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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지에서 어려운 일 중 하나가 자녀를 양육하는 것이리라.  하나님께서 우리 가정에 늦둥이를 둘을 주셔서 나는 네 명의 자녀를 둔 가정의 가장이 되었다.  우리 가정에는 중학생 아들, 초등학생 딸, 세돌 반이 된 셋째 아들과 이제 돌을 앞둔 넷째 아들이 있다.

 

선교지에서 아이를 키우면서 어려운 점 중 하나는 자주 이사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한 곳에 정착하지 못하고 사역의 부르심과 인도하심을 따라서 지역을 옮겨 다녀야 할 뿐 아니라 때로는 사는 나라를 바꿔야 하는 경우도 있다. 

 

나의 경우 아이들을 데리고 미국을 거쳐 몽골로 다시 미국으로 그리고 간간히 한국을 들러서 이제 인도네시아라는 환경에 들어가 있다. 

 

큰 아이와 둘째 아이는 익숙한 환경을 떠나는 것에 대해 한 때 어려움이 있었다. 우리가 노력했던 것은 가족이 이동을 하기 전에 한 육 개월 정도 충분한 시간을 두고 아이들에게 하나님의 부르심과 새로운 나라로 가야 하는 사실과 그 이유를 설명해 주는 것이었다. 아이들이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친구들과 이별할 시간을 가질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아이들은 예견치 못한 상황에서 갑자기 자기가 애정을 느끼고 관계 맺어온 곳으로부터 분리되어야 할 때 큰 충격을 받게 된다.

 

선교사 부모들이 아이들과 사역 이야기의 어떤 부분들을 나누며 가정이 함께 하나님의 소명을 받은 것을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따라서 내 경험으로는 이사와 같은 중요한 문제들은 아이들과 함께 상의하며 같이 기도하는 기간을 가지는 것도 좋았던 것 같다. 아울러 아내와 나는 관계가 거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친구들도 어디론가 떠나게 될 것이며 그들과도 언젠가 세상의 어느 곳에서 다시 만날 수 있음을 상기시켜 주려고 했다. 그래서 가족이 함께 한국에 들어가면 몽골에서 만났던 친구 중에 한국에 들어와 사는 친구들과 다시 만나서 회포를 풀 수 있는 시간을 주곤 한다.

 

한국에 들어와서 한국 학교에 새로 적응하는 아이들이 가지는 심적 어려움이 있다. 학교에서는 다른 아이들이나 심지어 선생님까지 몽골 놈이라고 부른다는 것이다. 자신이 사랑하는 관계를 맺고 아름다운 추억을 남겨두고 온 땅에 대해서 그렇게 비하하는 표현을 쓰는 것에 대해서 아이들이 마음에 상처를 받곤 한다.

 

아이들은 서로 통할 수 있는 감정을 갖고 있기 때문에 서로에 대해 깊은 애착을 가지곤 한다. 지금 신인가수 등용문이 되는 프로그램을 통해서 유명해진 몽골에서 온 남매가 있다. 그들이 악동 뮤지션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활동하기 전에 자기들이 작곡한 노래를 부르는 영상을 만들어서 유튜브에 올렸는데 예상치 못한 높은 조회수를 기록한 적이 있었다.

 

마침 그 집 둘째인 수현양이 동연이와 같은 학년이었다.  몽골의 한국인 선교사 자녀 학교는 한 학년에 한 반만 있었다.  한국에서 동연이 친구 부모들이 아이들과 만난 자리에서 그 때문에 그들의 활동에 대해서 부모님들이 이야기를 나누면서 한 분이 그 아이들이 그렇게 딴따라 자질이 있었네요라는 표현을 무심코 썼는데 그 표현에 대해서 아이들이 항의했다. 친구를 비하하는 듯하게 들렸기 때문에 동료 의식을 발휘한 탓이었다고 생각했다.  

 

한 번은 큰 아이 동연이가 며칠 얼굴이 어두워 보여서 학교 생활이 어떤지를 물었다. 인도네시아에 들어올 때 마침 아는 장로님의 도움을 통해서 자카르타 시 남쪽에 있는 싱가폴 국제 학교의 이사장님으로부터 아이들 장학 혜택을 약속 받을 수 있었다. 외교관 자녀 반액 할인 혜택을 적용 받을 수 있었다. 그래서 정식으로 대학교가 세워져서 이주하기 전까지는 아이들을 그 학교에 보내기로 했다.  그 학교에는 약 3분의 1 학생들이 한국계였다. 그 가운데는 주재원 자녀로 한국에서 온지 얼마 되지 않은 아이들도 있었다. 그 아이들 중에는 한국의 왕따 문화나 패거리 문화에 젖어 있던 아이들도 있어 보였다.

 

동연이는 그 중 한 아이가 다른 아이의 멱살을 잡고 협박하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한 번도 친구들간의 그런 문화를 접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한국의 왕따 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친구들로부터 전해들은 동연이는 어느 순간부터인가 자신이 가진 다른 점 때문에 소외되면 어떡하나 하는 불안감이 엄습해 왔다고 한다.  그 후부터는 학교 가기가 두렵고 싫어졌다고 하면서 울먹였다.

