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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 시간을 알리는 모스크에서 울려 나오는 아잔의 외침을 통해서 내가 새로운 환경, 새로운 문화 속에 들어와 있음을 새삼 느낀다. 필자와 가족들은 2011년 여름 하나님의 섭리 가운데 몽골에서의 사역을 정리하고 미국 애틀란타에서 일년간의 안식년을 보냈다. 그리고 다시 지난 (2012년) 가을 인도네시아 땅에 대학교 설립 사역으로 부름 받아 들어왔다. 지난 일년 반 동안 몽골에서 한국을 거쳐 미국 애틀랜타로, 다시 애틀랜타에서 한국을 거쳐 인도네시아 자카르타로 가족과 함께 네 나라를 넘나들었다. 그 사이에 넷째 아이가 태어나면서 가족 구성원의 숫자가 한 명 더 늘었다.

이번이 벌써 결혼 후 삼 개월 이상 거주한 경우만 따져서 열 번째 이사가 된다. 그리고 앞으로 열 한 번째 열 두 번째의 이사가 우리 가족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인도네시아에 들어온 다음 날부터 국립 인도네시아 대학교의 언어 과정에 출석했다. 이미 수업이 시작한 후 두 주가 지나서 늦깎이 학생으로서 뒤늦게 수업에 참여했다. 대학교의 행정을 맡고 대학의 방향을 설정하는 일을 하다가 어느 새 다시 학생의 신분으로 돌아왔다는 사실이 새삼스러웠다. 박사 과정을 마친 이후 다시는 학생 시절로 돌아갈 일이 없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었다. 예전 학생 시절에는 시험을 보는데 시간에 쫓겨서 당혹해 하던 꿈을 꾼 적이 있었는데 그런 꿈을 꾸지 않게 된지 어느새 오랜 시간이 지났었다. 어쩌면 하나님은 내가 노년에 이르기까지 반복적으로 배움의 도전 가운데 있도록 나를 새로운 상황과 환경 속으로 밀어 넣기를 원하실지 모른다는 생각을 해 본다.

세어 보니 어느 새 인도네시아어가 내가 열 번째로 공부하는 언어다. 언어에 재주가 없는 사람에게 끝없이 동일한 도전을 반복하게 하시는 하나님의 방식이 아직 다 이해되지는 않는다. 확실한 것은 이 불가해한 일들 가운데 순종이 더해질 때 새로운 영적 지평이 열려간다는 사실이다. 아마도 이러한 언어 훈련 과정의 배경에는 나를 영적인 어린 아이로 빚어내려고 하시는 하나님의 뜻이 담겨 있지 않나 생각해 본다.

우리 가족은 매 번의 떠나는 순간을 통해 우리는 정리하고 결산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우리가 결산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을수록 우리의 삶의 자세가 더 온전해질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한다.

잦든 떠남을 통해서 우리 가정은 당분간 안 쓰게 될 물건들을 빨리 다른 사람들에게 융통하는 지혜를 배웠다. 그것이 우리의 떠나는 발걸음을 가볍게 한다.

책과 옷가지 그리고 아이들 용품으로 비행기에 싣고 갈 수 있는 분량만 남기고 숟가락 하나까지도 주변의 선교사들에게 나누어 주도록 리스트를 만들었다. 떠나기 전 날 물건들이 빠져서 횅해진 방에서 아이들과 잠을 자는데 둘째 아이가 말했다.

“아빠, 우리가 점점 가난해지고 있는 것 같아요.”

나누어 주고 떠나는 과정은 특히 아이들에게 불안감을 주었던 것을 깨달았다. 아이들은 아이들 나름대로 자신이 애착을 느끼고 붙들고 있던 것들과 정리하는 시간을 보내야 했다. 아울러 자신의 것들을 나누어주면 다시 우리의 필요를 따라서 하나님께서 우리의 빈 손을 하나씩 채워주신다는 것도 배울 필요가 있었다.

