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인들 중에 극도로 어려운 분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 분들을 도와야 한다는 충동과 그것을 참고 내려놓고 그들로 하여금 기도해서 스스로 하나님께 얻게 해야 한다는 두가지 지침 가운데 어느 것을 택해야 하는지가 늘 숙제였습니다. 몽골 교회가 자립하고 하나님의 도우심 가운데 홀로 설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는 교인들의 선교사에 대한 의존을 줄여야 한다는 것이 제 바람섞인 마음이었습니다.
제한된 자원을 가지고 어떻게 사용하는 것이 옳은 것인지 늘 마음에 부담이었습니다. 그래서 이번 달부터 결정하기를 교회 구제와 관련해서는 무조건 하나님께 묻고 결정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저희 교회 집사님 중 한 분이 저를 찾아왔습니다. 그 분은 리더로써 교회를 섬기는 분이기 때문에 병원에 갈 일이 있거나 급한 가정사가 생기면 개인적으로 돕곤 했었습니다. 동생이 깡패들에 의해 눈 한쪽을 잃었었는데 인도에 가서 수술을 마쳤습니다. 수술비를 돕기 위해 남편의 영업용 자가용을 저당잡혔는데 이틀 뒤까지 갚지 못하면 차가 넘어간다며 돈을 빌려달라며 왔습니다. 몽골에서는 돈을 빌려주면 사람을 잃을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알기에 함께 기도하면서 하나님의 도우심을 구하자고 하며 돌려보냈습니다.
이틀 동안 기도하며 하나님께 물었습니다. 하나님의 응답이 없었습니다. 하나님께 제 통장의 돈은 모두 하나님의 것이고 하나님이 쓰라고 하시는 곳에 사용하겠다고 말씀드렸지요. 마지막 날은 마음이 탔습니다. 하나님께서 응답하지 않으시면 그냥 제 자의로 필요한 돈의 일부를 주어버리는 것으로 결정하겠다고도 했습니다. 그런데 그 과정 가운데 내 안에 돈을 주어버림으로 해서 책임을 면하고 양심의 가책에서 벗어나고픈 마음이 있다는 사실을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솔직한 내 심정은 주어버리는 것이 마음 편하게 느껴진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분을 보고 마음이 편해지기 위해서는 무언가 해주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돈을 안주는 것이 주는 것보다 어렵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그래서 기도했습니다. "베풀고자 하는 마음까지도 하나님께 내어드립니다."
결국 응답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 집사님께 솔직히 말씀드렸습니다. "하나님께 기도했지만 응답이 없었습니다. 저는 드리고 싶은 마음이 크지만 응답이 없이는 돈을 주거나 빌려드릴 수 없습니다."
이틀 뒤 지방에 갔다가 저는 처음 뵙는 분인데 그 분을 건너 아는 사람이 저희 교인 중 한 명에게 말한 내용을 통해서 그 분의 소식을 간접적으로 알게 되었습니다. 정말 우연하게 그 집사님이 차를 저당잡히지 않았다는 사실과 돈이 필요해서 제게 거짓말을 했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물론 돈이 필요했겠지만 거짓말이 섞여있는 요청을 들어주어서는 안되는 일이었지요. 늘 있는 일이지만 이 땅 가운데 깊이 뿌리박혀 있는 거짓의 영이 어떻게 교인들 가운데 움직이는지 절감했습니다. 그리고 나니 왜 하나님께서 기도 가운데 응답하지 않으셨는지를 알 수 있었습니다.
하나님의 응답이 없어서 돈을 내어주지 않은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만약 내가 조급하게 내 감정대로 반응했다면 오히려 그 집사님이 죄 가운데 더 깊이 빠지는 것을 도왔겠지요. 그리고 하나님께서
어떻게 나의 삶 가운데 개입하시고 말씀하시기를 원하시는지 알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잃어버렸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