 

나는 동연이와 함께 기도하자고 했다. 하나님께서 학교에서 동연이를 보호해 주시고 동연이가 친구들에게 인정받게 해달라고 그리고 학교 친구들에 대한 두려움을 가져가 달라고 같이 기도했다. 며칠 후 동연에게 친구 관계가 어떤지 물어 보았다. 하나님께서 아이의 기도에 어떻게 반응해 주시는지 궁금했다.

 

별 일 없이 잘 지내요. 이제는 친구들 만나는 게 두렵지 않아요.”

 

동연이는 하나님께서 특별한 방법으로 우리의 기도에 응답해 주셨다고 설명했다. 기도한 다음 날 친구 중 한 아이가 스마트 폰을 선물 받았다며 학교에 들고 왔다고 한다. 아이들이 그 스마트 폰을 구경하다가 한 아이가 인터넷에서 아버지 이름을 검색해 보자며 한 명씩 아버지 이름을 대라고 했단다.

 

동연이 차례가 되어서 아버지 이름을 대었더니 엄청나게 많은 페이지가 올라왔다고 한다. 우선적으로 기아 타이거즈의 야구 선수가 올라왔고 또 내가 집회한 영상이나 사진 자료가 많이 올라왔다. 그 때 한 아이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 동연이 아빠 굉장히 높은 사람인가 보다. 얘 건드리면 나중에 학교가 굉장히 시끄럽겠다. 얘는 건드리지 말아야겠다.”

 

그 날 이후로 동연이는 교우관계가 편해짐을 느꼈다고 한다. 하나님께서는 재미있는 방법으로 동연이 친구들의 오해를 통해서 관계를 풀어주셨다.

 

또한 동연이가 몽골을 떠나서 인도네시아에 들어오기 전에 미국에서 일년 머물렀던 것 때문에 동연이는 몽골 놈이 아니라 미국에서 온 친구로 인정받게 되었다고 한다. 그 일년 과정 때문에 친구들 인식 가운데 가난한 나라에서 온 아이가 아니라 미국 아이로 세탁된 것이다. 동연이는 여러 환경의 변화로 소극적이고 자신감을 결여한 아이였는데 이곳에 와서 자신감도 되찾고 회복되는 시간을 가지고 있어 보인다. 하나님은 아이들 하나 하나를 위한 좋은 계획을 가지고 그 환경 가운데서 그것을 이루어 가심을 아들과 함께 고백하게 되었다.  

 

나는 가정에서 아이들이 여러 나라에서 살아보는 것이 축복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설명해 준다.  아이들이 또 다른 언어를 마스터함으로 해서 세상의 많은 사람들에 대한 이해의 폭이 더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자유로이 소통하며 많은 사람들을 섬길 수 있게 되는 것은 축복임을 설명해 준다.

 

애들아, 너희가 영어와 한국어는 기본으로 잘해야 하고 그 외에 언어 하나씩 더 배워서 아빠랑 너희 넷이서 세계를 다니면서 하나님을 섬길 수 있으면 좋지 않겠니?”

 

이렇게 아이들에게 도전하자 아이들이 그것 재미있겠다고 하면서 좋아했던 적이 있다. 나는 아이들이 공부해야 하는 이유가 누군가를 더 많이 섬길 수 있기 위해서라고 설명해 주곤 한다. 그런데 정말 누군가를 잘 섬길 수 있는 공부는 어려움을 통해서 배워지는 공부라는 생각이 든다.

 

이곳 인도네시아에서 자라는 한국 아이들이 실제로는 인도네시아어를 배울 좋은 기회들을 놓쳐버리고 있다. 우리가 그 땅에 대해서 겸손한 마음을 품고 그들을 이해하고 때로는 돕고자 하는 마음이 있을 때에야 비로소 우리는 그들의 언어를 잘 배울 수 있게 된다.  그리고 그렇게 배워진 언어는 아이들에게 평생을 두고 따라다니는 자산이 된다. 선교사 부모를 따라 낯선 땅에서 살아가는 아이들이 누리는 축복이기도 하다.

 

우리 가정의 아이들이 이제 몇 년 있으면 또 다른 학교를 가든지 아니면 홈스쿨링을 하게 될지 모르겠다. 그런데 이 모든 가능성 앞에서 두려움이 없이 평안할 수 있는 이유는 아이들에게 어려운 환경이 다시 보면 축복인 것을 믿기 때문이다. 돌이켜 보면 아이들은 어려움을 통해서 성장하게 됨을 본다.

 

아이들에게 좋은 환경을 주는 것이 오히려 아이를 망치는 지름길이 될 수도 있다. 어려움 가운데 하나님을 만나고 경험하는 시간이 아이들을 겸손하면서 하나님을 경외하는 아이로 자라갈 수 있게 한다면 그 어려움의 경험이 그들에게 가장 소중한 자산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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