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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들이 어려운 환경에서 공부하는 것이 결과적으로는 미국대학 진학에 유리하게 작용하는 경우에 대한 한 예를 소개하고자 한다. 필자가 떠남책에서 소개한 한 가정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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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분은 몽골국제대학교에서 사역을 하셨는데 아이 아홉을 두었다. 이 분은 캘리포니아 공과 대학 출신으로 선교사로 자원하여 독일, 터키, 카자흐스탄, 그리고 중국 신장에서 사역하다가 몽골로 들어오신 분이었다. 이 분은 특별한 후원 없이 자비량으로 살며 아이들을 키웠다. 현지의 적은 임금에 의존해 생활하다 보니 현지인들보다 어려운 환경에서 살았다. 추운 겨울 빈민촌 나무집에서 석탄을 떼며 방 하나에 식구들이 모여 살았다.


그 와중에서도 학생 중에서도 방을 구할 수 없는 아이들을 재워주기도 했다. 그 집의 셋째와 넷째가 몽골국제대학교에서 잠시 학교생활을 한 적이 있었다. 이 두 형제는 겸손하고 수줍음을 많이 타서 행동이 서양 아이들 같아 보이지 않았다

넷째 아이에게 부탁해서 동연이 영어 회화를 일주일에 두 번 지도해 달라고 부탁한 적이 있었다. 이 형제는 사랑의 마음을 나누기 원한다고 하면서 차비 외에는 사례를 받지 않겠다고 사양했다.


그 학생의 신발을 보니 그렇게 낡은 신발은 본 적이 없었다. 밑창의 4분의 1 정도가 떨어져 나와 덜렁거릴 정도였다. 그 추위에 어떻게 걸어 다닐까 생각을 하니 마음이 아팠다

이 형제는 목욕할 수 없는 환경에서 살았기 때문에 집에 들어와 있으면 냄새가 났다

그런데 놀랍게도 냄새가 나는 발보다 냄새나지 않는 발을 가진 내가 더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다.


그 선교사님은 자녀들을 모두 집에서 홈스쿨링(Home Schooling,학교에 가는 대신에 집에서 부모한테 교육을 받는 재택 교육)을 하셨다. 자녀들에게 물어보니 그냥 책을 많이 읽는 것 외에는 다른 공부를 한 것이 별로 없었다고 한다.


재미있는 것은 대학 갈 나이를 지난 자녀들 모두 명문 대학에 입학했다는 것이다

첫째 딸은 코넬 대학을 졸업했다. 그리고 몽골에 들어와서 가난한 몽골인 목사와 결혼해서 가정을 이루고 사역하고 있다

둘째는 다트머스 대학 졸업을 앞두었다

셋째는 알래스카 주립 대학을 다니다 휴학하고 몽골에 와서 몽골국제대학교에서 청강을 하면서 학생 사역을 도왔다

넷째는 뉴욕의 컬럼비아 대학교에 합격해서 공부하러 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네 명 모두 전액 장학금을 받아서 생활비까지 받으면서 대학교를 다닐 수 있었다. 나는 넷째인 다니엘에게 컬럼비아 대학교에서 그를 장학생으로 뽑아준 이유가 무엇 때문인 것 같으냐고 물어본 적이 있었다.


그 친구는 말했다.


"SAT(Scholastic Aptitude Test, 미국의 대학입학 자격시험)성적은 그 학교 학생들의 평균에 비해서 그다지 높은 것은 아닐 겁니다. 제가 생각하는 합격 요인은 아무래도 제 에세이 때문인 것 같습니다."


그는 중국 신장 지역에서 살 때 대학 지원을 했다

그 당시 위구르인들의 시위 사태로 인해 우루무치 지역에 계엄령이 선포되면서 외국에 지원 서류를 넣을 수 없게 되었다. PC방에 찾아가서 서류 작업을 하던 도중 경찰이 들이 닥쳐서 도피하던 시기의 내용을 가지고 에세이를 썼는데, 그것이 강한 인상을 주었던 것 같다고 한다

우리가 좁은 길이라고 생각하는 그 길이 실은 넓은 길일 수 있다.


길이 없다고 생각되는 그곳 광야에서 하나님은 그분을 신뢰하는 자들에게 길을 보여주신다. 그들 형제들에게는 대학 입학이나 졸업이 삶의 중요한 목표가 되지 못했다. 하지만 그들의 앞으로의 섬김을 위해 하나님께서는 그들에게 덤으로 학교의 축복도 허락해 주셨다.


나도 미국 유학 시절에 장학금 심사 위원으로 일했던 적이 있다. 그 때 강렬한 에세이가 합격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미국에 이민 간 한국인 부모들은 아이들을 교육시킬 때 남들이 가는 길을 따라가야 도태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안심한다.


그래서 그 무리 가운데 껴서 적당히 앞서가기를 원한다. 그러나 나만의 독특함을 가지고 나만의 길을 걸어간 사람이 대학 입학 사정관이나 직장의 면접 위원들에게 더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익숙한 길 남들이 다 가는 그런 길이 우리 자녀들을 위한 최선의 길이 아닐 수 있다. (이상 떠남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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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필자가 미국 LA에 집회차 방문했을 때 다니엘의 소식을 다른 몽골 학생을 통해서 들었는데 곧 졸업을 앞두고 있다고 한다.


