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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의 많은 영역 가운데에서 하나님은 나보다 먼저 일해 주셨다. 때로는 시간에 쫓기는 가운데 집회나 사역을 해야 할 경우 날씨 상황이나 길 찾기에서 파킹에 이르기까지 하나님께서 예비해 주시는 다양한 은혜를 만나곤 했다

내가 기도하기에 앞서서 나의 필요를 미리 아시고 준비해 주시는 하나님을 고백하는 것은 내 삶의 일상이었다

그런데 이번 수술의 경우만큼은 기존의 인도하심과는 일견 다른 것처럼 보였다.나는 당시 상황이 계속해서 풀릴 듯 풀릴 듯 하다가 꼬여가는 것처럼 느껴졌다.그러다가 꽉 막힐 듯 한 상황 가운데 겨우 어렵사리 길이 열리는 것을 보게 되는 것이다.

첫 번째 수술 후에 폐렴이 찾아왔다. 두 세 시간 걸린 수술 후에 폐렴이 오고 그것도 아래쪽 폐가 아닌 위쪽 부위에 폐렴이 오는 경우는 보기 드문 경우였다. 더운 인도네시아에서 몸이 적응되어 있다가 다시 한국의 추운 겨울 한 복판에서 몸에 이상이 온 것 같았다. 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안 감기도 몇 번 찾아왔다. 그리고 때로는 원인을 알 수 없는 고열에 시달려 잠을 이루지 못하기도 했다

두 번째로 입원한 후에는 첫 번째 입원보다 더 긴 기간 동안 금식해야 했다. 금식 기간이 열흘 넘어가면서 고픈 배의 속쓰림 가운데 구토와 울렁증이 올라오는데 그간 느껴보지 못한 종류의 고통이었다. 어려서 수술도 여러 번 했고 또 뼈가 부러져서 수술하거나 접골해야 하는 경우도 많았다.  그러나 그간 경험했던 것과는 다른 종류의 아픔이었다. 그리고 그 와중에 내시경으로 위와 장에 시술을 하거나 췌장관 상태를 검사하는 일이 잦았다. 그 시간이 내게는 쉽지 만은 않은 기다림의 시간이었다.

건강상의 어려움과 생사의 갈림길 가운데서 내 마음이 낙담되곤 했다. 실은 몽골에서 여러 죽음을 접하고 또 여러 생명의 위기 상황을 넘으면서 죽음의 문제는 정리되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몸에 오는 다양한 통증으로 인해 몸과 마음이 지치자 마음의 평안을 잃어버리는 시간이 있었다.

결국 나는 하나님의 예비하신 손길이란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병이 낫고 내가 원하는 속도로 몸이 회복되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다시 인정해야 했다. 이 일 가운데 왜 내가 예상보다는 훨씬 오랜 시간 동안 고통 가운데 있어야 하는지를 바로 가르쳐 주시지 않았다. 하지만 확실하게 내게 오는 확신은 하나님께서 내게 인내를 이루라라고 도전하신다는 것이다.

나의 재입원은 나를 수술했던 의사 선생님들을 당황하게 만들었다. 보통 췌장관이 새는 경우는 수술 직후에 발생한다. 수술 후 여러 날이 지나서 췌장관이 새는 예를 그 분들은 처음 접하는 것이었고 들어본 적도 없었다. 박관태 선생님은 수많은 경험이 있고 탁월한 수술 기술을 가진 분이었지만 그 상황에서 당황해서 재수술을 진지하게 고려했다. 하지만 그 분을 도왔던 다른 선생님께서 믿음을 가지고 기다려 보자고 했다. 손상된 췌장관이 자연치유될 가능성은 삼사십 퍼센트 정도지만 자연 치유를 기대하며 기다려 보자고 제안했다. 실은 결과를 장담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아무 것도 하지 않고 몇 주를 기다리는 일은 의사 입장에서는 무척 어려운 일이었다. 이 시간은 하나님께서 나의 의료팀 분들에게 간섭하시고 치유의 주인이 하나님이신 것을 가르치시는 시간이었음을 그분들이 나중에 고백했다.

하나님은 이 과정을 통해서 나와 아내에게도 그 분께서 원하시는 믿음에 대해서 다시 가르치셨다. 나는 인도네시아로 돌아가는 일정을 무기한 연기하고 병원비 걱정도 끊고 그저 편안한 마음으로 입원 생활 가운데 하나님께서 내게 허락하신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내자고 마음을 다잡았다. 하지만 나는 내가 원하는 결과를 위해서 솔직하게 기도하지 못했다. 그저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것이 내게 온전히 이루어지기를 구할 따름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내 마음은 평안을 잃어갔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시편에 나오는 다윗의 살려달라는 간청을 읽으며 처음으로 그 말씀이 내재화 되며 눈물이 터져 나왔다. 나는 내 마음 속 깊숙한 곳에 있는 나의 원함이 무엇인지 솔직하게 구하는 것을 하나님께서 원하신다는 것을 깨달았다.

