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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구 선교 단체들은 많은 면에서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예측 가능하고 안정적인 사역을 한다.
그들은 어떤 프로젝트를 할 때 미리 계획을 세우고 계획에 맞춰서 일을 진행한다.
머리를 맞대고 전략을 짠 후 그것을 이루기 위한 절차와 과정을 정리하고 수년 또는 수십 년에 걸친 계획을 세워서 단계적으로 사역을 추진해 간다.
보통 조사와 계획과 보고에만 수년의 시간이 걸리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것이 그들의 합리적 사고 방식과도 일치하며 그들의 사회적 배경이나 자라온 환경과 맞는 방식이다. 서구의 기업이나 은행이 이러한 방식을 선호한다. 이러한 방식은 실수를 줄이고 안정적으로 단계적으로 사역하는데 기여한다.

한편 이러한 방식은 한국이나 아시아권 사역자들에게는 그다지 받아들여지지 않는 편이다.
한국의 선교사들은 일단 작은 부분이라도 가능성을 본다면 일단 일을 시작하는 경향이 강하다.
한 예로 교회를 개척함에 있어서 외국 선교사들은 가능성을 타진하는 데에만 몇 년의 시간을 보낸다.
그 사이에 한국 선교사들은 두 세 개의 교회를 개척하는 경우가 많다. 몽골의 경우 전체 교회 가운데 절반 정도의 교회가 한국 선교사들에 의해 세워졌다.
일을 시작하는 독특한 달란트가 있고 또 결정 과정이 신속하다. 이것은 한국의 기업 문화와도 비슷한 부분이 있는 것 같다.
물론 이러한 한국 스타일의 선교 방식은 절차상의 조급성으로 인해 문제도 발생하고 시행착오도 많이 겪게 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한국 선교사들의 방식이 가진 큰 장점이 있다.  
서구 선교 단체의 일반적인 계획과 준비 과정은 그것이 가진 장점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의 역사하심을 사역의 현장에서 경험하기 쉽지 않다.
사람의 계획과 준비를 하나님의 일하심 위에 놓게 되기가 쉽기 때문이다.
한편 한국 선교사의 방식 가운데는 하나님이 개입하실 여지가 많다. 믿음으로 구하고 나가며 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기도를 통해서 하나님이 일하시는 것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아지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도전적인 사역 방식은 안정적이지는 않고 또 사역자를 고되게 하고 부작용의 위험 부담이 있지만 사역에 하나님을 초청하고 그 분의 역사하심의 현장 가운데 함께 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서구 단체의 경우 일반적으로 선교사를 뽑는 과정이 길다. 또한 훈련 과정에서도 시간을 충분히 가진다.
그래서 IMB와 같은 단체에서 파송받는 선교사가 되기 위해서는 적어도 5년 정도가 걸린다.
만약 필자가 그 단체를 통해서 파송받을 마음을 먹었다면 지금 이 시점 즈음에서야 파송받을 수 있게 되었을 것이다.
5년간에 필자가 경험했던 사역의 과정과 열매가 있을 수 없게 되는 셈이다. 물론 선교사 교육을 받고 사전에 준비를 많이 받는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선교 교육을 그다지 받지 못하고 사역지로 나온 필자에게는 부러운 부분이기도 하다.
더욱이 선교 경험이 많고 그 과정에서 실수한 것들을 되풀이하지 말아야 할 필요 때문에 서구의 선교계는 선교사 교육 프로그램을 잘 발전시켜 왔다. 이것은 배워야 할 점이다.

한편 이러한 교육을 받은 사역자들은 머릿속에 하지 말아야 할 것들의 리스트가 너무 많아서 쉽게 움직일 수 없게 된다.
하나님께서 그들의 실수를 통해서 일하시는 것을 차단하려 하는 것이다.
이러한 오랜 선발 과정과 필수 교육을 받고 선교지에 나올 즈음 선교사들은 지망생 때의 열정을 상실하기 쉽다.
그리고 자칫 선교지에서의 사역을 직업의 연장으로 이해하기 쉽다.
그래서 많은 경우 9시에 출근해서 5시에 퇴근하고 그 이후에는 가정 속에 파묻혀서 현지인으로부터 격리된 시간을 가지려 하게 된다.
이러한 방식은 안정성을 보장해 주고 합리적으로 사역할 수 있게 해주는 반면 다이내믹스와 열정을 상실시키기 쉽다.

