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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가족과 함께 한국에 들어온지 한 달이 넘었다. 비자가 나올 듯 나올 듯 늦춰지면서 우리 가족은 추석을 앞두고 한국을 떠나는 것으로 일정을 재조정해야 했다. 우리가 바라던 것과는 다르게 이런 저런 이유로 들어가는 것이 지체되었다.


하나님께서 귀국을 늦추시는 이유가 있으리라 생각해서 그 이유를 묻는 기도를 했다. 생각해 보니 하나님께서 인도네시아에 우리 가정을 빨리 입국시키기 원하신다면 일사천리로 일이 진행되도록 허락하셨을 것이다. 실은 내가 인도네시아에 입국할 때 하나님의 특별한 은혜를 누리는 경험을 한 적이 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취업비자로 있는 사람은 출입국을 위한 허가를 별도로 받아야 한다. 비자 연장 신청을 한 동안에는 특별 출입국 허가를 받아서 다녀야 한다. 필자는 1년짜리 출입국 비자를 발급받은 바 있었는데 조만간 비자 연장 허가가 늦어질 것을 대비하여 추가로 특별 출입국 허가를 받아두었다. 미리 안전 장치를 하자는 의미였는데 그 특별 허가를 받은 후 두 번째로 인도네시아에 입국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되었다.


필자가 캄보디아에서의 일정을 마치고 인도네시아에 입국하는 과정에서 이민국 직원이 필자의 여권을 보고난 후 필자를 다른 방으로 불러서 심문하는 시간이 있었다

그 관리의 설명에 따르면 특별 허가는 한 번만 사용할 수 있는데 필자는 두번째 출입국을 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1년짜리 출입국 비자는 특별 비자를 받는 순간 무효가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인도네시아 출국 시에 이민국 직원은 필자를 출국시켰다. 그리고 재차 인도네시아에 들어올 때 문제가 된 것이다


이민국 직원은 필자에게 말하기를 필자가 인도네시아에 재입국할 근거가 없어졌다는 것이다. 필자가 도착 관광 비자로 들어오게 되면 그 순간 인도네시아에 머무는 가족들은 모두 불법체류가 되어 버리므로 당장 인도네시아에서 출국해야 하게 된다.


난감한 상황이었다. 그저 이민국 직원의 선처를 바랄 뿐이었다. 이민국 직원은 고심을 하더니 필자에게 해결책을 제안했다. 지난 번 인도네시아 입국 도장을 무효로 만들면 된다는 것이다. 그러더니 필자의 인도네시아 입국 도장에 무효 도장을 찍어주고 나서 필자를 입국시켰다. 얼떨떨한 사이에 들어오게 되었다. 만약 그 때 이민국 직원이 나의 입국을 거부하게 되면 매우 복잡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었다

이 경험은 필자에게 인도네시아 행정 방식에 대한 새로운 이해를 주었고 아울러 법과 재량 사이의 모호한 경계에 대해서 막막한 감정과 부담을 동시에 주었다.


어쨌든 그 때 하나님께서는 특별한 은혜로 곤궁에 빠진 자를 구제해 주셨다. 하지만 이번에 가족들이 비자를 새로 해서 들어가는 가운데 일정이 계속 늦춰지는 가운데 필자의 마음이 초조하고 급해졌다. 그런 시간이 길어지자 인도네시아에 다시 들어가는 것이 맞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들었다.


기도 중에 하나님께서 말씀을 주셨다.


네 마음이 어느새 높아졌구나. 그저 겸손하게 저 좀 제발 들어가게 해주세요라고 구하지 않겠니?”


문득 인도네시아의 비자 정책이나 관리들의 태도에 대해 마음이 상해서 여기 아니면 갈 곳이 없을 것 같냐? 너희들에게 좋은 것을 주려고 하는데도 너희가 발로 차려 하는구나.’라는 마음이 들었던 생각이 났다. 그것을 하나님께서 높아진 마음이라고 하신 것 같았다.


