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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얼마 지나지 않아 바양울기 시에서 만난 이 운전사가 하나님께서 우리를 위해 예비해 놓으신 사람이란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이 운전사는 몽골 서북 지역에 사는 소수민족인 카작족이었다.  그래서 몽골어 외에 카작어를 할 줄 알았다. 카작인을 상대할 때는 몽골어보다는 카작어를 쓰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  국경 지대라 인근에 몽골어를 잘 하지 못하는 카작인들도 많았고 또 군이나 관의 관계자들 중에도 카작인들이 다수 있었다.
산림 보호 구역으로 들어가는 관문에서 경계를 서던 사람도 카작인이었다.  마침 우리 차의 운전사가 아는 사람이 근무서고 있었다.  그 관리인은 우리 운전사에게 자신이 보내주기는 하지만 나중에 책임자의 허락이 별도로 필요할 것이라고 말해주었다.

카작인 운전사는 일단 첫 고비는 넘었다고 좋아하면서도 그 안쪽 지역의 국경 수비대 사람들을 개인적으로 잘 모르기 때문에 국경 지대 통과 허가증이 없는 것이 문제가 될 수 있다며 불안감을 드러냈다.
우리는 저녁 내 만년설과 침엽수가 퍼져있는 산악지대를 달려 밤 11시가 되어서 국경 초소 앞까지 도착했다.  

마침 초소 철조망 앞에 카작인 전통 게르(투르크어로 유르트)가 몇 채 있었다. 그 곳에서 하룻밤 자고 다음 날 군부대를 찾아가 허락을 받아보기로 결정하고 운전사가 그 게르 문을 두드렸다.  
그 순간 갑자기 지프차 한 대가 와서 우리 차 옆에 섰다.  알고 보니 그 집 주인인데 바양울기 시에 볼 일이 있어서 갔다가 그곳에서 하루를 보내기 보다 집에 돌아와서 쉬자고 마음먹고 저녁 내내 운전해서 달려왔다는 것이다.

감사하게도 그 집 주인과 비슷한 시간에 우리가 그 집에 도착했던 것이다.  집주인은 그 카작인 운전사를 보고 경계를 풀며 흔쾌히 우리에게 잠자리를 제공하겠다고 했다.  
같이 식사를 하고 난 후 그 주인이 물었다.  이곳 풍습은 중요한 이야기는 바로 꺼내기 보다 식사하고 낯을 익힌 후에 하는 경우가 많다.  

주인은 카작 악센트가 강한 몽골말로 물었다.
“당신들은 여기서 무엇을 하고 있습니까?”
“우리는 학술조사차 온 사람들인데 바얀 바아타르 석상을 조사하고 영상에 담기 위해 왔습니다.”

우리 카작인 운전사는 우리가 필요한 허가증 없이 이곳에 온 사실에 대해서 설명해 주었다.  그러자 그 주인이 말했다.

“당신들 여러 가지로 운좋은 사람들이군요.”

우리는 그와 같은 시간에 도착한 것만을 의미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이야기 중에 드러난 사실은 그가 바로 입구에 있던 경계보던 사람이 언급한 산림 보호 책임자라는 것이었다.  
책임자가 잠자리를 제공하고 이미 친하게 된 사람을 신고할 리는 없었다.  이 책임자는 내가 다니는 몽골 국제 대학이 영어로 강의하는 대학이라는 사실에 자신의 딸을 영어로 공부시키고 싶다며 관심을 표명하고 있던 터였다.

그 주인은 우리가 낮에 도착하지 않고 밤에 온 것이 다행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지금 국가안전기획부에서 나와 스파이에 대한 조사를 하는 중입니다. 군부대에서 스파이 검사를 잘 하는지를 확인하려고 국경을 조사하는 중인데 당신들이 낮에 도착했었으면 큰일 날 뻔 했습니다. 당신들이 오늘 나를 안 만났으면 모두 잡혀갔을 겁니다.”

아울러 이전에 몽골사람들 다섯 명이 얼씬거리다 바양울기 경찰서로 잡혀가서 한 달 동안 취조 받은 적도 있었다는 사실을 덧붙였다.

주인은 내일 아침 일찍 군부대에 들어가서 상황을 보고 국경 검사팀들이 떠난 것을 확인하면 부대장의 허가를 받아보겠다고 말했다. 어쨌든 우리 팀 가운데 신분증을 지참하지 않은 몽골인의 경우에는 출입이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다음 날 우리는 눈에 띠지 않게 차를 타고 계곡 사이에 피신해 있었다.  
얼마 후 주인의 아들이 말을 타고 와서 우리에게 전했다.  국경 수비대 안으로 들어가서 단 5분 동안 촬영할 수 있는 허가를 받았다는 것이다.  군인들이 총을 들고 서있는 초소를 지나 군부대 안에서 부대장을 만나고 석상을 마주하면서 마음이 울렁이고 다리가 후들거렸다.  

