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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전도 종족 선교 전략에 대한 재검토

필자는 현재 안식년을 맞아서 미국 텍사스의 타일러라는 도시 인근에 위치한 YWAM이라는 선교 단체의 베이스에서 생활하며 서구 선교계가 가지는 지향에 대해서 제삼자의 입장에서 검토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지려고 노력하고 있다.

1970년대 이후 냉전으로 인해 갈라진 세계 체제와 함께 탈식민지화와 탈서구주의, 포스트 모던주의 등의 시대 사조가 주는 도전 가운데 기독교 선교 단체와 기관들은 기존의 방식과는 다른 방식의 선교의 필요성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 결과 세계 선교 전체를 경영하기 위한 전략의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올해 6월 소천하신 고(故) 랄프 윈터(Ralph Winter) 박사가 1974년 1차 스위스 로잔 대회에서 한 강연은 이후 세계 선교의 방향성을 가름하는 가장 중요한 개념과 전략을 담게 된다.  

랄프 윈터 박사의 주장의 핵심은 세계 선교가 “미전도 종족(unreached people)”을 위한 선교에 대한 관심을 더 가져야 한다는 것이었다.
랄프 윈터 박사는 계량화된 자료를 근거로 여전히 20억 가량의 사람들이 자신의 고유한 언어와 문화적 배경 안에서 복음을 접하지 못했음을 강조했다.
그로 인해 세계에는 수많은 종족들이 여전히 자신의 언어로 복음을 듣지 못했고 전도받는 대상이 되어본 적조차 없었다는 현실이 교계 지도자들과 선교 관계자들의 가슴을 흔들었다.
이것을 계기로 해서 선교계에 미전도 종족들을 입양하여 선교 후원과 기도를 담당하는 단체와 교회가 생겨나기 시작했고 교차문화적 접근의 복음전도 노력이 강화되기 시작했다.
그의 발표는 그 때까지의 국가 중심의 세계 선교 전략을 종족 중심으로 전환시키게 되었으며 20세기 선교의 흐름을 바꾸기 시작했다.

또한 80년대에 들어서서 랄프 윈터 박사는 루이스 부시와 함께 10/40 창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강조했다.
지구 위도의 10도에서 40도 사이의 지역이 세계 인구가 가장 밀집되어 있는 지역인 반면 그 대부분이 가장 복음화율이 낮은 곳이라는 사실을 제시하며 이 지역에 선교 역량을 집중시켜야 함을 강조한 것이다.
이 지역은 또한 선교 현실의 어려움으로 인해 가장 적은 수의 선교사가 나가있는 곳이기도 했다.
당시 서구 선교사들이 주로 안전 지대에 머물며 전방 개척 선교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의 이러한 주장으로 인해 선교 자원의 배분에 대한 새로운 검토의 필요성이 강조될 수 있었다.

랄프 윈터 박사의 주장은 당시 서구 선교계가 가지는 좁은 시야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그 동안 관심 받지 못한 수많은 종족들에 복음을 전할 수 있도록 선교 자원의 배분을 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
한편 필자가 보기에 이러한 선교 전략이나 방향 제시는 서구적 문화 전통과 개념의 틀에서 배양된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도 비판적으로 점검하는 것이 앞으로의 선교를 위한 건전한 기초를 놓기 위해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랄프 윈터 박사 이후 전개된 선교 동원을 위한 주요 구호들이 가지는 개념상의 문제점을 점검해 보고자 한다.

미전도 종족 선교를 위한 개념적 근거는 예수님께서 승천하실 때 제자들에게 당부하신 대사명 구절에서 나온다.
예수님께서는 말씀하시기를 “그러므로 너희는 가서 모든 민족을 제자로 삼아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베풀고 내가 너희에게 분부한 모든 것을 가르쳐 지키게 하라”고 하셨다 (마태 28: 19-20).

개역개정에는 “민족”으로 그리고 예전 성경에는 “족속”으로 번역되어 있는 이 단어에 대해서 미전도 종족 선교를 강조하는 그룹들은 언어와 문화가 다른 모든 집단을 포괄하는 것이라고 보았다.
따라서 미전도 종족들을 전도해서 그들에게 복음을 전파하는 것이 대사명의 완성이라고 본 것이다.

