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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가족은 공동체를 이루며 살아가는 삶을 이제 조금씩 맛보며 연습하고 있다.  학교 사역은 기본적으로 공동체 사역이다.  나는 선교 대학의 많은 사례들을 보면서 선교 대학이 공동체성을 잃어버리면 다 잃어버리는 것이라는 것을 경험적으로 인식하게 되었다.  선교 대학을 세우는 일은 처음부터 팀 사역이 된다. 그래서 인도네시아에 들어와서 대학을 세우기 위해 함께 한 세 가정과 함께 팀을 꾸렸다.  초기에 두 가정이 한 집을 세를 얻어서 살고 두 가정이 그 옆 아파트에서 정착하게 되었다. 사무실과 차량을 공동으로 사용하고 또 재정의 일부를 나누다 보니 여러 가지로 우리 가정의 약한 부분들이 드러나게 된다. 

 

가족 단위가 모여서 공동체를 이룰 때 가장 어려운 것 중 하나 역시 아이들 문제이다.  아이들을 통해서 나와 아내의 벌거벗은 모습이 드러날 때가 있다. 같이 정착하는 가정들의 자녀가 기본적으로 최소 세 명이고 어린 아이들이 많다.  아내와 내가 나이가 많은 편이어도 아이들 둘이 어리다 보니 다른 집 아이들과 섞일 때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하곤 했다. 

 

어른들끼리는 불편한 것도 견딜 수 있지만 아이들은 원색적인 반응을 나타내곤 한다. 아이들 안에 있는 모난 부분들이 있고 그것들이 부딪히면서 아이들끼리 친하지 않은 경우 어려움이 생긴다.  그 어려움은 부모들에게 증폭되어 전이되는 경우가 생긴다.

 

서로가 가지는 가정교육의 원칙이 다른 상황에서 서로 다른 가족이 차나 집 또는 그 외의 공간을 나누며 함께 한다는 것은 어려운 문제이다.  이것은 심지어 부모들이 성숙된 사람들이라고 하더라도 여러 가지 생각지 않은 문제들을 일으킨다. 부모 안에 관계의 문제와 상처가 있는 경우에는 자녀들의 문제가 증폭되어 더 큰 문제가 야기될 소지가 있다.

 

더욱이 선교사의 정체성을 가지고 살다가 현재 자카르타에서 한인 교회라는 공동체 안에 들어와서 생활하고 있음으로 해서 경험하는 부분이 있다. 자녀들이 한인 교회 안의 다른 아이들과 어울려 지내면서 선교지에서 현지인들과 어울려 살 때와는 다른 상황 가운데 처하게 된다.  아이들에게 처음에 힘든 것 중 하나는 비교에서 왔다.  다른 아이들이 누리는 것 중에 자신이 가지지 못하는 것에 대한 불만이 생기곤 하는 것이다. 아이들에게 때로는 누릴 수 있는 것을 예수님 때문에 포기하는 것이 주는 보람에 대해 가르치는 일은 시간이 필요했다. 

 

나는 작년 12월부터 2월 중순까지 이 개월 반이라는 시간 동안 한국에 머물러 있어야 했다.  췌장 수술을 마치고 후유증으로 인해 다시 재입원하면서 한국에 머무는 시간이 예상보다 길어진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아내가 아이들 넷을 데리고 한국으로 들어올 수도 없었다.  첫째와 둘째 두 아이는 학교에 다녀야 했기 때문이다.  결국 아내는 혼자서 아이 넷을 맡아야 하는 상황을 맞게 되었다.

 

이 시기에 하연이가 어려움을 겪었고 여러 번 폭발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하연이는 엄마에게 붙어서 떨어지려 하지 않았고 짜는 일이 많아졌다.  기다리는 것을 힘들어 했고 수가 틀리면 울며 떼를 쓰는 일이 생겼다.  교회에서 그럴 경우 주변 분들이 어떻게 할 수 없을 정도였다고 한다. 교회에서 엄마를 떨어지지 않고 징징거리며 짜는 셋째 때문에 아내는 자존심이 구겨지고 자주 난처한 상황을 경험해야 했다. 더군다나 아이가 폭력적이 되는 경우도 있었다. 화가 나면 누나나 엄마를 때리는 경우도 생겼다. 어느 새 이용규 선교사 셋째 아이 성격 대단하다는 평이 교회에 자자해졌다.

