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배를 마치고 그리고 심방을 마치고 저녁 9시 반이 넘어 집으로 왔는데 배가 고프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밥보다 더 좋은 일을 했기 때문이지요.
저희 교회에 몇 달 전부터 나오던 45세 된 자매님이 계십니다. 대장염 수술 이후 불임이 되어서 미혼으로 사시는 분인데 집에 70이 넘은 노모가 계십니다. 그 노모는 교회에 나가고 싶은 생각이 작년 가을부터 있었지만 거동이 불편해서 교회를 출석하지 못한 분입니다.
오늘 그 분 댁에 심방해서 그 할머니를 위해 기도해 주었습니다. 그 할머니께서는 예수님을 믿으려고 보니 당신 집에 있는 우상이 마음에 걸린다고 했습니다. 간등사에 우상을 보낼까 하는 생각을 하지만 주저하고 실행에 옮기지 못 한다고 하셨습니다. (몽골 사람들은 우상을 그냥 없애버리면 재앙이 있을 것이라고 믿지요.) 그래서 제가 그것들을 제가 처리할테니 제게 넘기라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런데 오히려 교회를 다니는 딸이 난색을 표했습니다. 십수년 전 간등사에서 그 우상을 받을 때 라마승이 집안에 도둑이 자주 들지 않았느냐고 물었답니다. 맞다고 하니까 그 우상을 주었는데 그 뒤로는 도둑이 들지 않아서 신통력이 있는 우상이라고 생각해서 차마 내려놓지 못한다고 말했습니다. 더구나 술먹고 화가 나면 자기를 때리는 동생이 있는데 그 동생이 알면 큰 일 난다고 걱정을 했습니다.
저는 사람이 두 주인을 섬길 수 없다는 것을 설명했습니다. 그리고 세상과 인간을 창조하시고 인간의 삶과 죽음을 관장하시는 분을 따를 것인지 아니면 잡신을 따를 것인지를 결정하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하나님의 자녀된 자를 어떻게 하나님이 지키시는지 그리고 그를 믿는 자에게 어떤 평안이 오는지를 설명했습니다.
할머니는 결연히 비닐 봉지를 꺼내더니 향로와 우상과 그림들을 싸서 넣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장롱 속에 넣어두었던 부적과 문앞에 걸린 부적도 함께 넣어서 제게 건넸습니다. 그러면서 말했습니다. 작년에 교회 나오고 싶은 생각이 들 무렵 그 우상이 자기의 올무가 되는 것 같아서 벗어버리고 싶었지만 두려운 마음 때문에 어쩌지 못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리고 이제 비로소 우상숭배가 주는 두려움으로 부터 벗어나 자유함을 느낀다고 말했습니다.
그 분을 보면서 교회를 다니지도 않았지만 바른 믿음을 가지셨음을 보고 놀랐습니다. 우리 이레교회를 오래 다니는 분 중에 여전히 우상을 집에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 분은 두 주인을 섬기는 것이 믿음이 아님을 깊이 느끼고 계셨습니다.
우상 보따리를 들고 나오면서 우리 일행은 찬양을 불렀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다른 사람이 그 우상을 가져다 쓰지 않도록 쓰레기 덤프장에서 우상을 발로 부셔서 버렸습니다. 그 할머니의 마음에 느껴졌다는 시원함을 공감하면서 그것들을 부수어 버렸습니다. 몽골에 있는 것이 행복합니다. 한국이나 미국에서 목회하시는 분들이라면 느낄 수 없는, 우상을 깨는 후련함을 이곳에서는 느낄 수 있기 때문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