필자는 몽골 국제 대학교에서 몸담아 사역하는 가운데 이 차이점을 극명하게 느껴 보았다.
미국의 선교사들의 경우 선교 대학 설립과 같은 거대한 사역을 결코 생각하기 어렵다.
실제로 근 50 여년간 미국 선교사들은 선교지에 성경 학교는 세웠어도 세속 대학을 설립한 예가 없다.
선교지에 대학을 세워서 엘리트들을 기독교 정신으로 양육하는 것은 현지 기독교의 미래를 좌우하는 중요한 사역이다.
그러나 그것이 중요한 것을 알지만 얼마나 많은 준비와 재정, 인력, 그리고 노력이 들어가는지를 잘 알기 때문에 서구 선교 단체는 그 일을 시작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더욱이 이 사역은 실패의 가능성이 높은 만큼 시작하고자 하는 사역자가 전무했다.
한편 한국 선교사 중에는 세계 곳곳에 선교 대학을 세우고자 하는 열심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이미 여러 선교지에 한국 선교사들이 선교 대학들을 세웠고 또 앞으로도 세워질 계획이다.  

대학을 세우고자 하는 한국 선교사들의 열심 배후에는 여러 가지 요소들이 작용하는 것 같다.
유교적 전통에서 자란 한국인에게 있어서 대학 교육은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
한국 교회는 좋은 대학 교육은 결국 좋은 직장이나 안정된 생활, 그리고 사회적인 인정과 직결되는 사회 속에서 토양을 내렸다.
특별히 한국 선교의 초기에 미국 선교사들은 대학과 병원을 세웠으며 이것이 한국 교회가 이후 한국 사회에 뿌리내리고 그것을 견인하는데 중요한 공헌을 했던 점을 기억한다.
더욱이 한국 선교사의 도전 정신과 자신을 돌보지 않는 열정, 그리고 앞뒤를 재지 않고 돌진하는 특징이 가져온 결과라고 할 수 있다.

필자는 몽골 국제 대학교가 세워진 후 이년이 지난 시점에 그 대학에 합류했다.
처음 사역을 시작하는 시점에서는 합리적인 사고로 교육받아 왔던 필자에게 있어서 몽골에서의 학교 설립 자체가 이해될 수 없는 현상이었다.
대학이 세워지기 위해서는 재정과 인력 확보, 지속적인 후원을 위한 조직, 학교 조직을 운영하기 위한 매뉴얼과 조감도, 충분한 부지와 건물, 현지 정부의 허가와 협조, 학교 운영 경험과 현지에 대한 이해를 갖춘 리더 그룹 등이 필요하다.
당시 몽골 국제 대학교는 대학교 재정 운영을 위한 재단도 설립되어 있지 않았고 후원자도 개발되지 않았다.
학교 건물도 제대로 지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학교가 시작되었으며 첫 일년이 지난 시점에서 완공되었지만 준공 허가도 나지 않은 상태였다.
외국 학생들을 위한 기숙사 건물도 없었다.
교수 숫자도 턱없이 부족했고 또 대부분이 한국에서 학위를 하셨던 분들이라 영어 강의에 능통한 교수는 더 더욱이 적었다.
학교 전체의 사역을 운영하고 공동체를 이루기 위한 매뉴얼도 없었다.
미국의 선교사나 단체라면 결코 착수하려 하지도 허락하지도 않았을 일을 시작한 것이다.


지금 와서 돌이켜 보면 무리한 방법으로 사역이 시작되었지만 그 때를 놓쳤으면 몽골에 영어로 가르치는 선교 대학을 세우는 것은 영영 불가능했음을 느낀다.
모든 것이 부족한 그 시점이 실은 대학을 세울 수 있는 유일한 시기였다.
불가능해 보이는 사역 가운데 우리는 하나님께서 구체적이고 섬세하게 일하시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어느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지만 필자의 “내려놓음” 책 출간이 몽골 국제 대학교의 곤경에 처한 상황을 돌파하는데 일조하게 되었다.
후에 돌이켜 보니 하나님은 이 일을 이미 오래 전부터 계획하셨던 것으로 생각된다.
그로 인해 재정부족과 인력난과 낮은 인지도의 어려움을 조금이나마 극복하는 돌파구가 열렸다.


총장님이 하나님이 주신 비전을 붙들고 상황을 보지 않고 충성되게 그 자리를 지키며 몸부림쳤을 때 하나님께서는 우리가 생각하지 못한 방법으로 학교를 도우셨고 세워 가셨다.
인력이 부족할 때 재정이 부족할 때 그리고 현지인들과 어려움을 겪을 때 그 때가 우리가 낮아지는 순간이며 또한 하나님의 손길을 경험할 수 있었던 시기였다.
이 사역의 현장 가운데 있으면서 배운 가장 중요한 교훈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우리의 계획이나 경험, 준비에 앞서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위치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미국의 명문 대학에서 교육받으며 늘 준비하는데 익숙했던 젊은 선교사에게 가장 필요한 교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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