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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와 아침 식사를 앞에 놓고 시간을 내서 이야기하던 중 아내가 최근에 읽은 책 이야기를 나누었다. 어머니께서 보내주신 책인데 열 명의 자녀를 입양한 목사님 가정의 간증 내용이었다그 글을 쓴 윤정희 사모님은 네 번이나 아이를 유산했다는 내용을 나누었다고 한다아내는 하나님께서 각자에게 주신 사명이 참 다르다는 생각을 했다고 나누었다


우리 부부의 경우는 아이를 낳기로 결정했을 때 다른 부부들에 비해서는 비교적 쉽게 아이를 가질 수 있었다결혼 후 빡빡한 유학생활에서 아이를 바로 갖기가 버거워서 우리 부부는 오랜 신혼생활을 갖기로 결정했다.  

첫 아이를 낳게 된 것은 그 후 삼 년이 넘게 시간이 흘러서 이제는 아이를 가져야겠다는 부담이 느껴지던 시기였다. 한 번 태아가 지워지는 아픔은 있었지만 비교적 수월하게 큰 아이를 임신할 수 있었다그리고 또 3년이 지나서 아내가 박사과정 코스워크를 마치고 둘째를 생각하기 시작했을 때에 바로 둘째를 품을 수 있었다.   


우리 부부는 아이 숫자에 대해서는 대략 둘로 정리할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그런데 몽골에서 아내가 우울증을 이기고 부부 관계가 회복되던 시점에 하나님께서 우리 가정에 강권적으로 셋째를 주셨다.  

우리가 계획하지 않았음에도 모든 방어막을 뚫고 셋째가 아내의 몸에 안착한 것이다그리고 우리 가정은 세 명의 아이로 충분하다고 생각하고 있던 중에 하나님께서는 또 한 번 강권적으로 아이를 주셨다그 때는 아내가 몸에 피임기구를 갖고 있던 중이었기 때문에 넷째의 임신이 놀랍기도 했고 또 태아에 영향이 있을까 당황스러웠던 기억이 있다


어떤 가정은 아이를 가지려고 그토록 노력을 하지만 하나님께서 아이를 허락하시지 않고 또 어떤 가정은 아이를 가질 생각이 없었는데도 강권적으로 아이를 허락하시기도 한다어떻게 보면 불공평한 일 같기도 하다생명을 낳는 것만은 우리의 계획과 노력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태를 여셔야 한다는 메시지인 것이다


아내가 이 부분에 대한 의문을 꺼내자 나는 이런 답이 나왔다.


하나님께서 우리 인생 가운데 각기 다른 사명을 주시는 것 같네우리에게는 아이를 많이 낳아 기르면서 하나님을 경험하는 것이 사명인 것이고또 어떤 가정에는 직접 아이를 낳아서 기르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 배로 낳은 아이를 가슴으로 다시 낳아서 키우는 사명이 있는 것이고.”


나는 문득 적어도 이 땅의 크리스천들만이라도 아이와 관련해서 그들을 낳거나 입양하는 것 이 모두를 사명으로 받을 수만 있다면 이 세상의 모습이 많이 달라질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얼마 전 한국에 일정이 있어서 다녀오는 길에 여의도 순복음 교회 이영훈 담임목사님과 식사하며 대화한 적이 있었다그 때 한국 사회가 직면한 문제에 대한 가슴 아픈 이야기를 나누다가 현재 한국 사회 안에 가출 또는 부모의 부재, 결손 가정 등의 이유로 제대로 양육되지 못하는 청소년들이 이십 수만 명에 이른다는 내용을 접했다.  

이 이야기를 접하면서 한국 교회가 하나님으로부터 오는 또 다른 사명을 받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것을 나누었다


인도네시아의 경우 선교사들이 고아원 사역을 하려고 하면 정부 관리들이 하는 이야기가 인도네시아에는 당신들이 생각하는 식의 고아 문제가 없다고 하는 것이다.  

물론 인도네시아에도 여러 개의 고아원이 존재한다하지만 그들이 고아 문제가 없다고 하는 말도 아주 틀린 말은 아니다왜냐하면 인도네시아는 사회 공동체가 결속력이 강한 편이다만약 아이들이 부모를 잃으면 가까운 친족이나 마을의 가까운 가정이 그 아이들을 입양해서 같이 키우는 것이 일반적이다인도네시아 전역의 이슬람 공동체나 발리의 힌두 공동체나 모두 고아를 맞아 키우는 것이 가까운 친족이나 공동체의 의무라는 의식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고아원이 존재하지만 많은 경우 그곳에서 양육되는 아이들 중에 부모가 있는 경우가 많다시골에 사는 부모가 자녀들이 도시에서 교육 혜택을 받으며 자라게 하려는 바람에 고아원에 위탁하는 것이다


