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한 가지 기도를 부탁드리고자 합니다.
그런데 그 전에 긴 이야기 하나를 나눠야 할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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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 전의 일이었습니다.
저희 사무실에 갑작스레 이민국 직원들이 감사를 나왔습니다.
이번에 새로운 사역자 분들이 세 분 추가로 재단 비자를 신청하다 보니,
그와 관련해서 감사를 나온 것 같았습니다.
마침 사무실에는 대부분의 사역자들이 앉아 있었는데,
그와 관련해서 하나 하나 조사를 받기 시작했습니다.
"당신은 여기서 무슨 일을 하고 있습니까?"
"당신이 사는 곳은 어디입니까?"
등등...
털면 먼지 안 나오는 사람 없다고 하였던가요?
조사 과정에서 이런 저런 문제들이 발견되었고,
그 중 특별히 두 사람(저와 왕충은 선생님)의 집 주소 문제가 붉어졌습니다.
최근 일 년 이내에 이사를 갔기 때문에 이민국에 등록된 주소와 현재 집 주소가 달랐던 것이지요.
저희는 몰라서 신고를 안 했는데 그 날 알고 보니 명백하게 문제가 되는 부분이었습니다.
감사관이 그 자리에서 법령을 보여 주는데,
한 사람당 최대 (한화로) 250만원 벌금 또는 최대 3개월간 구금될 수 있는 사안이었습니다.
거기다가 한 마디를 더하더군요..
최악의 경우는 추방될 수도 있다고...
그러면서 제안을 해 왔습니다.
우리가 도와주겠다.
한 사람당 100만원이면 되겠다.
인도네시아 문화가 참 재미 있는데,
이런 중요한(?) 이야기를 할 때에는 외국인에게 직접 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감사관이 저희 사무실에서 함께 일하고 있는 현지 직원(이름: 이멜)을 불러서 그런 제안을 하더군요.
그리고 이멜 자매가 저희에게 물어왔습니다.
이런 상황인데 어떻게 하면 좋겠냐고..
그 때 성령께서 이런 답변을 하게 하셨습니다.
"저희는 인도네시아의 문화와 법을 매우 존중합니다.
이미 인도네시아에 산 지 1~2년이 지났고
그간 인도네시아에 대해서 많이 배울 수 있었습니다.
그렇기에 지금 감사관께서 도와주시겠다고 하시는 부분에 대해서도
그것이 무슨 의미인지 왜 필요한지 너무나 잘 이해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도와주시겠다고 하신 부분에 대해서 먼저 고마운 마음을 표현합니다.
그런데 저희는 모두 '교육자'들입니다.
아직 가르치는 일을 본격적으로 시작하지는 않았지만,
보신 것처럼 현재 대학교 설립을 준비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나중에 저희 학교가 세워지면 저희는 학생들에게 정직에 대해서도 가르칠 예정입니다.
그렇기에 저희는 저희 스스로에 대해 매우 높은 기준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만, 이 부분에 대해 양해를 구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저희가 학생들에게 정직을 가르친다 할지라도 그들이 저희를 따라오지 않을 것입니다.
다시 한 번 죄송합니다만, 말씀하신 방법으로는 아무래도 어려울 것 같습니다.
저희가 잘못한 것은 분명합니다.
저희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드립니다.
인도네시아의 법에 맞게 처리해 주시길 부탁 드립니다."
지금 돌아보면 신비로운 것이,
그 분들의 감정이 상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그 분들이 이해할 수 있는 답변을 주신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 때부터 감사관 분들이 약간은 당황하기 시작했던 것 같습니다.
이건 뭐 봐 달라는 것도 아니고,
깎아 달라는 것도 아니고,
돈이 없어서 못 낸다는 것도 아니고,
'교육자'라서 그렇게 할 수 없다니
그 분들에게도 마땅한 대안이 없었나봅니다. ^^;;
바로 이민국으로 소환될 수 있다,
둘이 합쳐 150만원에 해 주겠다,
구금이나 추방될 수도 있다,
뭐 그런 말들이 몇 번 오고 가더니,
저희가 영 반응(?)이 없자,
결국 조사관들도 울며 겨자먹기(?)로 저희를 정식 프로세스대로 처리하기로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문제가 된 두 사람의 여권과 거주증이 그 자리에서 압수되었고,
그 다음 날 이민국으로 조사를 받으러 오라는 통지를 받았습니다.
추방될 수도 있다는 말을 한 번 더 강조하고 돌아가는 그 분들의 발걸음이 무거워 보였습니다.
저희 때문에 오후 전체, 한 나절을 공쳤으니 말이지요.
조금은 미안해지기도 하는 순간이었습니다.
그 분들을 보내고
사무실에 있던 우리 모두는 함께 모여 기도하기 시작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우리가 이 일로 하나님을 찬양하라는 마음을 주셨습니다.
마침 바로 그 전 주에 저희 공동체 예배에서 선포되었던 말씀이,
바울과 실라가 잡혀들어 갔을 때에,
그 안에서 찬송하고 기도했고,
그 때 하나님께서 큰 지진을 일으키시고 모든 사람들의 옥쇄가 풀어졌던 부분에 대한 것이었답니다.
그래서 저희는 감사하고 찬송했습니다.
더 나아가 저희가 이민국에 출석하였을 때,
하나님께서 이민국을 흔드시고 그 곳에 영적 지진이 일어나기를 위해 기도했습니다.
왕충은 선생님께서 이런 말을 나눠주시더군요..
