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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들어가서 수술을 받기 직전 결혼식 주례를 해야 했다. 오래 전에 사역의 집중성을 위해서 시간을 관리해야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외부의 요청에 무한정 응할 수 없고 그 때마다 기도로 결정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었다. 그래서 시간 사용에 있어서 우선순위를 정했다. 그 때 앞으로 하지 말아야 할 것 리스트도 정했다.  그 가운데 결혼식 주례하지 않기도 들어 있었다.

 

하지만 이번 주례는 거절하기 어려운 예외적 경우였다. 결혼하는 커플은 남녀 모두 몽골 국제 대학교 사역자로 사년간 헌신해서 내 밑에서 사역을 도와 섬겼던 지체들이었다. 신부의 나이가 신랑보다 훨씬 많고 또 어려서부터 교회에서 같이 자랐던 터라 부모 동의를 받는 것이 어려웠다. 그래서 부모님의 허락을 받을 때까지 이년간의 시간을 기다려왔고 나는 그들을 위해서 상담하고 중보해 주었다.

 

그들이 주례를 부탁해 왔을 때 이번에는 원칙을 어길 수 밖에 없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 주례를 하기 위해서 수술 예약도 주례 직후의 시기로 잡아 놓았고 또 언어과정 기말고사도 일주일 앞당겨 치르는 무리를 감행해야 했다.  그 만큼 그 결혼식은 내게도 의미가 있었다.

주례하러 한국으로 들어가기 얼마 전 아내가 걱정하며 한 마디했다.

 

"여보, 혹시 당신 또 주례사하면서 사람들 잔뜩 울리고 장례식 분위기 만드는 것 아니에요?"

 

실은 내 집회 때 하나님께서 눈물을 주시는 경우가 많았고 나도 감동하면 눈물을 자주 터뜨리는 것 때문에 나온 말이었다. 그 말을 들으니 처음 주례를 서는 나로서도 염려가 되었다.

 

결혼식 당일 날 공항에 도착해서 옷 갈아입고 허겁지겁 식장에 당도했을 때 많은 그리웠던 사람들을 만나자 그 때부터 마음이 울컥했다. 몽골 국제 대학교에 학생으로 교수로 또는 직원으로 몸담았다가 한국에 돌아와 정착한 사람들이 그 새 가정을 축복하기 위해 식장을 가득 메웠다. 식장 앞쪽에는 빔 프로젝터로 몽골에서의 추억을 담은 사진들을 담은 슬라이드 쇼가 진행되고 있었다.  그 사진들을 보는 순간 목이 메기 시작했다. 몽골을 떠날 때도 일부러 울음을 보이지 않고 편안하게 이별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리웠던 사람들과 그리운 이야기가 내 마음에 닿자 속에서부터 흘러나오는 눈물이 있었다.

 

식이 곧 시작하려 하자 나는 긴장하기 시작했다.  말을 잇다가 울어버리면 어떡하나 싶었다. 아니나 다를까 첫 시작을 하려다가 울컥하는 것을 간신히 참았다. 분위기를 감지한 신랑과 신부는 긴장해서 내 쪽을 처다보지 못했다. 하례객들도 갑자기 숙연해지기 시작했다. 양가 부모님들도 긴장한 나머지 눈물짓거나 하지 못했다.

 

나는 일반적인 주례사와는 다른 종류의 메시지로 신랑 신부와 하객들에게 도전하기 원했다. 그렇게 하지 않기에는 이 결혼식이 너무 소중했다.

 

"결혼의 목적은 행복이 아닙니다. 행복해지려고 하는 결혼에서 오히려 우리는 불행해졌다고 느끼곤 합니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결혼 제도를 주신 이유는 그것을 통해서 하나님과의 연합을 이해하고 실제로 경험하게 하시기 위해서입니다. 따라서 결혼의 목적은 온전한  연합입니다. 행복은 온전한 연합이 이루어졌을 때 결과적으로 생겨나는 부산물일 뿐입니다."

 

보통 교회가 아닌 결혼식 장에서 하는 결혼식은 주례 시간이 지극히 산만한 시간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주례 시간에 대다수가 조용히 나를 주시하고 경청하고 있었다.

