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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 그리고 결혼

기도원에서 본 분홍색 케이크의 주인공은 여전히 한 동안 수수께끼로 남아있었다.  당시 케이크 이야기를 기도원에서 듣고 있었던 아내(최주현)는 나에 대해 마음을 두기 시작했지만 철저히 숨기고 있었기 때문에 나는 그것을 알 길이 없었다.  
나는 그녀가 대학교 삼학년 때 처음 교회에 왔던 모습을 선명하게 기억한다.  그녀가 처음 교회에 발을 디디는 순간부터 나는 그녀에게 관심이 있었던 것 같다.  그녀는 믿지 않는 가정에서 자랐고 초등학교 시절 교회 나가는 것에 대해 늘 아버지의 눈치를 보아야 했다.  대학교 가기 전까지는 교회에 출석할 수는 없었지만 하나님은 믿고 있었다.  대학 시절 기독 서클인 IVF 활동을 하면서 신앙훈련을 받았고 대학 삼학년 때 친구의 손에 이끌려 목양 교회를 출석하게 되었다.  

청년부내 성경공부 모임에서 내가 리드하고 있는 조에 최주현 자매가 편성되었을 때 나는 무척 기뻤다.  그녀와 삶을 나누고 그것을 말씀으로 풀어가는 것이 더 없는 즐거움이었다.  

나는 교회 내에서 연애하는 것에 대해 늘 경계하고 있었다.  혹시 연애하게 되었다가 실패하게 되는 경우, 여러 사람이 그것 때문에 교회를 떠날 수 있다고 보았다.  그래서 가능한 한 특별히 상담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교회내 자매와 단둘이서 만나는 것을 피해왔다.

실은 몇 번 다가갔어도 무반응… 결국 아니라고 생각했다. 특히 그녀의 경우, 이제 막 교회 생활을 시작한 자매와 교제를 하다가 실패한다면 교회 생활로부터의 단절을 의미할 수 있다는 생각에 의식적으로 눈을 주지 않으려고 노력했었다.

나는 그녀를 사랑한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다.  나는 왠지 내가 열정적인 사람 또는 지적인 모습의 자매는 아닐까 탐색하곤 했는데 그 사람은 아닐지 모른다는 생각도 있었다.

한편 주현 자매는 나는 교회 장로님의 아들이기 때문에 자기와는 신앙적으로 격이 맞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함께 중고등부 교사 생활했던 어느 집사님께서는 그녀가 교사 모임에 늦게 들어오는 경우 그녀가 자리에 앉을 때까지 내 눈이 그녀를 따라다녔다고 회상하셨다.  
교회 밖에서 교회 모임을 갖던 중 그녀가 먼저 집에 가야한다고 일어서고 나면 왠지 모를 쓸쓸함이 가슴 한 구석에 깃들곤 했다.  이렇게 이년 반 동안 서로가 짝사랑만 하고 있었다.

어느 날 늘 같이 기도하던 자매 후배가 주현 자매에게 전화했다.  
“언니, 교회 안에서 누구 좋아하고 있지?  내가 맞추어 볼까?”
“음…”
“이용규 선생님 맞지?  실은 나 꿈 속에서 두 사람이 결혼식 올리는 것 봤다.  너무 생생했어.”

주현 자매는 그 기도원에서의 케이크 이야기 이후 나를 놓고 하나님께 기도했다.  하지만 하나님으로부터 응답이 없는 것 같이 느꼈다.  이렇게 계속 시간이 흐르는 것이 괴롭다고 느끼고 결국 결판을 짓기로 결정하고 기도했다.  

“하나님, 이 사람이 내 사람이 아니라면 그 사람의 단점을 보고 그 사람을 싫어하는 마음이 들게 해 주세요.”  

마침 그 주에 나를 보았는데 교회에서 분주히 돌아다니고 있었다.  그녀는 내가 너무 분주한 사람이라 자기에게 관심 가져줄 수 없을 것이라고 보았다.  그리고 그런 사람은 자신과 맞지 않을 것이라고 단정지었다.  

그 무렵 대학교 서클에서 어느 청년이 교제를 신청해 왔고 그녀는 그 문제를 기도제목으로내면서 내게 기도해 달라고 부탁했다.  그 때 서운하고 허탈한 감정에 휩싸인 나는 다소 냉정하게 대답했다.  

“내가 왜 그 문제를 가지고 기도해 주어야 하지?”  