오직 한 방향에서만 사진을 찍을 수 있었지만 석상을 조사하고 촬영을 하면서 하나님께 감사의 기도를 연발했다.  이 모든 것이 꿈에서만 가능한 기적이기 때문이다.  
동행한 일행 모두 감격해서 눈물을 글썽거렸다. 촬영을 끝낸 동석 형제는 늘 자신의 작업 가운데 하나님의 구체적인 인도하심을 직접 느껴보기를 소망하면서 기도해 왔는데 그 소원이 이루어졌다며 감격해 했다.
돌이켜 보건데 이 모든 일정의 단 1분 1초까지도 하나님의 섬세한 계획 가운데 붙잡혀 있었던 것이다.

바얀 바아타르 석상은 위구르 시기의 것으로 추정됨을 현장에서 확인했다.  아울러 이것이 위구르 시대 때부터 복음이 몽골 초원 지대에 확산되어 있었음을 확증하는 자료가 될 수 있음을 깨달았다.  
이들 위구르 족들이 후에 키르기즈 족에 의해 멸망하자 유민들의 일파는 지금의 중국 신강 위구르 지역에 위치한 천산 산맥 주변에 흩어지게 되고 나머지는 몽골 중앙부와 지금 내몽골 지역의 오르도스 지역으로 이주했다.  몽골족 가운데 기독교도들이었던 케레이트족과 옹구트족은 그들의 후예인 것이다.  

바얀 바아타르의 목에 걸린 십자가는 바로 내몽골 올론 솜의 옹구트 족 유적지 일대에서 발견된 새모양의 십자가와 같은 계열이었다.  
동방 교회는 십자가를 고난보다는 영광의 상징으로 보고 있고 또 부활을 강조하였기 때문에 새처럼 영혼이 하늘을 향해 날아간다는 의미로 십자가에 새 모양을 장식했다.  이것을 몽골 고고학자들은 부족 토템이라는 식으로 오해하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이 일을 통해 하나님이 정말로 신실하심을 다시 한번 발견하게 되었다. 하나님의 계획은 너무나 정교하고 정확하시다는 것을 보게 되었다. 내가 계획할 수 없고 바라볼 수도 없었던 영역 가운데 하나님이 일하시는 것을 보았다.
그래서 우리의 실패도 우리의 고난도 우리의 약함도 하나님 앞에 드려질 때, 그리고 “하나님, 말씀하십시오. 종이 순종하겠습니다”라고 고백할 때 하나님께서 일하기 시작하시는 것을 보았다.

나는 이 여행을 떠날 때 운전기사 한 사람을 믿었다. 그 사람만 믿고 가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 운전기사 앞에 놓여 있는 문제는 우리가 해결할 수 없는 문제였다.
도리어 그 운전기사가 그 차와 함께 남아 있어야 하는 그 순간부터 하나님이 일하시기 시작했다. 하나님의 타이밍에 하나님의 방식대로 일이 시작된 것이다. 이게 하나님이 일하시는 방식이다.

아울러 이 여행을 통해서 동방 교회의 흔적을 찾아가는 이 일을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며 이 흔적을 목도하고 또 세상에 알리는 일을 위해 하나님께서 많은 것들을 예비하시며 이끄실 것에 대해 우리 가운데 확증이 임했다.  
이 여행 하나만으로 우리 팀 모두의 영적 회복과 성장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신앙적으로 느슨해지거나 개인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거나 하나님을 더 깊이 만나기 원했던 많은 영혼들이 이 여행을 통해서 하나님의 위대하심과 섬세한 배려에 조우하게 되고 변화를 입었다.  
학문적인 추구과 병행해서 영적인 성장이 병행했던 것이다.



김영수

2007.05.18 12:34:52

할렐루야!!
선교사님 저도 요즘 하나님이 일하시는 것을 몸소 체험하고 있습니다.
정말 선교사님 말씀대로 그 절묘한 타이밍과 하나님의 놀라운 방식에 소름이 돋을 정돕니다~ 정말 하나님께 영광과 찬양을 돌립니다.
선교사님을 알게 된 이후로 기도를 하다보면 선교사님 이름 석자가 항상 떠오르게 되어 기도 하고 있습니다. 항상 강건하시고 하나님의 일에 힘내세요~ 오늘도 선교사님과 저와 그리고 주님을 믿는 모든 형제와 함께하시는 하나님께 영광과 찬양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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