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국 노마드 - 인도네시아 이용규 선교사 웹사이트입니다. ::

지난 한 주간에는 이용규 선교사님과 함께 베트남 유스코스타에 다녀오게 되었습니다.


같은 동남아시아권이지만 베트남은 인도네시아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더군요.

유교/불교권, 한자권 문화에, 정치는 사회주의 시스템을 유지하고 있는 나라,

1911년 기독교가 전래된 이후 오랜 기간의 억압 속에서 꿋꿋하게 믿음을 지켜온 교회들이 있는 반면 

아직 부흥을 경험하지는 못한 나라...

현지 선교사님들은 베트남의 복음화율을 1.5% 정도로 보고 있었습니다.

그 숫자가 참으로 소중하게 느껴졌습니다.


특별히 베트남의 전쟁 박물관을 견학하며 인상깊게 다가왔던 점이 두어 가지 정도 있었습니다.


그것들을 나누기 전에 먼저 근대 베트남의 전쟁 역사을 간단히 요약하자면,

호치민이라는 사람을 필두로 베트남이 1945년 프랑스 식민 지배부터 독립을 선언하고

그 선언 이후로 프랑스와 전쟁이 시작됩니다.

1954년까지 이어진 전쟁 끝에 프랑스는 베트남을 포기하게 되었고, 

그 해 베트남은 남과 북으로 갈라졌습니다.

그 후 1962년까지 남과 북이 각각 소련과 미국을 등에 업고 첩보전과 게릴라전을 거듭하다가,

1962년부터 72년까지는 미군이 직접 개입하여 전쟁을 치르게 됩니다. 

1972년에 남과 북이 휴전에 합의하며 전쟁이 일단락되는 듯 하였으나,

3년 뒤인 1975년의 북의 갑작스런 남침으로 단 3일만에 남쪽은 모두 점령당하고 말았습니다.


우리 남한과 북한이 처한 현실과 맞물려서인지,

특히 베트남 전쟁 역사의 마지막 부분을 통해 깨닫는 바가 많았습니다.


'그렇구나, 우리가 평화와 합의를 위해 노력해야 하지만, 끝까지 경계를 늦춰서는 안되는 것이구나...'


영적으로도 비슷한 것 같습니다. 

선교지에서 보면, 상황화(contextualization)를 통해 현지 문화가 수용할 수 있는 언어로 복음을 재해석하여 전파하려는 노력들이 있습니다. 

그 탁월한 예는 브루스 선교사님이 중남미 정글의 모틸론 족과 함께 살면서 그들의 설화 안에 전해져오던 구원자와 예수님을 연결시켜 복음을 전한 사례입니다. 그렇게 예수님을 믿은 모틸론의 한 형제가 부족 노래 대회에서 추장과의 대결을 펼치며 복음을 노래로 엮어 전파하였고, 열 시간이 넘는 그 노래 대결(+영적 대결)에서 그 형제가 승리하면서 그 날 모틸론 족 전부가 예수님을 영접하게 되었다는 스토리이지요. 

자기들의 언어로 성경이 모두 변역된 지금도 모틸론 족 사람들은 예수님이 그저 다른 나라 사람이 아니라 자기네와 똑같은 모틸론 사람이라고 믿고 있다고 합니다. 

참으로 가슴 떨리는 이야기가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런데 이런 경우도 있습니다.

최근에 인도네시아에서 알게 된 어느 선교사님인데,

사역 초기에 내부자 운동(Insider movement)에 적극 헌신하여 사역해 오신 분입니다.

얼마 전에 저희 대학설립위원회 팀에서 이 분을 초청해서 세미나 시간을 가졌답니다.

이 분의 간증을 들으며 저도 너무 마음이 아파서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었는데요...

이 선교사님은 기독교라는 정체성을 드러내지 않고 그저 회교도들 사이에서 '나비 이사'(선지자 예수)를 따르는 사람 정도의 정체성만을 드러내고, 회교도들처럼 말하고, 외모도 회교도들처럼 꾸미고, 회교도들이 하루 다섯 번 기도할 때 자기도 방에 들어가서 묵상으로 기도하고... 그렇게 그들 안에 살며 지내왔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육신의 병과 함께 사탄의 참소가 시작되었습니다. 뒤이어 심각한 탈진이 찾아왔고, 심지어 자살까지도 생각하는 지경에까지 이르게 된 것입니다. 자기가 기독교인인지 회교도인지, 한국인인지 인도네시아인인지 심각한 정체성의 혼란이 찾아왔다 합니다. 다행이 한 철야 중보기도팀의 도움으로 이 분이 회복되기 시작했고, 그 과정에서 이 분 아들이 꿈을 꾸었는데, 꿈에서 보니 아빠가 방에서 기도하고 있는데, 그 앞에 무시무시한 괴물이 입을 떡 벌리고 잡아 먹으려 하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이 선교사님 가정은 급히 한국으로 나가게 되었고 교회의 따뜻한 사랑과 도움으로 온전한 회복을 경험하였습니다. 기도도 많이 바뀌어 이제는 통성으로 소리내어 기도하신다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회교도들 사이에서 친구가 되어주는 한국인 크리스천'이라는 정체성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재정립하고, 가정 교회 사역을 통해 너무나 건강하게 그리고 멋지게 사역하고 계십니다. 얼마 전에 저희를 다시 방문하셨을 때에도 자기가 택시를 타고 오는 길에 택시 기사를 전도했고 그 분이 영접까지 했다며 기뻐하시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저도 할렐루야를 외치며 같이 기뻐했지요.