"와, 이거 정말 쉽네. 우리는 그냥 솔직하게 다 대답하고, 벌금 내라면 벌금 내고, 감옥 가라면 가면 되고, 나가라면 나가면 되고, 하나님께서 다 알아서 하실거고, 우리가 결정할 수 있는게 하나도 없으니까, 결정하지 않아도 되니까, 정말 쉽네."
우리 모두는 정말 그 말이 맞다면서 같이 웃었습니다.
다음 날이 되어,
저희 두 사람은 양복을 멋지게 갖춰 입고,
이민국에 출석했습니다.
마음은 평안했지만,
나름 최악의 상황에도 대비를 했습니다.
이민국 들어가기 전에 밖에서 이른 점심도 먹고,
가방 속에는 세면 도구도 챙겼습니다.
(왜인지는 말 안 해도 아시겠죠? ㅋㅋ)
저희 두 사람은 각기 다른 방에서 추가로 심문 조사를 받았습니다.
감사관들이 조서를 꾸미면서 여러 가지를 물어 왔고 저희는 솔직하게 모든 것을 답했습니다.
조사 분위기는 아주 좋았습니다.
비교적 밝고 신사적인 분위기 속에서
이런 저런 개인적인 이야기도 나누면서,
함께 차도 마시고... ^^
조사를 받다 보니,
감사관 분들이 저희를 도와주시려 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조서도 최대한 저희 쪽으로 유리하게 써 주려고 하더군요.
그리고 한국 사람들 중에 이렇게 정식으로 프로세스를 밟아서 해결하는 사람은 자기네들도 처음 봤다고 했습니다.
왕 선생님의 경우 취조를 받다가 이런 질문이 나왔습니다.
"당신의 직함에 보면 '한국어 선생님'이라고 되어 있는데, 당신은 인도네시아에서 학생을 가르친 적이 있습니까?"
그래서 답하기를,
"네, 저희 재단에서는 아직 가르친 적이 없지만, 저희 자매 기관 중에 스틴 신학교라고 있는데, 지금 거기서 한국어 수업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그랬더니 감사관이 하는 말이,
"잠시만요. 음... 그 얘기는 하지 않는 것이 좋겠네요. 그건 진짜 문제가 될 수 있으니까 못 들은 것으로 하겠습니다."
그러더니 조서에서 그 내용을 빼 버렸답니다. ㅎㅎ
그렇게 저희는 조금씩 친구가 되어 갔습니다.
서로 전화번호도 교환하고,
앞으로 궁금한 점 있으면 연락 달라고까지 하더군요.. ^^
무사히 조사를 마치고 저희는 일단 귀가 조치 되었습니다.
작성한 조서를 상관에게 보고한 후 결과가 나오면 연락을 주겠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저희 옆에 있던 어느 백인 분은 무슨 큰 문제가 있었는지 바로 구금되면서 추방 조치되더군요..
그런 것을 보면 저희는 비교적 상황이 괜찮았던 것 같습니다. ^^
이민국을 나서는 저희 마음에 얼마나 기쁨이 충만했는지 ...
단지 상황을 모면했다는 이유 때문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이민국 사람들과의 관계를 터 주셨다는 사실에 감동하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쫓아 다니면서 만난다고 만나지는 사람들이 아니니까요..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여권과 거주증은 그 자리에서 돌려받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그 후 며칠이 지났는데,
하루는 기도 중에 하나님께서 제게 이민국 직원 분들을 향한 긍휼의 마음을 주셨습니다.
그리고 그 분들을 위해 기도하게 하셨습니다.
저는 그 분들에게 문자를 보냈습니다.
"혹 우리 일을 정식으로 처리하느라 사무실에서 또는 상사와의 관계에 있어서 어려움이 있다면 정말 미안합니다. 저희가 여러분을 위해 기도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어떤 결과라도 달게 받도록 하겠습니다. 저희는 걱정하지 마시고, 힘 내세요!"
그런 과정 속에서 그 분들에게도 감동이 있었나봅니다.
요즘에는 감사관 분과 문자로 안부를 주고 받기도 합니다.
저희 주변에 있는 한인 분들에게도 이번 사건이 이슈가 되었습니다.
'아, 이렇게 하는 사람도 있구나!' 하는 약간의 충격과 함께
과연 하나님께서 이 일을 어떻게 마무리하실지 다들 궁금해 하는 것 같습니다. @.@
이번 사건을 통해 이민국 직원 분들 뿐만 아니라 여기에 있는 한인 분들에게도 잔잔한 파장이 전해지고 있는 것을 느낍니다.
그 후 2주가 지난 지금까지도 저희 건에 대해 아직 결론이 나지 않고 있습니다.
이민국 쪽에서도 복잡한 사정이 있어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돈이 되지 않는 일이다 보니 우선 순위가 밀리고 있는 것인지,
저희도 정확히는 모르겠습니다만,
마음은 여전히 평안합니다.
그런데 며칠 전부터는 문득 이런 마음을 주시는 것 같습니다.
"이제는 여권을 돌려받기 위해 기도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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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여러분들에게 부탁드리고자 합니다.
저희 두 사람(이송용, 왕충은)이 여권과 거주증 잘 돌려받을 수 있게 기도해 주세요. ^^
참으로 많은 분들이 저희가 여권을 잘 돌려 받을 수 있도록 함께 기도해 주셨습니다.
어제 부로 두 사람의 여권과 거주증을 무사히 돌려 받았답니다. ^^
하나님께 감사 드리고,
기도와 마음으로 함께해 주신 모든 분들께도 감사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