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한 달 전 한국 집회 중 아내에게서 전화가 왔다. 아내는 긴장한 목소리로 내게 아이가 생겼다고 말해 주었다. 그 후 우리는 서로의 감정을 조심스럽게 탐색했다. 처음에는 멍해지다가 나도 몰래 씩하고 웃음이 나왔다.
이번에도 역시 또 한 번 ‘깜짝 놀랬지’라고 하며 웃으시는 나의 하나님이 마음에 떠올랐다.
나는 속으로 말했다. “하나님, 재미있으세요? 하긴 저도 재미있네요. 근데 아내가 어떻게 받을지 좀 걱정되긴 하네요.”
약 이년전쯤 마크 비셔라는 남아공 목사님께서 몽골 국제 대학교를 방문하셨을 때 아내에게 우리 집에 아이가 한 명 더 오고 있다고 예언해 주셨다. 아내는 그 기도 후에 마음이 착잡했다. 그 후 아내는 기도 중에 하나님께서 말씀해 주시는 것을 들었다. “아이를 더 줄 것이다. 걱정하지 말아라. 건강할꺼야.”
아내는 여전히 마음이 심난해 했다. 나는 아내를 위로하며, 예언이 임해도 우리가 처음 생각한 것과 다른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경우들이 있으니까 좀더 분별할 필요가 있다고 말해 주었다. 그러고는 우리는 특별히 아이를 우리 스스로가 가질 계획이나 준비는 하지 않았다.
그러다 어느 날 갑자기 이 소식을 듣게 된 것이었다. 나는 웃으며 하나님께 고백했다. “하나님께서 계획하시면 ‘파숫군의 경성함이 허사’가 되는군요.”
그리곤 묘한 행복감이 나를 감싸는 것을 느꼈다.
나는 아내가 부담스러워하지 않을까 싶었으나 아내는 하나님이 아이를 주셔서 기쁘다고 대답했다.
그 후 며칠 있다가 아내에게 하나님께서 물으셨다.
“너 정말 내가 준 선물로 인해서 기쁘니?”
아내는 순간 아이가 선물이라기 보다는 부담이라고 느끼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보았다. 그리고는 하나님께 솔직히 되물었다.
“이게 뭐가 선물이에요?”
“…….”
잠시 후 하나님은 말씀하셨다고 한다.
“오직 나만이 생명을 선물할 수 있단다.”
그 말씀이 아내의 마음에 오래 남았다. 그리고 회개할 수 있었다.
실은 그렇다. 하나님만이 생명을 선물로 주신다. 육적인 생명이든 영적인 생명이든 오직 하나님께로부터 생명이 나온다. 그리고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실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이 생명이다. 하지만 우리는 때로는 하나님께로부터 생명을 받는 것을 대단치 않게 생각하거나 부담으로 여긴다. 우리는 가장 큰 기적인 생명을 기적으로 여기지 않는 것이다.
우리는 얼마를 기다려 가족 회의를 소집한 후 아이들에게 조심스럽게 동생이 생겼다는 사실을 나누었다. 아이들이 유난히 엄마에 대한 집착과 욕심이 강했기에 동생이 생기는 것에 대해 그다지 달가와하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심각하게 그 이야기를 듣고나자마자 아이들은 갑자기 만세를 부르며 동생이 생겼다고 기뻐하는 것이다. 하나님께서 두 아이의 마음이 편해지는 시기를 기다려 동생을 허락하셨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아이들의 마음을 이미 만져주신 것이다.
한 생명을 허락하실 때 좋은 환경을 만들어 주시기 위해서 배려하시는 하나님의 섬세함을 느낄 수 있었다.
아내가 노산임을 걱정하는 마음이 있기에 배속의 동생이 아픈데 없이 건강하게 되기를 위해서 기도해야 해주어야 한다고 아이들에게 말해 주었다. 그러자 둘째 서연이가 잠시 눈을 감았다 뜨더니 너무도 편안하고 확신있는 어조로 말했다.
“내가 기도했으니까 괜찮을꺼야.”
너무나 단순 명료한 믿음에 잠시 어안이 벙벙해진 아내는 그 후 내게 고백했다.
“서연이의 순전한 확신이 나를 부끄럽게 했어요. 맞아요. 다 하나님의 영역인 것을…”
아이의 단순함을 보면서 우리가 하나님의 선물에 대해 부담으로 느끼는 복잡함이 부끄러워지는 순간이었다.
맡기는 믿음은 내가 기도한대로 될 것이다가 아니라 결과를 맡기는 것이다. 하나님의 선하신 손에 과정과 결과까지 맡기며 그 분이 원하시는 것이 원하시는 방식대로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것이다.
하나님만이 생명을 선물로 주신다는 부분...많이 와닿네요. 정하신 가장 좋은 시간에 생명을 선물로 주신 하나님이 참 좋으시네요. 축복합니다~ 세째는 이제 남연이가 되는건가요? ^^
보스톤에서 상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