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학교에서 하는 크리스마스 행사를 준비하는 모임에 학생들이 제게도 참석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자기들 생각에는 제가 가장 잘 학생들을 이해하고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는 것입니다. 저는 학생들의 그러한 생각이 오해임을 충분히 밝혀주겠다고 응답하면서도 참석을 응락했습니다.
작년의 크리스마스 행사에서는 교수님들의 “경건” 위주의 프로그램에 학생들의 “흥청망청” 분위기가 뒤섞여 부조화의 두 평행선을 그렸다고 하더군요. 저는 교수들의 경건 분위기를 학생들에게 일방적으로 요구하는 것은 효과적이지도 바람직하지도 못하다고 생각합니다.
한 번은 학교 식당에서 앞에 앉은 학생의 기도 응답과 관련해서 질문을 한 적이 있는데 옆에 있던 학생의 얼굴이 굳어버리더군요. 이야기를 좀 해 보니 라마 불교를 믿는 학생인데 기독교에 대한 반감이 강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전에 복음을 전하려던 교수님의 말씀에 대해서 반발심을 기르게 된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들이 부담감 없이 하나님에 대해서 소개받을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 생각해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열정에 앞서서 지혜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학생들의 생각에도 문제가 보이더군요. 학교에서 크리스마스 행사를 기획한 이유는 그것을 통해서 학생들이 크리스마스의 의미를 생각할 기회를 주자는 것이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은 작년에 본인들이 했던 것처럼 행사 후에 두 시간 정도의 디스코 타임을 가지고 싶어합니다. 어차피 학교에서 디스코 타임을 가지지 않으면 밖에 나가서 바에 가서 술먹고 춤추게 된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이곳의 개방 이후의 몽골 학생들의 문화를 보건데 익히 짐작되는 부분입니다.
학생들에게 물었습니다. “모든 행사에는 목적이 있는데 너희들이 이 행사를 준비하는 목적이 무엇이지?” 잘 대답을 못 하더군요. 학생들에게 먼저 목적에 대해서 생각하는 시간을 가지고 그 목적에 그들이 넣고자 하는 프로그램이 타당한지를 설명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했습니다.
행사 가운데 학생들이 크리스마스의 의미를 깨달을 수 있는 기회가 있도록 기도할 필요를 느낍니다. 아울러 만약 학생들이 누리고 즐길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이 옳다면 어느 정도까지가 학교의 전통을 새워가는 과정에서 책임을 맡은 자가 배려해야 하는 것인지 분별할 수 있도록 지혜를 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