이보다 더 나아간 어떤 그룹은 복음이 만국에 전파되어야 세상의 끝이 올 것이라고 하신 마가복음 13장 10절의 말씀을 근거로 이 땅에서 미전도 종족이 사라지는 그 날이 앞당겨질수록 예수님의 재림도 앞당겨질 것이라고 보았다.
그래서 선교 단체 가운데에는 미전도 종족 선교 완성이 예수님의 재림과 맞물리는 중요성을 가지는 것으로 강조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필자의 생각에 예수님의 대사명을 미전도 종족 선교를 위한 성경적 근거로 보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다.
“모든 민족을 제자로 삼”으라는 예수님의 말씀에 사용된 “민족”에 해당하는 그리스어는 “에트노(Athno)”이다.  이 단어는 영어 단어로 종족 또는 족속으로 번역될 수 있는 “ethnicity” 또는 “ethnic group”이라는 단어의 어원이 되었다.  
영어 단어 에쓰니시티는 고유한 언어와 문화를 가진 종족 단위를 가리킨다. 즉 영어권 사회에서 학문적으로나 현실적으로 종족을 구분하는 주요 기준은 언어와 문화가 된다.

미국 사회는 이차 세계 대전 이후 쓰러져 가는 영국으로부터 바톤을 이어받아 전 세계를 경영해야 할 책무를 자임하게 되었다. 자신들이 잘 모르고 있던 새로운 세계를 이해하는 학문 수단으로써 미국 정부는 인류학이라는 학문 분과를 급성장시켰다.
또한 이민자들을 기반으로 구성된 미국 사회가 점차적으로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가진 이민자 그룹들을 맞아들이게 되면서 민족 집단 간의 갈등과 분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도 인류학과 문화 연구의 필요성이 증대되었다.  
영미권 인류학에서는 연구의 기초 단위는 에쓰니시티였다. 네이션(nation)이라는 용어는 근대 민족 국가가 형성되면서 만들어진 자의적인 개념으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인류학이나 민속학 연구의 발전은 현대 선교학에 있어서 중요한 기초를 제공하고 영향을 미쳤다.
현대 선교학은 인접 학문 분야 가운데 인류학과 통계학의 도움을 받아 이론적인 틀을 갖추어 현대 선교 상황을 분석해 내고 보다 현실적인 전략을 제시하고자 했다.
따라서 인류학이 제시하는 에쓰니시티 연구는 선교학자들과 선교사들에게 종족 개념과 문화 현상을 이해하는데 중요한 이론적 틀을 제공했다. 이로 인해 현대 선교학자들이 그리스어 에트노를 인류학적 개념어인 에쓰닉 그룹과 동의어로 이해하는 것도 당연했다.
그러나 문제는 당시 그리스어 에트노의 원어적 의미는 민족 또는 영어 단어의 네이션(nation)에 가깝다고 할 수 있는 점이다.
즉 그리스어 에트노는 정치 권력을 가진 주권을 의미하는 단어이지 문화와 언어에 대한 구분이 아닌 것이다.

각 종족이 가진 언어로 복음이 전해질 수 있도록 앞으로도 노력을 기울이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모든 종족이 그 언어로 복음을 전수받아야 예수님의 대사명이 완수된다는 믿음은 현재 서구 사회가 가지는 종족 개념을 성경 구절에 투영하면서 나타나는 개념상의 혼동에서 비롯된다.  

서구 기독교는 카톨릭과 세속 권력 간의 갈등 구조를 경험하면서 점차적으로 정교 분리 원칙을 받아들이게 되었다.
현대 미국과 유럽의 교회 대다수는 이러한 정교 분리 원칙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 왔다.그 사이에 서구 교회는 세속 사회와 분리되어 점차적으로 영향력을 잃어가고 있다.
선교사에게 있어서 정치나 권력의 영역은 건드려서도 언급해서도 안 되는 금기의 영역으로 간주되어 왔다. 따라서 그 영역 역시 예수님의 구속의 역사와 능력이 임해야 하는 곳이라고 인식하기 어려웠다.  

따라서 교회나 선교가 정치와 연결되는 것을 극도로 경계해 왔다. 자연스럽게 서구 선교사들은 정치, 정부, 권력, 도시의 영역에 영향을 미쳐야 한다는 생각보다는 주변부의 소외받는 사람들에게 더 많은 관심을 보여왔다.
그 결과 교회의 일꾼을 배출하기 위한 성경학교는 많이 세우게 되었지만 세속 교육의 영역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대학을 세우는 일에는 상대적으로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근 50년간 서구 선교사나 단체가 선교지에 단 한 개의 세속 대학도 세우지 않았던 사실은 이와 관련이 있을 것이다.  

