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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만나는 하나님

아내는 11월 말에 아이를 낳을 예정입니다.  
안식년에 대해서 결정하고 준비하던 중에 아이가 생겼기 때문에 보험을 들거나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임신 중에 한국으로 갔다가 다시 미국으로 가야 했습니다.  
병원을 정하는 문제와 보험 문제가 우리의 기도 제목이었습니다.  보험 없이 아이를 낳아야 했는데 출산 비용이 많이 들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부분에 대해서도 하나님의 계획이 있으실 것에 대해 신뢰했습니다.

도착해서 알고 보니 텍사스 지역은 오일 머니 때문에 주정부 예산이 풍부해서 주정부에 내는 세금도 없고 또 의료와 교육 관련 혜택도 좋았습니다.  
미국에서 세금을 낸 기록이 있는 우리 가정의 경우 쉽게 의료 혜택이 주어졌습니다.
심지어 아이 출산 문제와 관련해서도 좋은 환경을 하나님께서 허락해 주셨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지요.

아내는 DTS 훈련을 받으면서 처음에는 밤늦은 시간까지 기도회에 참석하고 숙제를 하는 열심을 보였습니다. 훈련에 지나치게 집중하는 아내의 모습을 보며 다소 불안한 마음이 있었습니다.

결국 임신한 몸으로 두 아이를 돌보아야 하던 아내는 모든 훈련 과정에 참여하려 하는 열심에 문제가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늘 모범생으로 자란 아내는 신앙 훈련에 있어서도 늘 바른 자세로 열심히 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실은 그것은 제가 가진 모습이기도 했습니다.

항상 수업에 늦으면 안되고 열심히 준비해 가야 하고 또 일반 수업에서처럼 열심히 필기하고 또 질문이 나오면 누구보다 정확한 답을 제시하기 원하고… 또 적당한 긴장감을 가지고 동료들보다 뒤쳐지지 않으려 자신을 채근하는 모습…

예전에 미국에서 수업하던 시기의 제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영어에 대한 부담과 말을 잘 하는 사람들에 대한 부러움… 실수를 용납하기 싫어해서 몸부림쳤던 일들… 교수님에게 좋은 인상을 주기 위한 열심… 다른 사람들의 시선에 대한 부담…  
이런 것들은 하나님 앞에서 해결되지 않은 내 자아가 만들어 내고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내 안에 있는 탕자의 비유에 나오는 “큰 아들”의 모습이었지요.

그리고 어느 새 그런 경쟁심과 열심이 우리의 자아의 일부를 형성하게 되면서 교회에서도 비슷한 모습으로 반응하려 한 모습이 있었습니다. 교회 모임에서 성경 공부를 함에 있어서도 학교 공부하듯이 다른 사람보다 더 많은 책을 읽고 더 많은 지식을 쌓고 더 깊은 생각을 하고 정답을 많이 제시하려고 하는 노력…  

그 노력 자체가 잘못은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문제는 그러한 노력으로 하나님을 만나는 것이 너무도 어렵다는 것입니다.
하나님을 만나고자 하는 성경 공부나 신앙 훈련 프로그램 가운데 우리는 오히려 자칫 하나님을 거부하고 스스로 독립된 존재로 서고자 하는 자아를 살찌우게 되는 것입니다.

저는 중학교 시절 하나님을 간절히 찾았던 적이 있었습니다. 어느 수련회에서 강사 분이 밤새 소나무 뿌리 하나 정도는 뽑고 기도해야 하나님을 만날 수 있다고 말씀하신 적이 있습니다.
저는 그 말을 듣고 결심을 하고 그 날 밤에 모래 언덕에서 자라는 작은 소나무를 붙잡고 기도하기 시작했습니다.  

한참을 기도하다가 저는 너무 큰 소나무를 붙들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좀더 작은 소나무 쪽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그리고 다시 기도를 시작했지요.  
얼마 후 제 힘으로는 소나무 뿌리가 빠지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소나무 밑동을 흔들다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하나님… 소나무가 안 뽑혀요… 어떻게 해요?  어떻게 해요?”

