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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과 독일에서 몇몇 한인 교회를 위해 순회 집회를 하면서 한 가지 새삼스럽게 경험한 사실이 있는데 하나님께서 아내와 아이들에 대해서 각별하게 생각하고 계시다는 사실이다.

집회 중 한 번은 영국에 계신 교민 분 댁에서 주일 아침 식사를 대접받는 자리가 있었다. 그 댁에 보니 작은 집 미니아쳐들이 책장에 진열되어 있었다. 손바닥 반만한 싸이즈로 만들어진 유럽의 예쁜 집들이 늘어서 있는 것을 보면서 아내는 문득 집에 저런 것이 있어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마침 새로 들어오는 선교사 가정을 위해서 우리가 지금 살고 있는 선교회 게스트 하우스에서 두 달 안에 나가야 할 상황이 생겼기에 집을 사는 문제를 놓고 기도하던 중이었다.  몽골의 렌트비가 급격히 상승하고 있기에 장기 사역을 위해서 집을 마련하는 것이 안정적이라고 생각하여 렌트든지 사는 것이든지 알아보고 있는 중이었다.  

그러다 보니 새로 들어갈 집은 집필과 연구용 서재와 손님 접대용 방이 있는 정도의 규모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그 집에 저런 집 모양을 장식으로 몇 개 가지고 있어도 예쁘겠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그리고는 잊어버리고 있었다.

며칠 후 런던 순복음 교회 목사님과 오전 시간을 이용해서 윈저 성을 방문했다. 그 때 잠시 주차하신 분이 오시기를 기다리면서 기념품 점에 들어가 있었다.

목사님께서 아이들에게 선물을 한 가지씩 고르라고 말씀하셨다. 동연이가 열심히 고르면서 가격을 살피더니 1파운드짜리 딱지를 골랐다. 목사님께서는 아이들이 너무 훈련이 된 것 같다며 가격의 상한선을 정해주면서 그 안에서 고르라고 하셨다.

그러면서 엄마 아빠 선물도 고르라고 하셨다. 아내와 내가 주저하자 작은 집 모형을 골라보라며 권해 주셨다. 아내가 깜짝 놀랐다. 며칠 전에 잠시 마음에 두었던 것인데 그것을 바로 권해 받은 것이다.

아내는 나중에 내게 조용히 속삭였다. 하나님께서는 자신이 잠시 마음에 둔 것조차 기억하시고 준비해 주시는 섬세함이 있으시다는 것이다. 마음에 잠시 두었지만 살 수 없을 것이고 짐이 될 수 있다며 마음을 더 두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것을 목사님이 골라주시는 것을 보면서 마음을 들킨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면서 또 한편 하나님의 우연을 가장한 배려에 깊이 감사하게 되었다고 한다.

영국에 있는 동안 몇 가지 선물을 교우 분들로부터 받았다. 찻잔 세트 같은 것들인데 모두가 이사 후에 필요한 것들이었다. 현재 집에서 쓰는 것들 중 다수가 선교사 분들께 물려받았던 것들이라 이제 이사 갈 때 다 놓고 가야 하므로 새로 장만해야 할 것들이 있었다.  선물 받은 것들이 대부분 이사가서 당장 필요한 것들이었다.

아내는 내게 말했다. 마음 속으로 필요하다고 느꼈거나 좋은 것으로 집에 하나 두면 좋겠다고 생각한 것들을 정확하게 찝어서 선물받게 되면서 하나님이 섬세하게 자신의 마음을 읽으시며 필요한 것을 채워주신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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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타 현장에서 코스타 총무이신 곽수광 목사님이 내게 코스타 집회 끝나자마자 바로 한국에 들어가서 당신 교회 설교를 해줄 수 있느냐고 물었다.

실은 나는 적어도 하루 정도는 시간을 가지고 아내에게 독일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래서 토요일 하루를 독일에서 보내고 한국을 들러서 바로 몽골로 돌아가려고 했다.  그랬기에 한국에서의 주일 집회 약속을 잡지 않았었다.

