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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스토리안을 찾아서 7

조회 수 24869 추천 수 0 2006.02.07 16:31:03
(전호에서 예고한 것과는 다른 내용을 이번 호에서 다루게 됨에 대해 독자들에게 양해를 구합니다.)

몽골 초원에서는 몽골족이 등장하기 훨씬 이전부터 그 지역에 광범위하게 네스토리우스파 기독교도가 광범위하게 퍼져 있었다.  6세기를 거치면서 몽골 초원과 중앙 아시아 일대를 장악한 부족은 우리 역사에서는 돌궐이라고 소개되어 있는 투르크족이다.  현재 신강 지역에 살고있는 위구르족도 투르크족 계열이다.
필자가 중국 신강 지역의 사역자들이 모인 컨퍼런스에서 강의를 하면서 위구르라는 단어가 예수님이 사용하시던 아람어와 같은 계열인 시리아어로 “크리스챤”이라는 뜻으로도 사용되었다는 말을 했을 때 위구르족 무슬림들을 위해 사역하는 신강 지역의 선교사들에게 큰 위로가 되었다.  이 지역 선교사들 대부분이 이 민족을 위한 사역은 결실도 적어 보이고 너무나 견고한 문화적 종교적 벽이 사이에 존재한다고 느끼는 분들이 많았는데 위구르라는 단어가 크리스챤과 동의어로 이해되었다는 말이 충격적일만큼 도전적으로 다가왔다고 한다.  
위구르라는 단어가 크리스챤이라는 뜻으로 이해되기까지에는 많은 네스토리안 선교사들이 위구르족을 포함해 여러 투르크족 계열의 유목민들을 대상으로 했던 오랜 사역이 배경에 존재했다.  680년 경에 기록된 네스토리우스 교단의 역사 문헌인 <<소연대기(Chronica Minora)>>라는 글에 엘리야라는 주교가 투르크족 왕과 그 부족민을 전도한 이야기가 기록되어 있다.  이 글에 따르면 투르크 족을 644년 이란 문화권인 메르브 지역의 주교로 있었던 엘리야가 개종시켰다고 한다.  

“엘리야가 옥수스강 넘어 동쪽에 있는 나라들을 여행하고 있을 때, 그는 다른 왕과 전쟁을 치르기 위해 떠나는 투르크 왕을 만났다.  엘리야는 긴 이야기로 그 왕이 싸우러 가는 것을 말리려 노력했으나, 그 왕이 그에게 말했다.  ‘만약 당신이 나의 신들의 사제들이 부여주는 것과 비슷한 징조를 내게 보여 준다면, 나는 당신의 신을 믿겠소.’  그러고는 그 왕은 자신과 동행한 악령의 사제들에게 명령해서 그들이 섬기는 영들을 불러내게 했고, 급기야 하늘이 구름에 뒤덮이고, 바람, 천둥, 번개가 뒤이었다.  엘리야는 그 때 신의 권능에 감동을 받아 십자가의 성호를 긋고 악령들이 쳐놓은 비현실적인 것들을 꾸짓었다.  그러자 그것들이 말끔히 사라졌다.  왕이 성자 엘리야가 한 일을 보고 무릎꿇고 그에게 경배했다.  그는 그의 모든 군대를 개종시켰다.  성자는 그들을 개울로 데려가 모두를 세례주고 사제들과 집사들을 임명한 후, 그의 나라로 되돌아 갔다.”  (Christians in Asia before 1500, p. 216)  

