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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번째 책을 지난 달 말부터 쓰기 시작했습니다. 탈진 끝에 탈고 했습니다. 원고를 규장 출판사에 넘겼습니다.  아마 12월쯤이면 서점가에 나오지 않을까 싶네요.

궁금해 하실 독자들을 위해 아래에 프롤로그 초고를 올려봅니다. 

 

프롤로그

 

 

2009 무렵 집에서 기도하던 중에 머리 속에 계속해서하나님의 인도하심그리고하나님의 음성을 듣고 사는 이라는 주제가 떠올랐다. 그러면서 책의 장절이 머리 속에서 줄기차게 흘러나오면서 정리되는 경험이 있었다. 일이 이틀 계속되었다. 당혹스러웠다. 계속해서 새로운 책을 쓰라는 하나님의 싸인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실은 내려놓음 책을 끝으로 이상 기독 서적을 쓰지 않겠다고 마음먹은 적이 있다.  주변에서 다음 책은 내려놓음이나 완전 내려놓음같은 제목으로 나오게 것이라고 농담 삼아 이야기할 때마다 나는 조용히 웃어넘겼다. 

내려놓음 출판과 함께 여러 사람들에게 읽히는 기독 작가로 인식되면서 답했다. 내게는 글재주도 글을 훈련의 경험도 없고 나는 신학적인 훈련도 받지 않았기에 이상 글을 여력이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날 기도 이후 계속해서 머릿속으로 부어지는 글들을 느끼면서 부담 가운데 씨름하면서 기도했다.

하나님, 저보다 부분을 이해하고 계신 분들이 있지 않습니까? 주제를 제가 다루어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저보고 주제를 다루라고 하시는 것은 마치 해변가에서 놀고 있는 어린 아이에게 바다 깊숙한 곳에 대한 이야기를 논하라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이러한 고백이 하나님께 솔직히 마음을 열어 이고 자신을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나를 낮추어 본다고 해서 그것이 진정한 겸손의 태도는 아니었다. 내가 나를 어떻게 보는가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았다. 하나님께서 어떻게 보고 계시며 나에 대해서 어떤 계획을 가지고 계신가가 관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하나님께 고백했다.

하나님께서 계획이 있으시다면 뜻대로 되기를 원합니다.”

며칠 동안의 씨름 후에 이러한 고백을 했하고 신기하게도 이상은 책에 대한 부담이 오지 않았다. 그래서 책에 대한 생각을 덮어두고 안식년을 맞게 되었고 이상의 시간이 지나갔다.

안식년 기간 중에 미국 뉴저지에서 집회할 때였다. 둘째 날 더 내려놓음 책에서 다루었던 십자가에 자신을 못박을 필요성에 대해 설교했다. 집회 후 한 형제 분이 질문을 했다. 선교사님의 말씀을 듣고 내 자아가 십자가에 못박혀 죽어야 한다는 사실을 알겠고 또 그것이 옳다는 것을 고백합니다. 그런데 십자가에 못박힌 다음에는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이죠?

질문을 한 형제는 실은 초신자가 아니었다. 교회에서도 열심이 특심한 분으로 보였다. 선교단체 훈련을 받았고 직장 생활과 선교 단체 간사 일을 병행하면서 하나님을 섬기고 있었다. 그 질문은 나를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왜냐하면 교회에 다니는 사람들이라면 십자가를 진 이후에 우리에게 주어지는 삶의 모습에 대해서 누구나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실은 우리의 자아가 십자가 위에 못박혀야 한다는 내용의 설교를 전하면 많은 분들이 당혹스러워 하시고 의아해 하면서 교회생활을 하면서 그런 얘기 처음 들어보았다고 하는 분들이 많았다. 더 나아가 십자가 뒤에는 무엇이 기다리고 있는가라는 다른 레벨의 질문을 접하면서 이 부분에 대해서도 설명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교회 생활을 오래 한 사람들조차 십자가 이후의 삶의 모습에 대해서 경험적으로 고백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그리고 이 부분에 대해서 내가 나눌 책임이 일부 있다고 하나님께서 말씀하시는 것처럼 느꼈다.

