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학교에서 글을 올렸는데 그냥 날아가 버려서 이제 다시 올립니다.
몽골에서 혹독한 신고식을 치렀습니다. 지난 화요일 첫 강의 끝나고 학생들과 이야기하다가 노트북을 강의실에 놓고 나와버렸는데 그만 잃어버리고 말았습니다. 처음에는 학생들이 가져간 것인가 하는 생각에 낙담이 되었습니다. 내가 왜 이곳에 왔는가 하는 의문이 생기면서 실망감이 몰려오니까 의욕을 잃어버리게 되었습니다. 그러다가 이것이 영적 싸움이라는 것을 보게 되었습니다. 생각해 보니 몽골에 처음 온 사람들의 초기 정착 과정에 이러한 일들이 벌어지면서 무기력해지면서 몽골 땅과 몽골 사람들에게 환멸을 느끼는 경우를 상기하게 되면서 사탄이 그러한 일들을 이용한다는 사실에 경각심을 가지게 되었지요.
그러고 보니 그 주 주일에 교회에서 기도하다가 "하나님 한 분만으로 만족하겠습니다"라는 기도를 드리며 눈물을 흘렸던 것이 생각났습니다. 많은 것을 내어버리고 왔다고 생각했는데 여전히 제 것을 주장하고 있는 제 모습을 보았습니다. 내 것이라고 생각한 것을 내려놓는 일이 어찌나 어려운지...
실은 저의 최신형 IBM 노트북은 제 재산 목록 1호였습니다. 그리고 그 안에는 귀중한 화일들이 들어있었는데 그 중에는 최근에 넣은 자료들 중 미쳐 복사하지 못한 것들도 많이 들어있었지요. 하나님께서 제게 "그것조차도 나를 위해 버릴 수 있니?"라고 물으시는 것 같았습니다. 그런 생각이 들자 하나님께 컴퓨터도 내려놓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컴퓨터를 찾고 못 찾고의 여부를 떠나서 하나님을 신뢰하고 기뻐한다고 고백했습니다. 그리고 몽골 땅과 몽골 사람을 하나님의 눈으로 바라보고 받아들이겠다고 선포했습니다. 그러자 세상 것이 줄 수 없는 평안이 나를 덮었습니다.
다음 날 학교에 가서 여전히 웃고 다니니까 학생들이 컴퓨터를 찾았느냐고 물어보더군요. 찾지 못했지만 그래도 나는 기쁘다고 말해 주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이번 학기 저는 교수진 중 유일하게 전교생을 모두 가르치게 되었기 때문에 제 얼굴이 MIU의 얼굴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 기도제목 중 하나가 이곳 생활에서 기쁨이 넘쳐나는 것이었는데 이 기쁨은 환경을 초월하는 것이어야 한다는 것을 다시 확인했습니다.
MIU에서 학기초를 맞으면서 교수분들간의 의사 소통 상의 문제라든가 초기 정착하는 과정인 제게 주어진 과다한 수업부담 등이 잠시 저를 힘들게 했지만 여전히 제 안에 있는 기쁨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교수님들 몇 분이 은혜를 받았다고 말씀해 주셔서 더 힘이 됩니다.
집 사람도 정착과정에서 잠시 힘든 시기를 겪었습니다. 동연이 학교 버스가 번번히 우리 집 앞을 지나쳐서 집사람이 서연이를 안고 오랜 시간 기다리다 허탕을 치고 나서는 몽골 생활과 몽골인에 대한 불평의 마음을 가지게 되더군요. 하지만 동연 엄마에게도 이러한 시간이 하늘 나라를 버리고 이 땅에 오신 예수님의 사랑을 더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우리가 버리고 온 것은 정말 아무 것도 아니라는 생각과 그리고 우리가 아주 작지만 예수님의 발자취를 따르려고 한다는 소명감이 우리를 기쁘게 합니다.
여전히 현지에 적응해야 할 일이 많이 있습니다. 잘 적응할 수 있도록 그리고 컴퓨터를 위해서도 기도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