되게 되었다.  책 표지도 하얀 색에 떠남이라는 제목의 책을 보면서 내 수술 사실을 아는 지인들은 마치 영원한 작별을 앞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고 전했다.  또 한 기독 교단 신문에서 췌장 종양 수술을 췌장암 수술로 잘못 전달하는 바람에 많은 분들에게 걱정을 끼치게 되었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가 그 병으로 죽었듯이 췌장 암은 워낙 치사율이 높고 완치가 어려운 병이다. 또 췌장 부위는 가장 수술하기 까다로운 부분이다. 

박관태 선생님은 일단 혹 부위만 제거하는 수술을 하자고 제안했다. 췌장관을 다칠 경우 췌장액이 밖으로 새어나올 위험이 있기 때문에 수술하는 입장에서는 더 까다롭고 어려운 모험이지만 나의 앞으로의 선교 사역을 생각해서 수술부위를 최소화하려는 배려였다. 수술을 받기 위해 마지막 검사를 했을 때 췌장의 혹이 다소 커져서 췌장관에 가까이 닿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혹만 제거하는 수술을 하기에는 더 어려운 상황이 된 것이다.

나는 어떤 상황이 전개되든지 간에 하나님께서 의사 분의 손을 통해서 내 장기 깊숙한 곳을 만져주실 것을 신뢰하겠다고 고백했다. 그리고 이 고통과 위기의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하나님께서 당신의 영광을 위해서 사용해 주시기를 구했다.  

실은 수술을 받으면서 수술에 대한 두려움 보다는 내심 하나님과 더 깊이 만날 것에 대한 기대가 찾아왔다. 이 모든 것이 내게 필요한 일이기에 허락하심을 믿기 때문에 평안하게 이 과정을 누리는 것이 믿음이라고 고백했다. 이 기간 동안 오랜만에 모든 책임감의 부담에서 벗어나서 그 분에게만 순전하게 집중하며 깊이 교제하는 시간이 되기를 소망하면서 수술실로 들어갔다.

수술은 성공적이었다.  그리고 5일간의 금식 후에 식사를 시작할 수 있었다. 그리고 열흘만에 퇴원할 수 있었다. 당시 나는 회복 후에 몇몇 교회와 단체에서 말씀을 전하기로 약속해 놓은 상태였다. 그런데 퇴원 후 사흘만에 고열과 복통으로 인해 병원 응급실로 향해야 했다. 수술 후 열처리 과정에서 손상을 입은 췌장관에 균열이 생긴 것 같았다.  두 곳에서 췌장액이 새기 시작해서 온 장기에 액이 퍼진 것이다.  췌장액은 산성이 강한 소화액이기 때문에 장기를 녹이고 손상을 입힌다.    

이 응급 상황 가운데 급히 개복을 해서 췌장 절제 수술을 하는 것이 유일한 대안처럼 보였다. 일차 수술 후에 장이 유착되기 시작하는 시점이기에 이번 수술은 지난 번 수술보다 훨씬 큰 수술이 될 가능성이 높았다.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지 못하는 상황 가운데 나는 그간 유지하고 있던 평안을 잃어버리는 느낌을 받았다.

당신의 손이 나와 함께 한다는 말씀은 진짜입니까?  아니면 내가 잘못 유추한 겁니까? 하나님, 이 상황을 통해서 무엇을 원하십니까?  결국 췌장 절단이 주님이 예비하신 인도하심입니까?”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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