 

하연이는 늦둥이로 태어나서 가족을 관심 가운데 막내가 누릴 수 있는 사랑을 흠뻑 받고 자랐다.  그러다가 넷째가 태어난 후 가지게 된 충격이 있었던 것 같다.  게다가 환경이 미국에서 한국으로 다시 인도네시아로 바뀌게 되었다. 자기에게 익숙한 공간이 되었던 미국 아틀란타 집을 떠나서 새로운 환경으로 들어가게 됨으로 해서 가지는 충격 탓인지 아이는 어느새 엄마돌이가 되어버렸다. 아이는 간혹 그 곳에 두고 온 장난감 이야기를 하며 슬픈 표정을 짓는 경우가 있었다. 거기에 더해서 아빠가 없어져 버린 환경에서 엄마를 소유하려는 욕구가 더 강해졌다.  반면 엄마는 육체적인 피곤함 때문에 아이를 충분히 받아줄 여유가 없었다.

 

나는 인도네시아로 돌아온 후 셋째의 상황이 심각한 것을 느꼈다. 물론 받아주고 같이 놀아주기도 해야 하지만 한편으로는 아이를 훈육해야 하기도 했다. 가끔 폭발해서 자제력을 잃고 울며 짜며 누구를 때리는 습관은 고쳐야겠기에 기회를 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이가 울음을 그치지 않고 아빠의 경고를 계속 무시했다. 기다려 보고 혼내겠다고 위협했지만 효과가 없었다. 결국 아이를 현관 밖으로 내보내서 반성한 다음에 들여보내려고 했다. 아이는 밖에 끌려나가면서 큰 소리로 울었다.  우리 집 아이들이 기본적으로 밖에 혼자 두는 것을 무서워했다.

 

하도 큰 소리로 울어서 길 건너 멀리 사는 선교사 집에서 연락이 왔다. 하연이 우는 소리가 나는데 괜찮냐고 묻는 전화였다. 우리는 그냥 무시해 달라고 했다.  작정하고 아이를 꺾으려고 했다. 

 

아이가 계속해서 울며 문을 두드리기에 문을 열어보았다. 문밖에 둔 자전거는 넘어져 있고 신발은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다. 한심하기도 하고 어찌해야 할지 언제까지 대치상태로 있어야 할지 난감하기도 했다. 그러던 중 큰 아이 동연이가 내 앞에 와서 울면서 말했다.

 

아빠, 하연이가 불쌍해요. 하연이 용서해 주세요. 하연이도 어쩔 수 없어서 그러는 걸 꺼예요. 엄마 아빠가 막내만 사랑할까 봐 저러는 거잖아요.”

그러더니 큰 아이는 하연이 손을 잡으며 말했다.

야 임마, 너 빨리 아빠한테 잘못했다고 빌어. 빌란 말야.”

 

하연이는 그 말에 힘 입어 울면서 잘못했다고 빌었다. 나도 하연이를 끌어안으며 같이 울었다. 그렇게 세 남자가 문 밖에서 같이 울었다. 그 이후 하연이가 동연이를 보는 눈빛을 보니 그윽하기 그지 없었다. 자신을 구해준 형이 무척이나 고맙고 의지가 되었던 것 같다. 내게 몇 차례나 형이 멋있다는 말을 하곤 했다.

 

누군가에게 구원받았다고 느낄 때 우리는 그 분에게 그런 눈빛을 보낸다. 예수님의 구원을 경험한 사람은 그 분에게 그런 눈빛을 보내게 마련이다. 그 분이 너무도 멋있어 보이는 것이 당연할 것이다.  그 분이 멋있어 보이지 않는다면 우리는 구원받은 경험이 없는 것일지 모른다.

 

나는 동연이가 용기를 내서 나와 하연이 사이에 서준 일이 바로 중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실은 그것이 내가 이 땅에 온 이유이기도 하다. 이곳에서 하나님과 이 땅 거민들 사이에 중보자로 서는 것이다. 이 사실을 아이들을 통해서 확인한다.   

 

우리 부부가 아이들의 문제로 인해 스스로 힘들어 하기보다 지속적으로 하나님께 가지고 나가며 그 힘듬 가운데서도 그 과정을 하나님의 선하심을 배워가는 과정으로 삼을 때 우리는 자녀 양육의 영적 전쟁 과정에서 승리를 누릴 수 있음을 지속적으로 경험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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