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우리의 영적 지도자를 판단하는 일은 우리에게 위임된 책임과 권한을 넘어서는 위험한 일이기에 삼가고 조심해야 한다. 이는 하나님께서 다루실 영역이고,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할 부분은 종의 모습으로 낮아지시고 자기를 쳐서 복종시키신 그리스도의 모습과 본성이 우리 안에 자라고 있는가 하는 것이다."(p.173).
제가 "내려놓음"에 쓴 이 부분에 대해 아마 동의하지 못하는 분들이 있을 겁니다. 특히 한국 교회에서 목회자에 대해 상처가 있는 분들이 이 부분을 쉽게 담지 못할 것 같습니다. 목회자들이 이 부분을 "면피용"으로 사용하는 것에 대한 불만 때문이겠지요. 실은 목회자들이 이 부분을 남용해 온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제가 이 내용을 다룬 것은 목회자들을 배려하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이 부분은 바로 권위에 상처받은 풀뿌리 성도들을 배려하는 내용입니다.
저도 개인적으로 안수받지 않은 전문인 사역자로써 목회자 분들의 의식에서 보이는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을 보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것이 내게 상처로 남느냐 아니면 포용하고 품어줄 수 있는 마음의 여유와 건강함이 내 안에 있는가 입니다.
먼저 제가 사용하는 용어 중에 "판단"과 "분별"이 다름을 설명해야 하겠네요. 예수님이 판단받지 않으려면 판단하지 말라고 명령하신 부분에서 제가 정의하는 판단은 바로 상대방을 하나님의 눈이 아닌 내 눈으로 보는 것입니다. 대부분 판단을 하면 판단의 영에 묶이게 되지요. 상처를 받게 마련입니다. 그리고 그 상처로 인해 관계에 금이 가게 됩니다. 연합이 깨어지고 파당과 분열이 있고 분노의 영이 자신을 사로잡게 됩니다.
분별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하나님의 눈으로 세상과 사람을 보는 지혜입니다. 옳고 그른 것을 보는 힘입니다. 뱀처럼 지혜로우라고 할 때 바로 분별의 능을 가지라는 것으로 보면 됩니다. 옳고 그름을 가르지만 그 안에 분노와 상함이 자리잡지 않습니다. 관계를 깨뜨리지 않고 노여움으로 반응하지 않게 됩니다. 분별은 삼가야 할 때와 용서할 때를 알게 합니다.
현재 한국 교회 안에는 많은 긍정적인 비판을 하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유익한 일입니다. 더욱이 우리가 인정하기 어려운 지도자들이 많은 것들을 봅니다. 하지만 비판을 하는 과정에서 자칫 마음에 판단의 영에 묶이기까지 나아가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메마르게 됩니다. 내 안에 성령 충만이 소멸되고 기쁨을 잃게 되지요.
지도자를 비판하게 되는 경우 많은 경우 상처가 함께 작용함을 봅니다. 그리고 그 안에 미움과 원망이 함께 표출되기 쉽습니다. 이것은 자신이 가진 문제 때문에 나타나는 특정한 반응을 상대의 잘못으로 간주하게 만듭니다. 자신은 항상 의로운데 상대방 잘못 때문에 자신의 영이 피폐하고 있다고 진단하게 하고 자신의 영이 메말라 가건만 돌이킬 기회를 놓치게 합니다.
지도자에 대해 원망함이 자리잡는다면 말씀과 예배에 은혜를 받지 못하게 되는데 이것은 우리 영혼에 치명적인 독소를 끼치는 것입니다.
물론 영적 지도자만 하나님이 다루시는 것이 아니랍니다. 우리의 모든 원수갚는 일은 하나님께 있습니다. 우리가 해서는 안되지요. 왜냐하면 미워하고 보복하게 될 때 우리 영혼이 죄의 독소로 인해 죽어가게 되기 때문이지요.
나는 잘못된 지도자가 얼마나 잘못하는지에는 관심이 별로 없습니다. 단 그로 인해 권위에 대해 상처를 받은 많은 영혼들이 묶임에서 풀려나기를 바랄 뿐입니다. 그 상처를 그대로 가지고 있는 한 우리는 하나님과의 관계에서 무언가 풀리지 않는 답답함을 느끼고 살게 됩니다. 무엇이 문제인지 잘 모른 채...
실은 판단의 대상이 영적 지도자인가 아닌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우리가 누군가를 판단하는 자세를 가지고 있다면 그 자체가 문제지요. 제가 영적 지도자에 대한 판단을 언급하는 것은 그 판단으로 인한 묶임의 피해가 더 크기 때문일 따름이랍니다.
누군가의 잘못에 대해 안타까움이나 긍휼보다 분노와 미움의 반응이 나타난다면 우리의 영혼이 가진 문제에 대해 성령 안에서 검진받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의 삶 가운데 주님이 말씀하시는, 진리가 주는 자유케 하심을 경험할 수 없지요.
결국 원수갚는 일은 주께 있습니다. 우리가 하나님께서 이 일을 우리보다 더 잘 다루실 수 있음을 신뢰한다면 판단까지도 하나님께 맡겨드릴 믿음이 생겨납니다.
의문을 제기하신 분께 도움이 될 것 같아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