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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야 일기: 물질 2

조회 수 27588 추천 수 0 2005.10.24 11:22:19
유학 시절 나는 차와 집과 관련되어 하나님의 역사하심을 많이 목도했다.  그래서 나는 후배 교회 청년들에게 차와 집에 대해서 기도 많이 하라고 늘 당부하곤 했다.  실제로 집과 차는 우리가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곳이다.  이 공간을 위해 늘 기도하는 것이 영적으로 유익하다.  
더욱이 이 두 장소는 전도를 위해서도 상당히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이다.  처음 유학온 학생들을 집에 불러 식사를 대접하면서 삶을 나누고 어려운 사정을 들어주고 하나님과 교회를 소개하는 과정에서 많은 사람을 교회로 인도할 수 있었다.  그리고 교회 라이드를 하는 시간 동안 사람들을 상담하고 또 신앙이 약한 사람들을 든든히 세워줄 수 있었다.  차를 타고 가는 동안은 어쨌든 그들은 내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고 20 여분간 긴밀한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이 시간은 어쩌면 우리가 주일날 교회가서 보통 어느 누구와 앉아서 대화하는 시간보다 적지 않은 기간이다.

아내가 뱃속에 아이를 가지고 산달이 가까워 옴에 따라 마자라는 이디오피아 친구와 나누어쓰던 집에서 나와 이제 독자적인 공간을 가질 때가 되었다는 마음이 들었다.  아이의 출산과 함께 온전한 가정이 거쳐하는 집을 소망하고 기도하기 시작했다.  
내가 다니던 교회는 유학생 중심의 교회다 보니 손님이 오시더라도 마땅히 재워주기를 자원하는 집이 많지 않았다.  나는 가능하면 침실이 두 개 있는 집을 얻어서 오가는 사람들이 묵어갈 수 있으면 좋겠다고 기도했다.  

당시에는 월세에 대한 두려움에 잡혀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한 싼 집을 구하려고 알아보았다.  가난한 사람들이 가지는 영적인 문제 중 하나가 돈 쓰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다.  집값이 비싼 보스톤 지역에서 집값은 내게 일말의 공포를 주었다.  
마침 교회 집사님 한 분이 당신이 집을 사서 나가실 계획이니 당신이 쓰고 있는 아파트에 들어올 수 있도록 집에 공동으로 이름을 올려놓으라고 했다.  바깥 시세보다 매달 200불 정도 월세가 싼 집이었기 때문에 이 집을 잡고 싶었다.  그래서 그 집에 살지도 않으면서 룸메이트로 이름을 올려놓았다.  
그리고 나서 나는 마자에게 그 달 말로 집에서 나가겠다고 이야기해서 다른 친구가 내가 살던 방으로 들어오도록 이야기해 놓았다.  그런데 그 집사님이 계속해서 나가는 날짜를 어겼다.  집 계약에 계속 문제가 생긴 탓이었다.
오갈데 없는 상황이 몇 번 닥쳤음에도 불구하고 감사하게도 그 때 그 때마다 방학 동안 잠시 비운 집에 임시 거처를 얻을 수 있었다.  그 아파트가 비기만을 기다렸던 것이다. 그 해 여름 배부른 아내와 함께 나는 여섯 번이나 거처를 옮기며 나그네의 삶에 대해 많은 묵상을 했다.  짐이 많을수록 짐이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몇 차례 하나님께서 그 집사님이 거처하는 아파트가 아니라는 싸인을 주셨지만 값이 싸다는 이유로 나는 여전히 그 아파트를 붙잡고 있었다.  그러나 그 집사님이 또 다시 기간을 어기면서 개학 이전에 그 아파트에 들어갈 수 없음을 통보하자 난감할 수 밖에 없었다.  

나는 임시거처에 함께 머물던 교회의 친한 선배와 함께 새벽기도하러 나갔다.  그 선배의 아들도 기도하러 갔는데 기도 중에 “삼촌이 우리 집 근처에 살게 해주세요”라고 기도했다고 한다.  그 선배는 피바디 테라스라고 하는 하버드 대학 기혼자 아파트에 집을 얻어놓은 상태였다.  
나는 기도하면서 하나님께 하소연했다.
“하나님, 여우도 굴이 있는데 저는 머리둘 곳도 없습니다.  이토록 많은 보스톤 일대의 집중에 저희가 거처할 집이 이리도 없단 말입니까?”
하나님이 물으셨다.
“왜 집이 없다고 하니?  너는 왜 하필 그 아파트만을 고집하니?”
“하나님, 방이 두 개짜리라야 오가는 사람을 재워주기도 하지요.”

하나님이 다시 물으셨다.
“그런데 왜 그 집이니?”

나는 터뜨리듯이 대답했다.
“하나님, 싸잖아요!  싸야 우리가 월세 부담 줄이고 살 수 있지요.”

하나님의 말씀이 내 마음 깊숙한 곳에서 울렸다.
“너는 이제껏 지낸 것이 나의 은혜 때문이라고 고백하면서 미래의 재정에 대해서는 여전히 맡기지 못하고 있구나.”

내 마음에 집을 결정함에 있어서 충분히 기도하지 않았고 믿음으로 구하지 않았다는 자책이 일었다.  그래서 대답했다.
“하나님, 실은 학교 아파트인 피바디 테라스가 제 마음에 들었던 것이 사실이예요.  그 아파트 중에 침실 두 개짜리를 오늘 제가 구할 수 있으면 하나님께서 주시는 집으로 알겠습니다.”