목사님이 설교 요청을 했을 때 관광이나 휴식을 위해 말씀 요청을 거절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그래서 잠시 기도하다가 결국 비행기 시간을 바꾸어 말씀 요청에 응하기로 결정했다.

그 때 마침 인천의 천막 교회를 하셨던 박목사님 내외분을 위해서 독일에 계신 한 목사님께서 근처의 바하와 루터 유적지를 보여주신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아내는 그 프로그램을 이용해서 독일의 한 유적지들을 돌아보았다.
바하의 생가에 갔을 때 문득 자신이 바하의 음악 씨디를 사서 듣고 싶다는 생각을 몇 달 전부터 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그와 동시에 동행하신 박 목사님께서 그곳에서 산 바하 씨디를 선물로 전해주셨다고 한다.
아내는 유럽에 있는 동안 자신이 생각한 것들이 계속적으로 선물로 주어지는 것에 대해서 신기해 하면서 감격했다고 말했다.
아내가 기뻤던 것은 그 씨디를 받아서가 아니라 하나님께서 자신의 세밀한 필요까지도 보시고 정확한 타이밍에 그것을 채워주신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돌아보건대 관광 대신 말씀을 택했을 때 하나님께서 많은 것을 선물로 주셨다.
실은 아이들이 몽골에 돌아가자마자 학교 가야 하는데 하루 더 빨리 한국으로 돌아갔기에 이틀 후 몽골에 돌아갔을 때 이미 시차 적응이 어느 정도 되어 있었다.
더욱이 돌아가는 비행기에서 유아를 동반한 승객들에게 주로 주어지는 항공기 앞쪽 좌석을 주었기에 바닥에 약간의 여유가 있어서 허리가 많이 힘들 때는 잠시라도 바닥에 누워서 쉬어갈 수 있었다.
덕분에 몽골에 돌아와서 별도의 요양없이 다음 날부터 집무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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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에서 코스타가 열리는 기간 동안에 동연이는 자기 또래 아이들이 컨퍼런스 장소에 위치한 수영장에 가는 것을 보고 부러워했다. 우리는 짐을 간편하게 싸야 한다는 이유로 아이들의 수영복을 챙기지 않았다. 수영장까지 갈 시간적 여유가 없다고 생각했었다.

동연이가 저녁 식사 때부터 수영장에 가고 싶다고 엄마를 조르기 시작했다. 알아보았지만 수영복을 빌려주는 곳은 없었다. 내가 집회에 참석하고 있는 동안 동연이는 엄마 앞에서 절망스럽게 울기 시작했다. 동연 엄마는 일단 팬티만이라도 입혀서 수영할 수 있는지 알아보러 둘이 탈의실에 들어갔다.
탈의실에 가는 동안에 동연이는 하나님께 기도했다. "하나님 나 꼭 수영하며 놀고 싶어요."

그 때 마침 한 아이의 아버지가 동연이의 딱한 이야기를 듣고 주변을 둘러보다가 한 구석에 놓여있는 아동용 수영복을 발견하고 주어왔다.

입어보니 자기 것처럼 딱 맞는 수영복이었다. 동연이는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수영복을 벗어서 주인이 찾아갈 수 있도록 수영장 한 쪽에 놓고 돌아갔다.

동연이는 다음 날도 수영하고 싶어졌다. 수영복이 또 문제였다. 다시 수영할 생각을 그 때는 못했기에 수영복을 놓고 온 것이었다. 동연이는 엄마를 졸라서 수영장에 가면서 또 "수영하고 싶어요, 하나님" 이렇게 기도했다. 우는 동연이를 보면서 딱한 마음에 나는 혹시나 해서 먼저 달려가 수영장에 가서 둘러보았지만 수영복은 어느 곳에도 놓여 있지 않았다.
수영복이 없다는 말에 동연이는 대뜸 "엄마, 하나님 계신 것 맞아?"라고 물었다.