김호동 교수도 지적하듯이 이 이야기에 등장하는 폭풍을 일으키는 주술은 투르크 인들에게 널리 행해지던 ‘자다’라는 이름의 것이며 당시 배경에 입각한 것이기 때문에 이 이야기를 허구로 보기는 어렵다.  물론 헌터라는 학자가 지적하듯이 아마도 그 투르크 왕은 엘리야라는 사제를 강력한 무당으로 이해했을지도 모른다.  따라서 투르크 인들이 개종하고 세례를 받았다고 해서 주술적인 행위를 즉시 중단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느 민족에게든지 개종을 결단하는 것과 복음의 가치에 근거해서 세계관과 삶이 다시 세워지는 것은 동시적으로 일어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와 같은 중간 전이단계는 현재의 중앙 아시아와 몽골 지역에 막 세워지는 교회에서도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 이야기가 주는 시사점 중 하나는 성령의 권능이 나타나는 사역이 유목민을 상대로 하는 선교 사역에서는 효과적인 측면이 많다는 것이다.  아울러 이란 지역의 사제들이 육로를 통해 초원 일대로 장거리 선교 여행을 나오곤 했던 정황을 볼 수 있다.
이러한 서투르키스탄 일대의 투르크 인들에 대한 전도는 일회성으로 끝난 것이 아니다.  많은 자료들이 활발하게 전개된 투르크 족 사역에 대해 전하고 있다.  특별히 네스토리안 총주교 티모시 1세(823년 사망)의 두 편지글에서 투르크 왕이 대주교구를 설치해 달라는 요청을 해 온 사실에 대해 주교 한 명을 파견하였던 것과 또 티벳에도 주교를 파견할 예정이었던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티모시 1세가 언급한 투르크 왕에 대해서 학자들은 일반적으로 위구르의 왕일 것으로 본다.  마니교를 국교로 하고 국제상인인 이란계 소그드 인을 중용하는 정책을 편 뵈귀 카간에 대해 쿠데타를 일으키고 그를 제거한 인물이 알프 쿠틀루크 빌게였다.  그는 마니교를 탄압하는 정책을 폈는데 780년대 초 총주교에게 서한을 보낸 인물이 그였을 가능성이 높다고 추정된다.  

위구르 유목민들은 840년에 북쪽에서 침입한 키르기즈족의 공격으로 와해된 후 각지로 퍼저 이주해 간다.  그 중 서쪽으로 이주해 간 일파가 천산 일대의 투르판과 북정 등지에 왕국을 세워 몽골 제국 시기까지 이어졌다.  현재 신강 지역에 위구르 족이 다수 존재하는 것은 이러한 역사에 기인한 것이다.  흩어진 위구르인들 중 20만명 정도가 중국 북부인 내몽골 지역으로 이주해 갔는데 그들의 다수가 후에 몽골 제국의 일원이 된 옹구트 부족의 기원을 이룬다.  옹구트 족은 케레이트족, 나이만족과 함께 몽골 제국 성립 이전부터 네스토리우스 교를 받아들이고 있던 부족이었다.  이들 옹구트족의 정치적 중요성은 이들이 케레이트 부족과 함께 몽골 제국 황가와 결혼 동맹을 맺어서 황후 집단을 배출했다는 것이다.  

옹구트의 왕성이 현재 내몽골의 수도 호호트에서 멀지 않은 올론 솜이라는 지역에서 20세기 초에 라티모아라는 미국의 중앙 아시아 전문가에 의해 발견되었다.  이 왕성에서 다수의 네스토리안 유물이 출토되어 당시 네스토리우스 교와 옹구트족의 관계의 한 단면을 확인할 수 있다.  몽골제국 시대까지 거의 천년에 가까운 시기 동안 활발했던 중앙아시아와 초원 지대의 네스토리우스 파 기독교는 그 후 티벳 불교와 이슬람의 발흥과 함께 이 지역에서 힘을 잃고 만다.  (단 이것이 네스토리우스 기독교의 끝은 아니다.  중동 지역의 네스토리우스 교회들은 극심한 박해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지속되고 있다.)  16세기 몽골의 알탄 한이 정치적인 필요 때문에 티벳과 연합하기 위해서 티벳 불교를 국교화하고 옹구트 부족의 근거지였던 호호트에 몽골 최최의 불사를 지음으로 해서 한 때 네스토리우스 교파의 근거지는 티벳 불교의 중심지가 된다.  아울러 네스토리안들이 활동하던 하라호름과 현재의 몽골의 수도가 된 울란 바아타르 지역에도 불사가 들어서게 된다.  티벳 불승들은 티벳 불교 전파와 확장에 있어서 어느 지역이 영적, 종교적 중심인지를 파악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위구르족의 또 다른 일파가 거주하고 있던 동투르키스탄 지역에는 15-16세기를 거치면서 이슬람 수피들에 의한 개종 작업이 활발하게 전개되면서 현재의 이슬람화된 모습의 위구르족의 영적 지도가 그려지게 된다.

다음 호에서는 몽골편을 마무리하면서 이 지역에서의 선교 활동의 역사를 통해서 배울 수 있는 교훈과 현재 선교 활동에 주는 시사점들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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