저는 그 선교사님의 간증 중에 아들이 꿈에서 본 그림이 매우 인상깊었습니다. 그 이야기를 나눠주실 때 제게 딱 하고 떠올랐던 생각이,


'아, 그냥 먹혀버린거구나.'


였습니다. 

너무나 회교도들을 사랑해서 또 그들과 함께 있고 싶어서, 그들처럼 되었지만, 결국 영적인 힘이 없는 상황화는 쉽게 먹혀버릴 수 있다는 교훈을 배우게 된 것이지요. 처절한 도전과 삶의 간증을 통해 저희에게 그 소중한 교훈을 가르쳐주신 그 선교사님께 존경과 사랑의 마음을 표합니다.


...


앞으로 세워질 우리 학교도 이 부분에 대한 균형이 중요하다 생각됩니다. 


교육 기관이라는 정체성 안에는 분명히 그 지역과 사회의 친구가 되어주어야 할 부르심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우리가 교육이라는 도구를 통해 직접적으로 다가갈 수 있는 부류의 영혼들이 있겠지만,

또 교육 기관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간접적으로 복음을 경험하게 될 사람들도 많이 있겠지요...


가능한 많은 사람들에게 다가가려면 우리가 갖고 있는 선입견과 문턱을 제거하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 선이 어디까지인가가 상당히 애매하다는 것입니다. 

또한 교육부와 지역 사회의 필요와 요구 사이에서 그 긴장된 선을 유지하는 일에 있어서 때로는 매우 난이도 높은 기술이 필요하다는 사실입니다.


어쩌면 그 줄타기 가운데 매순간 우리 손을 잡아 주시는 성령님의 은혜가 바로 사역의 묘미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드네요.


...


그리고 베트남의 근대 전쟁 역사를 보며 또 한 가지 느낀 것은,

베트남의 부르심과 관련된 것이었습니다.


전에 제가 몽골에 있을 때,

'타키모토 준'이라는 일본 목사님이 오셔서 말씀을 전해주신 적이 있었는데,

그 때 목사님께서 영적 전쟁에 대해 말씀하시면서 아주 조심스럽게 언급하신 내용이 있었습니다.


그 내용이 무엇인가 하면,

당신께서 보시기에 일본이라는 나라에 전쟁의 달란트가 있다라는 것입니다.

그 이유인 즉슨 목사님이 담임하시는 교회를 성령님께서 만지시면서 놀라운 기도의 불길과 영적 전쟁이 시작되었는데, 그 이후로 교회에 부흥이 있었고,

심지어는 어떠한 기도 제목이 주어지면 제한 시간없이 계속해서 기도하는 팀도 자발적으로 생겨났다고 합니다.

그런 팀들과 함께 영적 전쟁을 수행하며 일어났던 놀라운 일들이 책으로도 편찬되었고 한국어로도 번역되었지요.

어쨌든, 당신께서 사역을 하다보니 일본 사람들이 영적 전쟁을 너무나 잘 수행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는데,

안타깝게도 사탄이 그 재능을 잘못 사용하도록 충동질하여,

그 결과 일본이 전쟁을 일으키고 많은 아시아 국가에 고통을 주었다 라는 내용이었습니다.


그 이야기를 들으며 가슴 섬뜩하면서도, 무릎을 탁 치게 되었던 기억이 납니다.

요즘 일본 총리의 극우적 발언으로 인해 아시아 사람들의 마음에 고통이 더해지고 있는데요,

만일 일본이 자신의 부르심과 그 에너지를 긍정적인 곳(영적 전쟁)에 쏟아부을 수 있다면,

쓸데 없는 곳에 에너지를 분출하는 일도 줄어들텐데 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이것도 일본을 위한 하나의 기도제목인 것 같습니다.


그런 맥락에서 이번에 베트남을 방문하였을 때,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 일본에게 공격의 부르심이 있다면, 베트남에게는 끈질기게 버티며 방어하고 참아내며 이겨내는 부르심이 있구나!'


정말로 그렇습니다. 

어떤 모양이 되었건 외세를 이겨내고 버텨낸 베트남의 저력을 높게 평가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리고 그런 저력이 믿는 자들에게도 계승되어 사회주의 체제의 핍박 속에서도 끈덕지게 살아남은 교회가 있음을 보게 됩니다.

이런 베트남이 보다 적극적인 모습으로 전세계의 믿는 자들과 연결되었을 때에,

우리 전지구적 교회에게 더욱 멧집있고 근성있으면서도 오래 참음을 통해 종국에는 승리를 쟁취해낼 수 있는 역량이 더해지리라 기대하게 됩니다.


힘내라 베트남!

하나님께서 베트남에 믿는 자들을 더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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