그 형제의 질문에 대해서 사도 바울은 다음과 같은 구절을 남겼다.

 

그러므로 내 형제들아 너희도 그리스도의 몸으로 말미암아 율법에 대하여 죽임을 당하였으니 이는 다른 이 곧 죽은 자 가운데서 살아나신 이에게 가서 우리가 하나님을 위하여 열매를 맺게 하려 함이라. (로마서 7: 4)

 

육체의 법인 율법에 대해서 죽은 우리를 향한 부르심은 예수님께로 가서 그 분과 연합하여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열매 맺는 삶을 이루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교인들이 흔히 십자가를 통과한 사람의 삶은 이러이러해야 한다는 당위론을 가지고 접근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십자가를 진 이후의 삶에서 나타나는 것은 존재의 변화이다. 존재의 이유와 목적에 대한 이해가 바뀌고 나를 선한 사람으로 만들도록 움직이는 힘이 바뀌는 것이다. 나 스스로의 윤리적인 노력으로는 이룰 수 없는 변화이다. 내가 무엇을 할 필요가 없다. 십자가 지시고 부활하신 예수님이 나를 이끌어 가기 때문이다.

기독교 신학에서는 이러한 삶의 변화 과정 전체를 통틀어서 성화라는 용어로 설명한다. 하지만 이러한 신학적인 용어를 사용하지 않고 교인들에게 그 거룩함으로의 변화의 과정을 경험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우리가 성화가 무엇인지 배운다고 해서 우리 삶에 그 성화의 과정이 당연하게 시작되는 것은 아니다. 예수님이 제자를 가르치신 방법은 천국의 삶에 대해서 가르치시는 데서 그치지 않고 당신 자신의 삶으로 그것을 증거하시고 열어 보여 주셨다. 우리가 어떤 개념어를 정말로 잘 이해하고 있는지를 알아보려면 그 개념어를 쓰지 않고 설명을 해 낼 수 있는지 없는지를 보면 안다. 특별히 나의 경우는 십자가라는 단어를 쓰지 않고 내려놓음이라는 표현을 가지고 복음을 설명을 했을 때 그것이 한국 사람들에게 훨씬 쉽게 다가가는 것을 느꼈다. 이 책은 예수님을 만나는 십자가를 경험한 교인들의 삶 가운데 나타나는 모습 몇 가지에 대해 필자가 개인적으로 선교지에서 경험한 삶의 정황을 예로 들어서 이야기 식으로 풀어가려고 한다.

안식년을 지내면서 책에 대해서 잠시 잊고 있었다. 텍사스 타일러에 있는 와이엠(YWAM, 한국의 경우는 예수 전도단) 베이스에서 허락해 주어서 그곳에서의 강의를 청강할 수 있었다. 한 번은 와이엠의 중요한 지도자 중 한 분인 짐 스타이어(Jim Stier)라는 분이 믿음에 대한 강의를 할 때였다. 하나님께서 내게 말씀하시는 것 같았다.

내가 이곳에서 너에게 많은 스승과 교사와 멘토들을 붙여주겠다고 했지? 저가 그 중 하나란다.

그 분의 강의를 듣는 도중 하나님께서 내게 저 주제로 글을 쓰기 원하신다는 마음을 가지게 되었다. 그리고 시간이 있을 때마다 믿음의 삶에 대해 묵상하게 되었다. 그가 강의하던 중에 내게 주어진 영감이 이 책의 고비 고비마다 녹아있음을 느낀다. 이 자리를 빌어 감사의 뜻을 전한다.

