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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 대통령과 함께

조회 수 25568 추천 수 0 2006.08.20 21:45:22
이번 몽골 제국 건국 800주년 기념 역사 학술 대회를 우여곡절 끝에 치러냈습니다.  

준비하면서 우려하던 일이 현실화되었습니다.  
몽골에서는 서비스 개념이 적고 또 미리 적절한 안내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 없지요.  외국 학술 대회가 어떻게 준비되는지를 모르기 때문에 어떤 준비가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모릅니다.  더구나 제 파트너이자 주최측 대표인 비라 선생의 연구소 직원 중에 영어가 되는 사람들이 극히 적었습니다.

필요를 모르고 능력이 안되는 사람들과 함께 일하는 것은 어렵지요.  결국 제가 돈을 들여서 우리 학교 학생들을 파트 타임으로 고용했습니다.  
연구소 직원들은 자신들이 다 알아서 할 수 있는데 왜 학생들을 고용하느냐고 불만이 있었습니다.  우리 학생들을 심부름시키는데 사용하려 했지요.  
이 과정에서 이들이 해야할 일의 중요성을 설득하는데 시간이 걸렸습니다.  하지만 개회식이 다가올 즈음 이들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연구소 직원들은 실감했습니다.  
외국 학자들을 공항에서 영접하고 또 접수하고 기타 안내하는 일들을 우리 학생들 외에 할 사람들이 없었습니다.  
임박해서 처리해야 할 일의 양에 대한 개념이 없던 사람들에게 일이 밀어닥칠 때 그 빈 부분들을 우리 학생들이 처리해 냈지요.

하지만 비라 선생의 연구소 사람들이 맡은 일들을 여기 저기 펑크내기 시작하면서 문제가 커졌습니다.  저명한 외국 학자 중에 자신의 논문이 프로시딩에 실리지도 않고 프로그램에도 이름이 없고 또 등록도 안된 경우가 허다했습니다.  

자기들이 알아서 하겠다는 일들 곳곳에서 문제를 일으켰지요.  학자들이 노여워하며 화내는 것을 달래주는 것이 제 몫의 일이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굳이 내 돈과 시간을 쏟아가며 일해주면서 내 이미지 구기고 있는 것이 한심하게 생각되었습니다.  

하지만 내가 이곳에 이들을 도우려 왔다는 생각을 하면서 문제를 해결해 주려고 노력하기로 마음 다잡았습니다.

학생들을 최대한 돌려서 학자들의 불평거리들을 해소해 주려 노력했습니다.  그리고 이 부분을 도와달라고 하나님께 기도했지요.

다행히 개회식에서의 여러 가지 문제들을 반전시켜 주는 계기가 있었습니다.  개회식 후 저녁 식사 만찬을 대통령 궁에서 대통령이 직접 주재하는 순서가 있었습니다.  초대받은 학자들이 대통령 궁에 도착하자 그간의 불평을 다 잊어버리고 다들 환한 얼굴을 했습니다.  

만찬 좌석을 배치하는 가운데 대통령과 같은 테이블의 자리 배치는 신경이 쓰이는 일이었습니다.  제 은사이신 김호동 교수님과 몇 분 외국 학자들을 그 자리에 앉히고 보니 한 자리가 남았습니다.  같이 일했던 몽골 학자분이 저를 그곳에 앉히셨습니다.  

서열이나 경험으로 보면 아직 일천한데도 그 학자분이 내가 일해준 것이 고마와서 배려해 준다는 생각을 하니 문득 하나님께서 제가 섬겨주는 일에 대해 보상해 주시려고 배려하신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대통령과 악수하고 사진을 찍으려고 줄을 서면서 행복해 하는 표정을 보면서 느낀 것이 있었습니다.  대통령이 이번 학회를 살렸구나 싶었는데 그러면서 문득 사람들은 대통령만 만나도 이렇게 행복해 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도 하나님을 만나면 얼마나 행복한지를 아는 사람이 참 적다는 생각이 같이 왔습니다.
겨우 한 사람을 만나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흥분하면서도...

몽골 대통령은 근엄한 얼굴로 거의 30분 간 모든 참석자 중 원하는 사람들과 악수하며 사진을 찍고 있었습니다.  안스럽고 불쌍해 보였지요.  