이러한 사회적 시대적 추세와 맞물려 서구 선교학계에서는 에트노라는 단어를 정치 세력 내지는 주권 국가의 의미로 이해하기 보다는 언어와 문화가 다른 종족 집단으로 투사하게 되었다.

물론 예수님이 승천 당시 제자들에게 말씀하실 때는 아람어를 사용하시지 않았을까 싶다. 아람어로 된 예수님의 말씀을 후대에 그리스어로 기록하는 과정에서 마태복음서 기자가 에트노라는 단어를 선택했을 것이다.
어쨌든 당시 근동 문화권에서 언어와 문화로 종족 집단을 구분하는 것은 일반적이지 않았다.

이러한 개념은 예수님 당시뿐 아니라 현대의 다수의 아시아 국가에서는 이질적인 것이었다.
예수님에게 있어서 천국은 하나님의 주권적 통치가 임하는 것이었다. 하나님의 영역은 교회에만 제한되는 것이 아니라 교인의 삶의 전체에 미치는 것이다.          

결국 예수님의 대사명은 미전도 종족 선교를 위한 부르심이라기 보다는 각 민족 구성원과 그들의 삶의 영역과 그들을 통치하는 주권 전체를 포괄하여 그 전체가 예수님의 십자가의 구속의 역사가 흘러야 함을 강조하는 구절로 보아야 할 것이다.

종족과 문화도 역사상에 존재했다가 사라지기도 한다. 20세기에 들어서서도 종족들은 만들어지거나 새로이 발견되는가 하면 거의 흔적없이 사라져 버리기도 했다.
언어도 마찬가지이다.  물론 선교지에 있으면서 언어가 중요한 부분이고 또 현지의 언어로 복음의 개념을 이해될 수 있도록 설명해 내는 것은 매우 중요함을 본다.
그러나 현지 언어로만 소수 미전도 종족 전도가 가능한 것은 아니다.
실제로 하나님께서는 여러 국가와 민족에 걸쳐서 통용되는 언어를 현 세계에 허락하셨다.
즉 예수님 당시에는 헬라어, 라틴어, 아람어 등이 그 역할을 했다. 현재는 영어, 중국어, 스페인어, 아랍어, 러시아어 등이 좋은 예이다.
거대 국가 속에 끼어 살아야 하는 소수 민족들은 자신들을 지배하는 지배자의 언어를 배우게 된다. 대부분 소수 민족들이 이중 언어 사용자들이기 때문에 지배자의 언어를 통해서도 복음에 접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한 예로 몽골의 다양한 소수 민족들은 결국 현재 몽골의 표준어인 칼하족 몽골어를 통해서 복음을 전수받는데 전혀 어려움이 없는 것이다.

우리는 사도 바울이 종족들을 찾아다니며 선교한 것이 아니라 대도시를 중심으로 거점을 만들어 선교했던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각 도시에는 수많은 종족들이 모여 있다.
이 도시에 선교 거점을 만든다는 것은 내지 깊숙한 곳까지 그 지역 출신자들이 복음을 들고 갈 수 있는 토대가 만들어짐을 의미한다. 도시라는 영역은 현대의 선교사들이 간과하기 쉬웠던 부분이다.
인적이 드물고 문명과의 거리가 멀리 떨어진 그런 곳에도 복음을 들고 가야할 사람들이 필요하다. 그러나 사람들이 모여 살고 온갖 문화와 테크놀로지와 권력이 모인 도시에서도 하나님의 역사하심을 볼 수 있도록 하나님의 마음을 가진 주의 사람들이 보내져야 한다.

하나님께서는 현 시대에 대규모의 민족 이동을 이루고 계신다. 이민자들이 경제적으로 발전한 나라의 대도시로 직업을 찾아 이동하고 있다.
이렇게 섞여진 민족 구성을 가진 도시 가운데 주님의 강력한 부흥의 역사가 임할 때 자연스럽게 다양한 언어와 민족을 가진 구성원들이 복음을 받고 그들이 떠나온 나라와 지역들을 마음에 품을 수 있게 된다. 그것이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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