안식년을 마칠 무렵 다시 책에 대한 부담이 와서 이것을 놓고 기도하던 중 같이 걷기라는 한국어 표현이 떠올랐다. 문득 그것이 믿음을 가지고 사는 삶에 대한 또 다른 표현일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십자가 신앙을 고백한 이후의 삶은 십자가를 지시고 부활하신 예수님과 함께 내 십자가를 지고 같이 걷이 걸으며 그 분의 고난과 기쁨과 영광에 동참하는 삶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한자어로 동행이라는 표현이 있지만 영어 성경에서 표현하는 함께 걷는다(walk with)는 표현을 순 우리말로 전달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우리말 같이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함께라는 뜻 외에 “—처럼이라는 뜻이 있다. 즉 예수님과 같은 모습으로 예수님과 함께 걷는다고 하는 의미가 된다.

그 분처럼 그 분과 함께 걸어갈 때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열매가 맺히게 된다. 이것이 성령의 열매이다. 포도나무 가지가 줄기에 붙어 있기만 하면 저절로 열매를 맺게 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포도나무 가지가 스스로가 열매를 맺으려고 노력할 필요가 없다. 그가 열매를 맺기 위해 해야 할 유일한 일은 그저 줄기가 자신을 붙들고 있도록 자신을 맡기는 것이다.

우리가 누군가와 오랜 동안 함께 관계를 맺고 같이 걸어가는 과정에서 생겨나는 세 가지가 있는데 신뢰, 기대감, 그리고 친밀감이다.  이것은 일반적으로 깊은 관계, 즉 가족 또는 친구 관계 그리고 연애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이것을 성경에서 표현하는 단어로 바꾸면 각각 믿음, 소망, 사랑으로 대체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세 가지는 하나님을 더 가까이 알아갈 수 있도록 도울 뿐 아니라 하나님의 은혜를 우리 가운데 흘려 보내는 통로 역할을 한다. 그 은혜는 우리가 하나님과 같이 지속적으로 걸어갈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함께 걷는 과정에서 신뢰, 기대감, 친밀감이 자라날 뿐 아니라 이 세 요소가 함께 가는 사람간의 관계를 더 견고하게 만들어 준다. 신뢰, 기대감, 그리고 친밀감은 우리가 노력해서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다. 이것은 반드시 상대와의 관계 속에서 형성되는 것이다. 우리가 애쓰고 연마해야 하는 성품이라기 보다는 밖에서부터 흘러 들어오는 자극을 통해서 자라난다.

이 책에서는 구속 이후의 신앙 생활을 예수님과 같이 걸어가는 삶으로 표현한다. 그리고 그것의 구체적인 모습이 어떤 것인가를 나 자신의 체험을 중심으로 그려내고자 한다. 어찌 보면 내가 가장 다루기 자신 없는 부분에 대한 나눔이다. 이 내용을 다루는 것은 내가 이 부분에 대해서 무엇을 알기 때문도 아니요 다룰 자격이 있기 때문도 아니다. 그저 주님과 함께 걷는 길 중간에서 그간의 걸어본 길을 정리해서 독자와 나눌 필요를 보게 되었고 그것에 대해 하나님께서 주시는 부담이 있었기 때문이. 이번에도 역시 주님의 생각과 나의 생각이 다르다는 사실을 인정하게 된다. 그냥 편안한 마음으로 하나님께서 보여주실 다음의 계획에 대해서 신뢰하며 나라는 부족한 통로를 통해 주님의 뜻이 이루어질 것을 신뢰하며 순종할 뿐이며, 그 결과가 또 하나의 책의 형태로 나타난 것이다. 내려놓음이란 결국 하나님과 함께 걷는 길을 좀더 가볍고 편하고 기쁘게 걸을 수 있기 위한 준비 과정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글을 써놓고 보니 내려놓음 출간 이후 독자들이 내게 보내왔던 수많은 질문들이 이 책 안에 녹아있음을 느꼈다. 어떻게 보면 이 책은 그간 독자가 던진 질문에 대한 나의 반응이라는 생각도 든다. 독자의 질문이 이 책을 위한 또 하나의 동기부여가 된 것 같다. 바쁘다는 핑계로 그간의 질문에 거의 답을 하지 않았고 그것에 대한 마음의 부담이 있었다. 이제 그 부담을 이 책과 함께 털어낼 수 있으리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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