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주일 전에 아이들 둘과 함께 한 손 가득 장을 봐가지고 택시를 탔습니다. 이곳에서는 택시가 아닌 자가용도 영업을 할 수 있습니다. 킬로미터 당 250원씩 계산하면 됩니다. 택시를 타면 보통 400원에서 500원이면 갈 거리인데 그 차 주인은 800원을 내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봐주는 셈치고 100원을 더 주었습니다. 그런데 기름값이 올랐으니 200원을 더 내라길래 무시하고 내렸더니 문을 열고 나와서 저희를 노려보더군요. 기가 막혀서 같이 노려보았더니 그냥 차를 타고 가버렸습니다. 집사람은 좀 놀랬나 봅니다. 혹시 그 사람이 해꼬지하지는 않을까 해서 얼굴이 질려 버렸다고 했습니다.
처음에는 그 운전사에게 화가 났었습니다. 제가 그 운전사에게 화가 났던 이유는 그 사람이 정직하지 못 하다는 점과 우리를 외국인 취급해서 우리를 속이려 한다는 점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좀 지나면서 제 마음이 편하지 않았습니다.
그러고 보니 저는 이 땅을 섬기러 온 선교사입니다. 그런데 그들이 나를 정당하게 대하지 않는다는 것 때문에 그들과 싸우려 드는 제 모습을 보았습니다. 생각해 보니 단돈 200원 때문에 벌어진 일이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제 손에는 몇 만원 어치 물건이 들려 있었습니다. 제가 가진 돈들은 전부 여러 분들이 헌금해 주신 돈입니다. 결국 제 것이 하나도 없는데 제 것을 빼앗기는 것처럼 굴었음을 봅니다.
때로는 익숙해 진다는 것이 굴레가 됨을 느낍니다. 그래서 익숙한 액수가 아닌 택시비가 요구되면 화가 나는 것이지요. 익숙해지기를 거부하고 차라리 외국인으로 남아있는 것이 더 좋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어차피 우리 모두는 이 땅에 대해서 이방인이기 때문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가장자리 이삭은 베지 말고 가난한 사람이 먹을 수 있게 해야 한다고 하십니다. 몽골에서도 기름값이 많이 올랐는데 택시비는 오르지 않아서 기사들의 수입이 많이 줄었습니다. 저도 택시비의 잔돈은 받지 말고 택시 기사들의 이삭으로 남겨주어야겠다는 생각을 가져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