일은 이것으로 다 끝나지 않았습니다.  
다음 날 논문 발표를 하는데 사회를 보는 볼트 바아타르라는 몽골 원로 학자가 다른 사람들의 발표는 시간을 넘기도록 배려하면서 제 발표는 시간전에 끊었습니다.  주변의 학자들이 그것을 보면서 매우 무례하다고 느꼈지요.  
저는 발표를 미처 끝내지도 못하고 들어오면서 왜 그랬을까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아마 그 분이 대통령 궁에서 만찬 좌석 배치에 불만이 있었던 것은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제가 배운 것은 제가 변했다는 것입니다.  사회의 일방적인 제재로 발표를 다 마치지 못하고 들어오면서도 분하다거나 화난다는 생각이 없었습니다.  아쉬움은 있고 불의를 받았다는 느낌은 있지만 그것이 내 감정에 큰 파고를 주지 못한다는 사실에 새삼스러웠습니다.  

예전 같으면 무척 속상해 했을텐데...  그리고 내게 불의를 행한 사람에 대한 미움이 생겼을텐데...
나는 내가 왜 변했는지를 알았습니다.  나는 이곳에 학자로써 온 것이 아니라 선교사로 왔기 때문입니다.  이곳에 도울 일은 있지만 내가 쌓고 누릴 부분은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그렇습니다.  내가 나누고 돕기 원하며 나의 자아 확대나 명예 성취를 추구하지 않는다면 마음 상하거나 상처받을 일이 거의 없어진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무언가 계속 큰 일들이 내게 쏟아져 들어오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지속적으로 무언가를 쌓는 삶이 아니라 나누고 섬기는 삶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디모데

2006.08.20 22:26:12

주안에서 디모데가 평화의 인사를 나눕니다.
글을 읽으면서 하나님이 저를 위로하며 하시는 말씀 같습니다.
나도 모르게 무엇가를 바라고 나눔을 베풀다보니 작은 일에도 많은 상처를 받게 되더군요. 지금 제가 그렇습니다.
나름대로 참 많이 베풀며 나누며 살았다고 생각하는데 지금 내 처지가 욥과 같아 힘드네요.
하나님이 이런 마음도 내려 놓으라고 하시는것 같습니다.
다시한번 온전히 하나님만 바라보게 됩니다.

한유진

2006.08.21 05:24:19

아멘! 아멘! 아멘!
지금 막 주일예배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 입니다.
오늘 설교말씀이 [나눔]에 관한 내용이었는데.. 말씀이 생각납니다.
"주라 그리하면 너희에게 줄 것이니 곧 후히 되어 누르고 흔들어 넘치도록하여 너희에게 안겨 주리라.너희의 헤아리는 그 헤아림으로 너희도 헤아림을 도로 받을 것이니라. 눅6;38"
물질의 나눔 뿐 아니라 마음과 정성과 열심을 나눌때에 주시는
나누는 심령의 기쁨과 감사...
주님께서 선교사님 보시고 참 흐믓해 하셨을 것 같습니다.
선교사님 수고 많으셨습니다.
저도 가진것은 없지만 마음과 겸손과 주님이 허락하신 사랑과 은혜를 나누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사랑합니다.

차용출

2006.08.22 12:39:07

선교사님의 이글이 저희들이 속한 세상에서도 흔히 일어날 수있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하나님과 함께 하는 선교사님의 모습은 실로 아름다운 모습이라 생각됩니다. 이런 생활에서 일어나는 구체적인 간증들이 생활속에서 어떻게 반영해야 하는지를 저희로 하여금 알게 합니다. 저도 선교사님처럼 주님을 흐믓하게 해드리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최선남

2006.08.23 21:22:45

상상이 갑니다.
선교사님의 모습이.
세상의 어떤 상황에서도 하나님의 자녀답게 당당한 모습이.
하나님의 종으로서 순종하는 모습도.
순간 순간 고개드는' 나'의 모습으로 인해 힘들 때가 있어도
다시 죽어지는 모습이.
글을 읽으면서 슬몃 차오르는 기쁨을 느낍니다.
선교사님은
쌓아놓은 것이 없어도 가장 많이 나누어줄 수 있을 아시는 분이라
오늘도 행복하시리라 생각합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저도 행복합니다.
그리스도로 인해.
샬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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