나는 그 말을 듣고 어이가 없었다. 어제 수영복을 발견하고서는 바로 "하나님이 기도들어주셨다"고 좋아하는 녀석이 똑같은 입으로 하나님의 존재를 의심하는 것이 아닌가.
이 아이에게 있어서 하나님의 존재 기준은 자신의 요구를 들어주시는가의 여부에 있는 것이다.

문득 깨닫게 된 것이 있었다. 동연이의 모습이 바로 우리 어른들의 모습이기도 했다. 자신이 원하는대로 길이 열리면 감사하고 좋아하지만 자신이 원하는 것과 다른 방식으로 일이 진행되면 하나님의 존재나 하나님의 우리를 향한 관심 여부에 대해서 당장 회의하게 되는 것이다.

동연이는 그 날 수영복은 없었지만 팬티 입은 채 수영장에 들어가서 재미있게 놀았다. 하나님은 그가 원하는 방식대로 응답하시지는 않았지만 수영장에서 놀고 싶다는 동연이의 요청에 다른 방식으로 응답하신 것이었다.
우리가 하나님의 응답을 받지 못하는 이유는 방식에 있어서 우리의 요구를 가지고 하나님의 응답의 방식을 제한하려 하기 때문이다.  하나님은 결코 제한받으시는 분이 아니다.

우리가 하나님의 마음을 이해하면 할수록 하나님께서 우리의 기도에 우리가 원하는 방식대로 바로 들어주시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 알게 될 것이다. 더 나아가 하나님께서 우리 기도를 바로 들어주시지 않으셔도 마음 깊숙히 감사하고 자유함 가운데 주님의 뜻에 순종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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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에 돌아오는 길에 동연이가 내게 말했다.
"아빠, 나 이제 몽골에 돌아가기 싫어요."
나는 깜짝 놀랐다.
잠시 아이들에게 좋은 환경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인데 역효과가 난 것인가 싶었다.
"동연아, 너 몽골 좋다고 했잖아.  거기는 친구들도 있고... 서연이는 벌써부터 집에 가고 싶다고 조르는데 너는 집에 가는 것 안 좋아?"
"몽골은 좋지 않아. 힘들고요."
자신이 만난 한인 친구들의 좋은 환경이 많이 부러웠나 보다.  그것이 중요한 것이 아님을 볼 수 있는 눈이 아직 없기에 어린 마음에 힘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연이가 이제는 커서 환경을 보는 나름의 눈이 생겼음을 느낀다. 전에는 몽골의 환경 모든 것을 좋게 보았는데 이제는 그렇지 않다.
가족이 한국에 가는 경우에는 신도시 아파트로 이사하신 부모님 댁에서 기거하는데 동연이가 한 번은 몽골에서도 이렇게 방이 세 개나 되는 넓은 곳에서 살면 좋겠다고 말한 적이 있었다.  

이제는 동연이가 스스로 왜 자신이 이곳에 살아야 하는지를 배워야 할 시기가 왔다는 생각을 했다.  부모의 눈이 아닌 자신의 눈으로 이곳 몽골에서의 삶의 의미를 보아야 할 시기가 도래한 것이다.

이제 동연이도 앞에서 말했듯이 자신이 원하는 방식대로 삶이 이루어지지 않을지라도 그 가운데서 하나님의 뜻을 만남으로 해서 기뻐하고 감사하는 법을 배워야 할 때가 된 것이다.
우리가 원하는 방식대로 기도 들어주실 수 없는 하나님의 깊은 속마음에 대해서 배워가는 오랜 여정의 길이 이제 시작된 것 같다.

동연이의 새로운 여정 길을 축복하며...

신주선

2008.04.12 02:20:20

지금 엉엉 울면서 글을 읽었습니다. 어렸을적부터 가지고 싶었던건 신기하게 언제나 항상 기기묘묘한 방법으로 주셨던 주님.. 제가 하나님을 떠나 살고 있을때도, 제게 항상 세심한 눈길로 손길로 보살피셨던 주님께 너무 죄송하고 또 그사랑이 너무 감사해서 아이처럼 엉엉 울어버립니다. 깨닫게 해주신 주님.. 또 이 글로 알게해주신 오빠와 새언니..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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