오랜 세월이 지나서야 하나님을 만나는데 있어서 소나무를 뽑고 안 뽑고가 중요하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하나님을 만나고자 하는 열심이 필요하지만 때로는 그것이 하나님께 나아가는데 방해가 됩니다.
내 열심으로 하나님을 만나고자 결단하는 것은 하나님 앞에서 교만이 되기도 합니다.
하나님께서 우리를 찾아주시도록 그저 겸손히 그리고 인내함으로 소망 가운데 하나님을 기다리는 것이 열심 내는 행위보다 더 지름길이 된다는 사실을 아는 데는 시간과 경험이 필요했습니다.  

저는 아내에게 있어서도 자신의 잘못된 동기에서 나오는 열심의 문제를 하나님께서 다루시기 원하시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아내도 하나님을 만나기 원해서 훈련 과정을 가지게 되었지만 실은 그 훈련 과정에서 자신의 열심과 무리로 인해 오히려 하나님께서 일해주시기 불편한 환경을 스스로가 만들고 있음을 보게 되었습니다. 
 
아내는 기도 가운데 자신이 여전히 모범생의 모습으로 훈련에 임하기를 원하고 있었으며 남들과 똑같기를 바라고 뒤떨어진 사람의 모습으로 남아 있기를 원하지 않고 있었음을 깨달았다고 합니다.
하나님의 다른 클라스 메이트들에 대한 부르심과 자신에 대한 부르심이 다르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고백했습니다.  
"하나님 제가 바보처럼 남겨져도 좋습니다."

중요한 것은 훈련에 임하는 자신의 각오나 태도가 아니라 하나님께서 자유롭게 우리를 다듬으실 수 있도록 우리 자신 안에 있는 하나님의 방해거리들을 확인하고 하나님께서 그것들을 청소하실 수 있도록 기회를 드리는 것입니다.  

이 무렵 아내는 병원에서 정기 체크 업을 받게 되면서 자신이 임신 당뇨 증상이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임신 중에 흔히 있는 일이기 때문에 식이 요법을 충실히 하고 운동을 잘 하면 큰 문제는 없을 수 있지만 여전히 이 일은 아내에게 의외의 충격이었습니다. 영양학 전공자로서 누구보다도 영양 문제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 사람인데 스스로가 환자의 상태에 빠진 것이지요.
머리 속에 있는 지식만으로 우리가 변화하는데 충분하지 않음을 다시 한 번 경험했습니다.

미국에 도착해서 음식이 풍부한 환경에서 열량이 높은 식사를 하면서 음식 조절에 주의를 기울이지 못했지요. 나이가 있는 상태에서 아이를 가지게 되었고 훈련 받느라고 운동을 소홀히 하다 보니 문제가 생겼을지 모릅니다.

이 일을 계기로 아내는 식사를 조절하면서 아침 점심 저녁 산책을 시작했습니다. 결과적으로 그로 인해 아내는 활력을 찾고 더 건강해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훈련에 들어가는 시간을 줄이고 숙제를 포기하고 주변의 오솔길을 산책하면서 아내는 오히려 깊은 묵상과 기도 속에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훈련 프로그램에서 열심 내던 때에 만나기 어려웠던 하나님을 아픔 가운데 찾으면서 더 깊은 만남의 기회로 인도함을 받게 된 것입니다.

최근의 병원에서의 체크 업 결과, 체중도 그다지 늘지 않고 아이도 건강하게 자라고 있으며 좋은 상태라고 들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아내의 육신의 약함을 통하여 아내의 영적인 시야를 열어주셨습니다. 그리고 육신의 약함 가운데 하나님을 향한 겸비함과 간절함을 허락하셔서 단순히 훈련에 참여함을 통해서는 얻을 수 없는 영적 지혜를 누리게 하셨습니다.  
그 결과 신체적으로나 영적으로나 더 건강한 모습으로 바뀌어 갈 수 있었습니다. 또한 이러한 성숙이 있음으로 해서 DTS 훈련이 가지는 영적 유익을 더 누리고 감사할 수 있게 하셨습니다.

우리는 변화된 이후 훈련을 통해서 더 견고해집니다. 거기에 훈련의 유익이 있습니다. 그러나 자칫 훈련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 때문에 오히려 훈련이 우리에게 방해가 될 수 있음을 봅니다.
변화 받지 못한 채 훈련으로 견고해진  자아가 우리 자신의 변화를 더 어렵게 할 수도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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