자매는 내 반응을 보면서 내가 그녀에게 감정이 있었다는 것을 눈치챘다고 훗날 회상했다.어쨌든 그녀는 그 청년과 교제를 시작했다.  교제하면서도 신앙적으로 서로 맞지 않는 부분에 대해 힘들어 했다.  그럴 때면 종종 나를 생각하곤 했다고 한다.

아내의 부모님은 결혼을 전제로 한 만남이라면 궁합을 보아야 한다고 믿었다.  궁합을 본 결과, 결혼할 경우 주현 자매에게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진다고 했다.  집안에서는 절대 반대로 나갔다.  그녀는 부모님께 대항하기도 했지만 결국 그 벽을 넘을 정도로 그 청년을 사랑하지는 않는 것 같다는 결론을 얻었다.  

그리고 6개월이 흘렀다.  나는 내가 보인 냉정한 태도를 만회하기 위해서 여전히 그 커플을 위해 기도해 주고 있었다.  그 무렵 지난 번 꿈꾸었던 후배의 어머니가 병원에 입원하셔서 병문안을 갔다가 저녁 식사를 사주려고 TGI라는 식당에 데려갔다.  

식사 중 그 후배가 물었다.
“선생님, 주현 언니가 선생님 정말 좋아하는 것 몰라요?”

그 말을 듣는 순간, 들고 있던 포크와 나이프를 떨어뜨렸다.  
“뭐라고 했니?”
“어머, 내가 말실수를 했네요.”

나는 전말을 그 후배로부터 전해 들었다.  그 날 후배를 배웅하고 돌아가는데 쓸쓸한 가을 바람이 내 가슴을 훑어내렸다.  가랑비를 맞으며 내 가슴에도 눈물이 내린다고 느꼈다.    

하나님께 기도하는데 눈물이 흘러내렸다.  
“하나님, 다시는 바보같이 굴지 않겠습니다.  한 번 더 기회를 주세요.”  

며칠 동안 계속 마음 속에 흐르는 눈물을 통해서 내가 그녀를 진정으로 사랑했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고 그렇게 우리는 교제를 시작했다.  교회 리더들에게 공식적으로 공표하고 기도를 요청했다.  

그리고 일년 있다가 우리는 결혼했다.  나의 프로포즈는 “함께 미국에 같이 가지 않을래요?”였다.  

그녀는 아직 유학도 가지 않고 학교도 정해지지 않은 나를 믿어주고 결혼했다.  내 생각으로는 다소 무모한 일인데…  실은 그녀에게는 나를 인도해가시는 하나님에 대한 신뢰가 있었다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그랬기 때문에 유학 생활 다가올 파고에 대해서도 평안함과 굳건함으로 함께 나아갈 수 있었을 것이다.

돌아보건대 나는 기다렸기 때문에 그녀와 맺어질 수 있었다.  실은 나도 골수 예수쟁이로 보였기 때문에 부모님되실 분들의 눈으로는 탐탁치 않은 신랑감이었다.  그러나 이미 딸과 그 전의 청년 문제로 장인 장모님이 이미 전쟁을 치르셨던 만큼 두번 다시 전쟁을 치르는 것은 너무 힘에 겹게 느끼셨던 것 같다.  

아내는 추후에 고백하길 다른 길을 갔었기 때문에 나의 존재를 하나님께 더 깊이 감사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처음에 맺어졌다면 아마도 내가 가진 가치를 보지 못하고 단점이 더 크게 부각되었을 것이라는 것이다.  
이 과정을 거치면서 그녀에게는 Best of the best를 하나님이 허락하셨다는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나는 이 사람과 맺어지기까지 기다렸기 때문에 그녀와의 연합을 하나님께 절실히 감사할 수 있었다.  하나님의 계획에는 타이밍이라는 것이 있다는 것을 체험했다.  내가 앞서지 않고 기다리고 정직하고 순전함 가운데 서있을 때 하나님의 정확한 타이밍에 예비된 좋은 것을 받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결혼한 뒤 나는 하버드 대학에서 입학 허가를 받았고 그곳에서 유학생활을 시작하기로 결정했다.  이렇게 해서 결혼 후 사개월이 지나 유학이라고 하는 광야 생활이 시작되었다.  하나님이 맺어주신 돕는 배필과 함께…

하나님은 우리 두 사람을 광야에서 더 깊이 만나주시려고 그 멀고 깊숙한 곳으로 우리를 불러내셨다.  이 광야일기의 제일부는 바로 광야에서 만나주신 하나님에 관한 이야기이다.  혹 이 과정 중에 내가 무엇을 어떻게 성취했는가를 알고 싶은 독자는 곧 실망할 것이다.  내 이야기가 별 내용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광야에서 만나주시는 하나님이실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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