물론 모든 이슬람 지역이나 힌두 지역이 그러한 것은 아니지만 기독교 지역의 경우 공동체성이 약한 경향을 쉽게 볼 수 있다본디 기독교는 중동과 아시아 지역에서 시작되었고 강한 공동체성의 전통을 가지고 있었다그러나 기독교가 로마의 국교가 되면서 유대교와 그 전통으로부터 분리하려고 하면서 헬레니즘에 기반한 사회문화적 영향을 강하게 받게 된다그 이후 유럽이라는 토양에서 기독교가 자리잡으면서 서구 사회의 개인주의적인 성향의 영향을 강하게 받게 된 것은 아닐까 생각된다.


기독교가 성장한 지역에는 많은 고아원이 있지만 고아원은 고아 문제의 궁극적인 해답이 될 수 없다고아원은 아이들이 임시로 거쳐가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부모 잃은 아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새로운 가정을 만나는 것이다.


한국 사회의 경우 혈연 중시 사상이라는 전통의 영향이 또한 입양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 되고 있다유교의 영향을 받은 동아시아 문화권에서는 가족을 구성하는 가장 중요한 핵심이 혈연 관계이다그래서 자기 피를 받지 않은 다른 누군가를 가족으로 맞아들이는 것을 기피하게 한다한국 교회의 구성원들도 이 영향권 하에 있다.


마카오에서 고아원을 운영하는 브라질 선교사로부터 다음과 같은 마음 아픈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아이들에게 있어서 가장 큰 행복은 자신이 받아들여지는 가족을 찾는 것일 겁니다우리는 아이들에게 복음을 심어주려고 애쓰고 노력하지만 정작 그 아이들을 데려가려고 오는 가정은 대부분 기독교 가정이 아닙니다새로운 가정이 나타났을 때 아이들을 위해서 기쁘기도 하지만 아이들이 결국 하나님으로부터 멀어질 가능성 때문에 마음이 아프지요.”


내가 교육분과의 담당자로 섬기고 있는 세계 변혁(Transform World)라는 네트워크에서는 세계 교회가 직면한 중요한 도전을 일곱 개로 정리하고 이 문제와 씨름하기 위해 전세계 교회를 동원하는 일을 하고 있다그 중 하나가 고아 문제이다이미 우크라이나에서는 교회들이 우크라이나를 고아 없는 나라가 만들기로 선포하고 모든 기독 가정과 교회가 입양을 권고하고 도전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그리고 많은 다른 나라 교회들이 이 노력에 동참하고 있다


내가 그 식사 자리에서 제안한 것은 다음과 같다.


만약 한국의 크리스천 가정마다 한 명씩 입양을 할 수만 있다면 우리는 더 이상 교회의 사회적 영향력 상실이나 교인 수의 감소를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입니다우리가 가정을 열어서 다른 아이들을 맞이하고 또 우리 영향권에 있는 아이들만이라도 헌신된 예수님의 제자로 키울 수 있으면 교인 수는 자연히 증가할 것입니다그리고 교회의 영향력은 자연히 커질 겁니다문제는 우리 한국 교회가 하나님의 부르심에 헌신할 마음이 있는가 입니다.”


물론 이것은 우리 가정에도 큰 도전이다.  

얼마 전 아이들에게 입양에 대한 생각을 물었을 때 아이들은 강한 감정적 반응을 보이면서 거부했다그래서 대신에 컴패션을 통해서 외국의 한 아이를 품는 것부터 시작하기로 마음을 모았다일단 온 가족이 이것부터 시작하면서 아이들이 조금씩 어려운 환경에 있는 다른 아이들을 향해 마음이 열리기를 보기 위해서이다


아내가 오래 전에 컴패션 후원에 대해 의견을 구했을 때 나는 인도네시아 내가 섬기는 땅에 모든 자원을 집중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졌기에 아직 때가 아니라고 답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내 생각이 바뀌기 시작했다아이들이 이 땅에 살면서 또 다른 땅에 있는 아이들을 향한 마음을 키울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하나님께서 주신 프로젝트는 그것대로 수행하지만 또 우리 주변에서 작지만 섬길 수 있는 영역을 찾아서 그 영역에서도 헌신이 일어나야 우리 가정이 건강하게 설 수 있다는 깨달음이 왔기 때문이다


하나님께서 셋째를 임신하고 힘들어 하던 아내에게 다음과 같이 말씀하신 적이 있다.


내가 네게 보낸 아이를 잘 맡아주는 것 그것이 내가 너에게 원하는 최고의 희생이고 헌신이고 사명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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