앞의 다니엘의 경우 홈스쿨링만을 받았어도 좋은 대학에 장학금을 받고 입학할 수 있었던 배경에 대해 독자들이 이 과정을 좀 더 이해할 수 있게 풀어보자면 다음과 같다.


중국의 신강에서 가난하게 자란 아이가 미국 대학을 지원할 때 그의 독특한 배경은 이미 입학사정관들의 주목을 받게 된다. 미국 아이로서 외국에서 자랐고 그 현지의 문화와 언어를 할 수 있다는 것은 큰 장점이 된다

마찬가지로 인도네시아와 같은 동남아권 문화에서 자란 한국 아이가 영어와 한국어를 잘 구사하고 또 인도네시아어와 같은 현지어까지 할 수 있다고 한다면 이 학생은 입학사정관의 주목을 받게 된다

왜냐하면 미국의 대학들은 이미 국제형 인재를 키우고자 커리큘럼을 바꿔가기 시작한지 오래되었다. 이미 필자가 박사과정 말기 무렵 하버드 대학교에서 어마어마한 돈을 들여서 학교 커리큘럼을 국제화 시대에 부응하는 방식으로 개편하고자 노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미국 기업은 이미 해외에서 새로이 성장하는 신흥시장에 투자해서 돈을 벌어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고 또 그 시장에서 활약할 수 있는 인재들을 필요로 한다. 그렇기에 대학은 그런 인재들을 찾아서 입학시키기를 원한다. 한국인으로서 타문화권의 경험을 가지고 또 언어를 익히고 동시에 영어로 교육을 받은 학생들은 미국 대학이 선호하는 인재상이다

한편 주재원 부모들은 이런 학생들을 한국 대학에 넣기 위해서 해외에 나와서도 자녀들에게 한국식 과외를 시키는 경우가 많다. 한국 대학이 더 저렴하다는 이유다

물론 몇 년 후 귀국해야 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일 수도 있다. 그러나 부모의 조바심이나 두려움이 아이들이 이 땅에서 누릴 수 있는 것들을 누리지 못하게 되고 좋은 가능성들을 잃어버리게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안타까움도 생긴다.


미국으로 대학을 보내려고 하는 한국 부모들은 SAT 성적에 지나친 관심을 보이고 집착하는 경우를 본다. 마치 한국의 수능시험이나 학력고사 같은 성격으로 SAT 성적을 생각하는 것 같다. 실은 싱가포르의 중국계 부모들도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을 보게 되었다. 아마 과거제의 전통을 가지고 있었던 동아시아권에는 시험 점수로 아이의 미래가 좌우될 수 있다는 생각이 지극히 정상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반면 미국 대학은 학생을 평가하는 기준이 다르다. 시험은 그저 학생의 많은 능력 중에 몇 가지만을 평가하는 것으로 본다. 물론 미국의 주립대학들은 학생들의 SAT 성적을 입시의 중요한 평가 기준 중 하나로 보는 경향이 있다. 왜냐하면 입학학생들의 SAT 성적 평균이 학교의 랭킹을 평가하는데 고려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이비 리그와 같은 최상위권 대학들의 입학사정에서는 SAT 성적이 차지하는 비중이 낮다. 시험 성적은 너무 많은 학생들이 원서를 내는 상황에서 일차 라운드에서 이차 라운드로 원서를 올려 보내는데 하나의 기준이 된다

그 이상의 라운드에서는 학생들의 다른 능력이 중요 평가 기준이 된다.


그 때 중요한 기준이 되는 것 중 하나가 에세이다. 앞에서 설명한 다니엘의 경우 에세이가 매우 강력했다. 천편일률적인 에세이를 읽던 사정관들에게 다니엘의 모험담은 강력한 인상을 심어주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의 이야기 안에는 그가 어려운 현실을 어떻게 수용하고 반응하는지의 모습이 담겨있다

현실의 어려움을 극복하는 능력은 미국 대학이 중요하게 보는 리더십 덕목 중 하나이다

그래서 때로는 부모의 도움으로 명문학교만을 다녔던 학생들에 비해 성적이 다소 부족해도 이런 특별한 경험과 배경을 가진 학생들에게 기회를 더 주기도 한다. 한편 에세이에서 부모의 배경에 대해서 길게 쓰는 것은 부정적 인상을 주기도 한다.


필자가 하버드 박사과정 재학하던 중 장한나라는 유명한 신동 챌리스트가 하버드 대학교 학부에 입학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많은 한국분들은 장한나가 언제 영어와 수학과 기타 과목들을 공부해서 다른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좋은 성적으로 하버드에 입학했을까 하며 대단하게 생각했을 수 있다

그러나 장한나가 기본적으로 공부도 열심히 했겠지만 그가 하버드에 뽑힌 이유는 그녀의 탁월한 챌로 연주 능력과 그녀가 쌓은 경험 때문이었을 것이다

한 가지가 특별하게 뛰어난 것을 보면 다른 영역에서 아직 개발이 되어 있지 않아도 앞으로 그것들도 잘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미국 명문대의 입학 사정관들은 생각한다. 그래서 미국 명문대의 입학 사정관들은 현재의 성적 이상으로 그 학생의 가능성과 살아온 삶과 태도, 가치관 등을 중시해서 학생을 선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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