피바디 테라스는 여건이 좋은 아파트이긴 하지만 내가 들어가려는 아파트 보다 월세가 450불 가량 더 비싼 1,300불 정도였다.  단 학교 아파트는 이미 신청 기간이 끝났고 경쟁도 치열했다.  
한 가지 유일하게 학교 아파트를 구할 수 있는 방법은 갑자기 떠나야 하는 사람들이 아파트 일년 계약을 중간에 취소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 경우 학교 아파트 관리 사무소에 공고가 난다.  이 사무소가 아침 9시 반경 문을 여는데 이렇게 갑자기 나오는 아파트를 얻기 위해서는 학생들이 새벽부터 줄을 서서 기다려야 했다.  그래도 어떤 날은 매물조차 나오지 않아 허탕을 치는 것도 일쑤였다.    
그런데도 나는 기도하면서 그 날 당장 아파트를 구할 수 있으면 하나님의 인도하심이 있다고 믿겠다고 기도한 것이다.  기도회가 끝난 시간은 7시 경이었다.  

나와 선배는 곧바로 아파트 사무소로 향했다.  도착해 보니 그 날따라 비가 오고 추워서인지 사람들이 줄서있지 않았다.  신기한 것은 내가 줄서자 마자 뒤이어 사람들이 내 뒤로 줄지어 섰다.  단 몇 분 간격으로 내가 일등이 된 것이다.  
그 날 피바디 테라스 아파트 침실 두 개짜리가 나왔다.  나는 값을 보지도 않고 바로 계약했다.  
다음 날 기도하는데 하나님께서 그 아파트 단지를 리본으로 묶으시는 환상을 보았다.  하나님께서 그곳을 복음의 띠로 묶으라시는 것이었다.  그곳에 들어가면서 그곳이 황금 어장이라는 것을 알았다.  많은 한국 유학생을 하나님께 돌리기 위해 우리 가정을 그 아파트 단지에 세우기 원하셨던 것이다.  

내가 집을 고를 때 나의 관심은 싼 집이었다.  하지만 하나님의 관심은 다른 데 있으셨다.  하나님께서는 훨씬 좋은 집을 우리를 위해 예비하고 그곳을 우리가 믿음으로 찾기를 원하셨다.  나는 사역을 위해 집을 얻는 것에 대해 생각하지 못했지만 하나님은 나의 가정이 머무는 공간이 하나님의 나라를 위해 사용되기를 원하셨다.  
그 후 한 번도 돈이 모자라 나는 집값을 내지 못하는 경우가 없었다.  신실하신 하나님이 약속대로 공급하신 것이다.  내가 하나님과 같은 관심을 가질 때, 하나님은 내게 필요한 모든 것을 채우신다.  
한 가지 더 깨달은 것은 기도할 때 신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내가 집을 얻을 때 오가는 사람들을 재워주겠다고 기도했었다.  그 결과 그 집에서 사년간 살면서 우리 부부만 오붓하게 지낸 것은 채 두 달도 안되었다.  누군가는 방 하나를 사용하게 되었다.  그 일로 아내가 많이 지치기도 하고 자신의 약한 모습을 보게도 되었다.  
한편 그 과정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하나님을 만나거나 도움을 받을 수 있게 되는 보람도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황영옥

2005.10.24 23:29:46

광야일기를 읽으며 지나간 세월이 필름 처럼 돌아갑니다.
울고 웃고 몸부림치며 기도했던 세월들.....
그 세월을 이겨내고 이렇게 성장한 선교사님 가정을 바라보는 주님은 흐믓 하시답니다. 물론 목사님과 저에게는 말할 수 없는 기쁨이고요.
지금도 이곳 보스톤에서 선교사님 가정과 같은 여러 가정들과 함께 훈련 받으며 살고있는 것 감사합니다. 귀한 형제자매들이 훈련을 잘 받고 있지요. 하지만 이젠 앞서간 선교사님 가정이 거울이 되어 힘들어 하며 눈물짖는 사람들에게 "노메드러브 홈페이지에 가서 이선교사님 부부 살아온 이야기 잘 읽어보고 기도해" 하면서 여유를 부리게 된것도 감사합니다.
그 세월이 있었기에 지금 우리가 이렇게 웃고 있지요.
그 세월동안 순종 했기에 우리가 이렇게 성장했음도 잊지 않습니다.

동연엄마 동연아빠 , 그 세월을 믿음으로 잘 견뎌 주어서 고맙고 이쁘고 감사하고...... 몽골에서도 그렇게 씩씩하게 잘 지내고 있는것 보면서 또 감사하고. 아침마다 눈물로 기도하며 시작하게 하시는 이 게시판이 있어서 감사합니다. 보고싶다.

이주은

2005.10.26 18:37:04

저도요...함께 했던 그 세월만큼 이 광야일기가 저의 삶도 많이 정리해주네요....필름처럼 되살아나는 많은 에피소드들...하나님이 함께 하신 그 이야기들...선교사님 부부를 만나게 하시고 곁에서 함께 나누며 배우며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신 주님께 너무 감사합니다. 눈물이 막 나네요. 그립구요...감사하구요...11월에 서울에서 뵐 날 기다릴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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