나그네 시기는 하나님께서 공급해 주시는 것을 경험하는 삶이다. 경제적으로 약자의 상황에 놓이기 때문에 나그네적인 삶은 하나님이 그 분을 신뢰하는 백성들을 어떻게 먹이고 입히시는지를 더 잘 경험할 수 있는 환경이다. 몽골에서 주신 것들을 나누고 애틀랜타에 간 우리 가족은 그곳에서 다시 한 번 하나님의 예비하심을 누릴 수 있었다. 애틀랜타 연합 장로교회의 목사님의 도움으로 어느 장로님이 소유한 저택을 저렴하게 렌트할 수 있었다. 가구와 살림살이 구하는 것에 대해 마음에 부담이 있었는데 그곳 성도님들이 사용하지 않는 물건들을 융통해 주시고 또 선물을 주셔서 필요한 대부분의 것들이 필요한 타이밍에 공급되는 은혜를 경험했다. 아이들도 이 과정을 보면서 우리가 하나님을 신뢰하며 나아갈 때 그 분께서 얼마나 세심하게 우리를 돌보시는지를 경험할 수 있었다.

그곳에서의 일년을 마치고 인도네시아라는 새로운 사역지로 부르심을 받게 되었다. 이 땅에서도 동일하게 하나님께서 예비하신 공급을 지속적으로 경험하게 된다. 내 것을 하나님께 맡길 때 하나님 것이 내 것이 된다는 사실을 온 가족이 함께 고백하며 나아가고 있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들어올 때는 몽골에서 함께 지냈던 몇 가정이 팀으로 같이 들어와서 함께 이사해야 했기에 많은 살림살이들이 필요했다. 교회에서 여러 분들이 가지고 집에 묵혀 두었던 것들을 융통해 주심으로 해서 우리의 필요가 채워질 수 있었다. 아파트 렌트 사업을 하시는 한 집사님이 아파트 세입자들로부터 가구가 오래되었으니 교체해 달라는 요청을 받은 후 가구를 새 것으로 교체하면서 기존 것들을 우리에게 보내주었다.

결혼하자마자 몽골에 가서 오년 간 사역하고 인도네시아 사역에 합류한 한 젊은 사역자의 부인이 그렇게 해서 받은 냉장고를 보면서 행복해 했다.

“투 도어 냉장고는 여기 와서 처음 써보네요.”

어떤 사람에게는 오래 써서 불평거리가 되는 냉장고가 어떤 사람에게는 하나님의 사랑과 공급의 표현이 될 수도 있다. 쓰던 것을 주어서 미안하다고 하는 분들에게 나는 이렇게 이야기해 주었다.

“우리가 아무리 좋은 것을 사도 그 기쁨이 두 달 가기가 어렵습니다. 그런데 하나님께 도움을 구하고 있다가 우리가 꼭 필요로 하던 것을 받게 되면 그 기쁨이 아주 오래 갑니다. 그것을 볼 때마다 우리의 필요를 채우시는 하나님의 배려와 돌보심을 생각할 수 있지요. 우리의 필요를 하나님께 맡기는 삶이 주는 축복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일에 통로가 되어 주신 것에 감사하는 마음이 있습니다.”

내 것을 다른 사람의 필요를 위해 나누고 또 다른 분들에게 내 필요를 의지하는 삶이 주는 영적인 도전이 있다. 그리고 하나님의 공급을 기대하며 나아가는 삶이 가지는 흥분이 우리에게 있다. 우리는 그 가운데 작은 나눔을 통해서도 큰 기쁨을 나눌 수 있다.

앞으로 이 지면을 빌어서 인도네시아에서의 삶과 사역 가운데 하나님과 동행하면서 경험하는 이야기들을 독자들과 함께 나누어 보려고 한다. 그 나눔을 통해서 한국에서 고군분투하는 성도들의 삶의 문제가 새로운 관점에서 해석될 수 있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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