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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 자료 정리하다가 14년 전에 썼던 간증문이 하나 나왔습니다.  중국과 한국이 수교되던 다음 해에 중국에 들어가서 80일간 중국 대륙을 누비고 다닐 당시 있었던 이야기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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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께서는 때로는 놀라운 방법으로 불순종하고 미련한 사람들을 일깨우십니다. 1991년 1월, 80여일 간의 중국 여행의 일정을 거의 마치고 마지막 일주일을 남겨놓았을 때의 일입니다.
본 교회 중고등부 겨울 수련회에 참석하기 위해서는 약속된 시간 내에 상해에 도착해서 귀국을 준비해야 했습니다. 당시 저는 중경이라는 양자강 상류의 내륙도시에 있었습니다. 이곳에서부터 몇 군데 목표했던 지역을 마저 들려서 양자강 하류 지역의 상해까지 가기에는 일정이 빠듯했습니다. 일단은 중경이란 도시에서 장강삼협을 지나 양자강 중류까지는 배를 타고 여행하고 그 다음부터는 기차로 여행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배표를 사러 부두에 간 나는 갈등하게 되었습니다. 배 시간이 토요일 저녁 것과 월요일 아침 것이 있었습니다. 토요일 저녁 표를 사면 일요일 예배를 드릴 수 없게 됩니다. 그렇다고 월요일 표를 사면 시간이 너무 지체되어서 계획했던 일 중 일부를 포기해야 했습니다.

한참을 망설였습니다. 일요일 예배를 드리지 않으면 일주일 남은 여행을 영적으로 곤고하게 보내게 됩니다. 또한 중국을 떠나기 전 주일 성수를 할 수 있게 해달라고, 그리고 중국 땅에서 드리는 나의 기도와 찬양을 통해서 사회주의 국가에서도 하나님께 영광 돌리게 해달라고 기도했던 일이 생각났습니다. 마지막 예배를 통해서 유종의 미를 거두어야 했습니다. 한편 모처럼 온 중국 땅이고 언제 다시 올지 모르는데 일정을 다 마치지 못한다고 생각하니 무척 아쉬웠습니다.

결국 토요일 저녁 배표를 끊고 말았습니다. 배표를 사고 돌아오던 길에 예배당에 들러 잠시 기도하는 것으로 예배를 대신하고자 했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그 곳 전도사님과 그 교회에 관한 여러 이야기를 나누는 것으로 소임을 다했다고 자위했습니다.

그 날 저녁 배 타기 직전까지 두 차례나 깡패를 만났습니다. 물건을 강매하려고 행패를 부린 것입니다.  무사히 벗어날 수 있어서 그다지 큰 일은 없었지만 중국에서 처음 맞는 일이었던지라 그전까지와는 다른 기분이 나를 휘감았고 왠지 하나님으로부터 도움이 끊긴 것 같은 느낌이 들어 불안했습니다.

하지만 나는 마음을 다잡으며 스스로에게 말했습니다. “불안할 필요가 없지 뭐. 내가 하나님이 무어라고 야단치실 만큼 잘못한 것도 없으니까. 배 안에서 예배드리면 되지 않나. 꼭 예배당 안에서만 예배해야 하나 뭐. 중국말 설교는 잘 알아듣기도 힘드는데 차라리 나 혼자 드리는 예배가 더 은혜스럽겠지.”

다음날 아침 잠자리에서 일어났을 때 목과 턱이 부어 있었는데 아파서 음식을 씹을 수가 없었을 뿐 아니라 말하기조차 곤란했습니다. 순간 나는 이것이 내 죄짐 때문이라는 것을 직감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무엇을 잘못한 것인지, 그리고 왜 잘못인지는 알 수가 없었습니다. 배가 정거해 있는 동안 배 안의 일행들과 뭍 위로 올라가서 역사 유적지를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그 중 상당수가 불교사원과 도교사원이었습니다. 그 날따라 마음이 내키지 않고 무거웠습니다. 턱은 계속 아파왔습니다.
그러고 보니 아침부터 정신없이 스케줄에 맞춰 다니느라 혼자서라도 드리겠다던 예배를 빼먹었던 것입니다. 순간 본국에서 대예배를 드릴 시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목양교회가 생각나며 그 곳에 앉아서 에배하는 모습을 떠올리니 그 자리에 그렇게 가고 싶었고 그 곳에 있는 성도들이 부러웠습니다. 내 자신의 모습을 보니 전혀 영적인 기쁨이 없었습니다. 이러한 기쁨 없이는 관광은 무익한 것일 뿐이었습니다.

배에 돌아가자마자 성경 찬송을 가지고 한적하게 배 뒷 칸으로 갔습니다. 기도하려고 보니 무엇을 기도해야 할지 몰랐습니다. 하나님과 나와의 사이에 금이 생겼던 것입니다. 바로 그러한 상태가 지옥이라고 느꼈습니다. 기도가 안되어 찬송부터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찬송은 힘이 있습니다. 기도할 힘조차 없던 나를 위해서 찬양이 대신해서 기도해 주고 있었습니다.

회개의 기도가 고백되면서 하나님의 심정을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중국 땅에서 나를 통해 온전히 예배 받으시기를 원하셨습니다. 하지만 나는 영적으로 게을러져서 하나님의 뜻을 분별할 지혜를 잃어버렸던 것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중국에서 내가 민감하게 보고 또 기도하고 그 땅에서의 비젼을 보기를 바라셨는데  내가 그 일에 소홀했음을 발견한 것입니다.
눈물이 흐르는 가운데 계속해서 찬송했습니다. 처음에는 목과 턱이 아파서 입술을 벌리기도 힘이 들었는데 찬송 중에 목이 풀어지는 신비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하나님께서 기도를 받으셨다는 확신이 든 뒤 마음의 평안이 다시 찾아왔습니다. 그러나 일은 그렇게만 끝나지 않았습니다.

그날 밤, 배는 강의 모래바닥에 박혀 오도가도 못하게 되었습니다. 선장은 노련한 사람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날따라 빨리 가려고 서두르다가 수심이 깊지 않은 지역으로 지나가려는 무리를 범했던 것입니다. 우리 배는 16시간을 꼼짝 못하다가 구출되었습니다. 목적지에 도착하고 시간을 확인해 보니 결국 월요일 아침에 출발한 배시간과 다를 바가 없었습니다.

순간 하나님의 섭리와 교훈을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나는 시간을 아낀다는 명목하에 요나처럼 하나님의 계획과는 반대방향으로 갔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시간을 버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결국 고생만 죽어라고 하고 다시 제자리로 돌아와 처음부터 시작해야 하는 것입니다. 시간은 인간이 절약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하나님의 관리하에 있다는 사실을 체험적으로 배웠습니다. 하나님께서는 배를 중간에 세우기까지 하시면서 미련한 나의 영혼을 사랑하시사 깨우쳐 주신 것입니다.
또한 회개는 받아들여져서 용서를 받았더라도 우리 잘못에 대해서는 일단 갚을 것을 분명히 하시는 정확하신 하나님을 체험하게 하신 것입니다. 배 안에 있던 사람들에게는 단순히 재수 없는 한 사건에 불과했지만 내게는 더할 수 없는 소중한 교훈이었습니다. 하나님은 나 하나를 가르치시기 위해 배를 멈추셨던 것이지요.  
약싹빠른 눈에는 더딘 길이지만 오히려 그 길이 가장 빠른 길입니다. 십자가의 좁은 길이 바로 그러한 길입니다.

하나님의 미련한 것이 사람보다 지혜있고 하나님의 약한 것이 사람보다 강하니라. (고전 1: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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