제발 들어가게 해달라고 비는 것은 자존심 상하는 일이다. 한 예로 교제하는 남녀 사이에서 남자가 여자 친구에게 나는 너를 별로 필요로 하지 않아라고 말했을 때 여자 친구가 그래도 제발 나 좀 받아주렴. 난 너 없이 못 살아라고 고백하라고 하는 것이나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마음에 찾아온 말씀은 그럼에도 기꺼이 낮은 마음으로 제발 이곳에 머물게 해달라고 하나님께 구할 수 있겠냐는 질문이었다. 필자는 아직 충분히 이해되지는 않았지만 하나님께서 가르쳐 주신 대로 기도했다.


비자 문제로 인해 가족과 함께 인도네시아에서 출국하면서 하나님께 내가 인도네시아로 부르심을 받은 것이 맞느냐고 물은 적이 있었다. 그 때 나의 내면에 상한 마음의 흔적이 있었음을 느꼈다

나는 사역의 부르심을 받은 곳에서 하나님께서 내게 날개를 달아주실 것을 기대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오히려 내 다리에 모래 주머니를 채워주시고 계시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그러다가 필자가 몽골의 이레 교회에서 섬길 때 몽골 MK 학교의 선생님으로 계시면서 이레 교회를 같이 섬겨주었던 변한나 선생님이 사모로 섬기시는 교회에 말씀 전하러 갔다

그 교회는 인천의 가난한 동네 재개발 지역에 위치한 시장통에 있었다. 남편 목사님은 전도창창한 젊은 목회자인데 하나님이 주신 마음 때문에 그 교회를 섬기고 있었다.


그 교회는 이층에 있었는데 일층에 생선 가게가 있었다. 위층으로 올라가는데 생선 냄새가 코를 찔렀다. 그런데 그 냄새가 왠지 익숙하게 다가왔다. 예전 몽골에서 살았던 집 아래층이 몽골 음식점이었는데 양고기 냄새가 늘 복도에 가득했던 것이 떠올랐다. 교회에 들어가 보니 작고 아담한 곳에 몇 가정이 모여 있었다.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이레 교회 생각이 났던 것이다. 그 때는 참 가난한 마음을 가지고 사역했었다. 그제서야 마음이 높아졌다고 하는 말씀이 무슨 의미인지 깨달아졌다.


그 후에 오병이어 선교회 수련회에 참석하는 기회가 있었다. 집회 말씀 사역자가 아니라 조용히 말씀 듣는 자리에 있는 것이 참 귀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기에서 조용히 강의를 듣고 있던 중에 어느 새 일중독에 빠져 있었던 나를 보게 되었다. 동시에 일을 놓는 것도 두렵고 일을 대하는 것도 두려워진 내 모습을 보았다. 리더로서의 책임을 너무 과중하게 느끼고 하나님께 일을 맡겨드리지 못하는 모습도 있었다

그제서야 하나님께서 필자와 가족을 비자 문제라는 명목상의 이유로 뜯어내신 진짜 이유가 무엇인지를 깨달았다.


처음에는 아이들이 학교를 쉬고 있는 것도 마음에 부담이 되었다. 그러나 하나님은 조용히 내 마음 가운데 말씀하셨다.


너는 네 영역이 아닌 일을 걱정하고 있구나. 네 걱정이 아이들의 미래에 한 치의 영향이라도 미칠 수 있겠니? 그들의 미래를 계획하고 열어가며 그들을 인도해 가는 것은 나의 일이지 너의 일이 아니란다.”


그 말씀이 내 마음에 스며들 때 필자는 자유함과 평안을 누릴 수 있었다.


하나님께서 일을 멈추게 하실 때는 이유가 있다. 그리고 그것은 하나님의 지혜와 사랑에 기초한 것임을 고백하게 된다. 그래서 필자는 여전히 평안함 가운데 인도네시아에 들어갈 날을 기다린다. 이제 그 때가 아주 가까웠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는 또 주님이 열어주시는 사역들 사이로 열심히 달려가는 시즌이 다가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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