 

"한 예로 한 남자가 외롭고 힘들어서 자신을 행복하게 해 줄 상대를 원하고 있습니다. 또 한편에서도 한 여자가 자기를 행복하게 만들어줄 조건을 갖춘 남성을 간절히 찾고 있습니다.  두 사람이 서로의 조건을 보니 자신을 만족하게 해 줄 무언가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둘은 사랑하게 되고 결혼하기로 결심합니다.  이 두 사람은 서로 배가 고픈 것입니다. 문제는 배고픈 사람 눈에는 먹잇감만 보인다는 사실입니다.  두 사람은 결혼 후 얼마 안있어 서로를 물고 뜯게 되어 있습니다.  왜 나 하나 만족시켜주지 못하는 거냐고 소리치며. 결국은 피흘림과 전쟁이 있을 뿐입니다.  행복하기 위해 결혼하지만 결국 이혼에 이르는 수많은 경우가 이 때문일 겁니다."

 

결국 몇 차례 울컥하는 순간을 몇 차례 참으며 주례사를 할 때 여기 저기에서 흐느끼는 소리가 있었고 조용히 눈물을 훔치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 결혼이 있기까지 뒤에서 응원하고 중보해 주었던 지체들이 먼저 반응했고 그 분위기에 영향을 받은 주변 사람들에게도 반응이 있었다. 하지만 나는 눈물을 참기 위해 서둘러 메시지를 마무리했다.

 

"결혼의 목적인 온전한 연합을 이루기 위해서는 서로 죽어야 합니다. 예수님이 우리와 연합하시기 위해서 십자가를 택하셨던 것 같이 우리도 예수님 안에서 죽을 때에만 온전한 연합을 이룰 수 있게 됩니다. 나는 두 사람이 결혼 과정 가운데 서로 온전히 죽어지기를소망하고 축복합니다."

 

그렇다. 사랑과 죽어짐과 연합은 하나의 세트로 같이 간다.  그것이 내가 진실이라고 믿는 것이다.

 

내가 굳이 유별나게 행동하려고 한 것은 아니었지만 본의 아니게 나는 여러 가지 면에서 파격적인 주례자가 될 수 밖에 없었다.  식이 마치고 사진을 찍을 때 나는 주례로서 신랑 신부와 먼저 사진을 찍었다.  그 후에 몽골 국제 대학교 동료나 제자 등 관계자들이 나와서 사진 찍는 순서가 있었는데 나는 또 그 자리에 나가서 여럿이 함께 사진을 찍었다. 주례이기 전에 동료이자 친구라는 생각을 하는 것이 나쁘지 않았다.

 

보통 주례는 점심 식사 후 빨리 사라져 주는 것이 관례련만 나는 식사 후 하객들이 떠나갈 때까지 그 자리를 지키고 머물러 있었다. 그리고 남아 있던 옛 사역자들과 함께 또한 뒤늦게 합류한 신랑 신부와 함께 까페에서 한참을 수다 떨다 자리를 떴다. 하루를 다 보내도 아깝지 않은 일 가운데 부름을 받는 것은 기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까페에서 다수가 말하기를 이번 결혼식이 자신들이 기존에 가지고 있던 이미지와는 다른 무언가가 있었고 뒷통수 맞은 듯이 무언가를 배운 느낌이라고  했다.  요즘 결혼식 세태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우리가 그런 소망없는 모습과는 다른 어떤 것을 경험할 수 있었다는 것이 위로가 되었다.  나는 결혼식이 기존의 패턴과는 달리 형식에 매달리기 보다는 무언가 의미가 담긴 경험을 나누는 시간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혹시 또 주례의 자리에 서게 될 때가 있을지 모르지만 그 때에도 그 자리에 나의 삶의 메시지가 나누어지고 하나님의 임재가 있는 그런 결혼식이 되기를 소망하는 마음이 있다.  

 

내 아이들이 결혼하기 전에 하나님과의 연합과 결혼이 가지는 의미들을 충분히 이야기해 주고 싶다. 그것이 아이들의 결혼을 위한 가장 좋은 선물임을 믿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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