한편 하나님은 아내에게는 내게 요구하셨던 것과는 다른 것을 요구하셨던 것 같다. 아내는 사역으로 부르심을 받은 자는 그 사명을 다할 때까지는 죽지 않는다는 말씀을 붙잡았다. 그리고 선포하며 기도했다.

하나님, 우리를 인도네시아로 부르셔서 대학교 사역을 시키시는 것이 분명하다면 남편이 더 이상 내장의 어느 부분도 손상을 입거나 잘라내지 않고 무사히 돌아오도록 해주십시오.”

아내는 나의 무사 귀환을 놓고 여러 날을 기도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기도 후에도 여전히 마음 속 깊숙한 곳에 혹시 남편이 잘못되면 어떻게 하지라는 불안이 자리잡고 있음을 깨달았다.

아내는 그 불안감을 하나님 앞에 솔직히 내어놓았다. 그리고 남편의 건강과 신변의 안전 전부를 그저 하나님께 내어드리기로 결정했다. “하나님께서 예비하신 것이 이루어지기를 원합니다.  그것을 그대로 받아들이기 원합니다.” 그제서야 아내는 그 내면의 불안을 이길 수 있음을 깨달았다.  하나님께서 아내에게 요구하시는 믿음의 모습과 내게 요구하시는 믿음의 모습이 서로 다르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믿음은 하나의 모습이 있는 것이 아니라 각자 각자에게 그 단계에 맞게 하나님께서는 변화 가운데 새로운 성장을 이루어 가게 하신다.

몸이 아픈 것이 길어지면서 나는 내가 얼마나 이기적인 존재인지를 보면서 좌절했다. 병 낫기만을 바라는 나의 모습에는 예수님을 구하는 갈증이 없었다.  그저 편안함을 간절히 추구하고 있었다. 병 낫는 것이 물론 하나님의 일일 수는 있다.  하지만 내 마음 근원에서 바라고 있던 것은 하나님의 영광과 그분의 임재 이전에 나의 회복이었다.  극한의 상황에서 여전히 나는 예수님을 내 몸과 같이 사랑하지 못하고 있었다.  여전히 나는 그저 예수님을 필요로 할 뿐이었다.  예수님의 필요를 느끼는 것은 긍정적인 일이지만 문제는 내 관심이 하나님의 생각과 마음보다는 온통 내 몸의 필요에 집중되어 있다는 것을 느꼈다. 물론 기도 가운데 치유를 구하기 보다는 예수님의 임재를 구하고자 했다.  그것은 내 머리 속의 당위였지 내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갈망은 아니었다.

따라서 내 몸 상태가 좋아지기 시작하면서 오히려 평안을 잃어버리곤 했다.  나는 그 이유를 깨달을 수 있었다. 내 관심이 병 낫는 것이 되면 병세의 호전 여부에 따라서 마음 상태가 오락가락하는 것이었다. 내 관심이 하나님을 더 누리는 것이 될 때에야 비로소 나는 평안을 소유할 수 있었다. 나는 고백했다.

주님 죄송해요.  주님 나에게만 모든 관심이 집중되는 것 죄송해요.  다시 시작하죠.  내 마음을 다시 주님을 향한 갈망으로 채울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평안은 하나님이 인생에게 주시기 원하시는 가장 귀한 선물이다.  하지만 이것은 편리함이나 편안함과는 다른 것이다.

시간이 지나서야 나는 하나님께서 이런 시간을 내게 허락하신 이유를 조금씩 깨닫게 되었다. 내가 아픈 시간 동안 인도네시아에서 나와 함께 사역하기 위해서 새로 구성된 팀들이 연합해서 기도했다. 그 가운데 연합의 정신이 팀 가운데 자리잡게 되었다. 그리고 대학교 사역을 위해서 연합한 교회의 성도들이 나의 회복을 위해서 중보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그 동안 대학교 사역에 미온적인 분들도 진지하게 기도에 동참하며 대학교 사역을 위한 기도가 모아지기 시작했다. 하나님은 나의 고통까지도 하나님의 선을 이루는 도구로 사용해 주셨다. 내가 병실에 갇혀 있던 시간들은 하나님께서 적극적으로 일하고 계시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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